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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전세가격 '정상화 VS 기현상',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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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전세가격 '정상화 VS 기현상', 이대로 좋은가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09.10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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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말 입주 앞둔 해밀동 아파트 전세... 2년 전 분양가 안팎 형성
전세가가 분양가를 추월할 기세... 신규 아파트, '낮은 전세가' 경향 사라져
부동산 업계와 임대인, '비정상의 정상화' 진단... 더 올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임차인과 실수요자, '높은 진입장벽'에 좌절... 대전과 청주 등 역유턴 가능성 제기
오늘 9월 후반 입주를 앞두고 있는 해밀동 아파트 전경. 아직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9월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 해밀동 아파트 전경. 아직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가격이 세종시에 발을 못 붙이게 하네요.”

최근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가 오는 9월 말 입주를 앞둔 해밀동 아파트(3100세대) 전세를 알아보다 크게 낙심하며 던진 말이다. 

또 다른 전세입자 정모(보람동) 씨는 "올해 말까지 전세 계약기간인데, 집주인이 제3자에게 집을 팔았고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아파트 전세가 자체가 너무 올랐고, 그나마 기대를 했던 해밀동 전세는 더 높다"며 곤란한 상황을 설명했다. 

'신규 아파트 전세가는 혹시 저렴할까' 싶어 알아본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현실이다.

정부의 6월 17일 부동산 대책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7월 20일 '행정수도 발언' 이후 폭등한 '아파트 호가와 일부 실거래', 7월 31일 임대차 3법 시행 등 외부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았다.  

세종시가 한창 오르고 있는 집값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 전세가마저 폭등하는 웃픈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2011년 한솔동 첫마을로 시작된 아파트 공급 과정에서 신규 아파트 전세가 폭등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흐름만 놓고 보면 기현상이라 할 수 있다.  

신규 아파트 59㎡ 전세가격은 그동안 최소 8000만 원~1억 5000만 원 이하, 84㎡ 전세가는 1억 3000만 원~1억 9000만 원 선까지 형성했던 게 사실. 

대전 등 인근 시·도 대비 상당히 저렴했던 만큼, 신혼부부나 젊은층 이주가 가속화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2018년 4월 해밀동 6-4생활권 L1블록 입주자 모집공고문. 84제곱미터의 당시 공급가격표. (제공=행복도시건설청)
2018년 4월 해밀동 6-4생활권 L1블록 입주자 모집공고문. 84제곱미터의 당시 공급가격표. (제공=행복도시건설청)

하지만 해밀동 전세가는 벌써부터 심상찮은 가격으로 부동산 시장에 나오고 있다. 전세가가 분양가를 추월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어 임차인들은 울상이다.  

실제 해밀동 L1블록 59㎡ 공급가는 지난 2018년 4월 입주자 모집 공고 당시 2억 2300만 원~2억 4500만 원, 84㎡는 3억 1000만 원~3억 8200만 원으로 제시됐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붙박이장 등 옵션비용을 포함하면, 소요비용은 추가 2000만 원 안팎을 더해야 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밀동 전세가는 59㎡는 2억 5000만 원, 84㎡는 3억~3억 5000만 원까지 거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분양가가 전세가가 같아진 첫 사례가 됐다. 신도시 기축 아파트 전세가보다도 5000만 원 안팎에서 더 높은 편이다.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실거래 자료를 보면, 신도심 기준 8월 전세가는 59㎡ 24건이 1억 500만 원에서 2억 2000만 원, 84㎡ 35건이 1억 2600만 원~3억 3000만 원에 실거래가를 신고했다. 

59㎡는 2억 원 미만의 일명 '착한 전세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2억 원이 6건, 2억~2억 2000만 원이 4건으로 뒤를 이었다. 

84㎡는 2억 5000만 원~2억 8000만 원 사이와 2억 원~2억 5000만 원 사이가 각각 14건으로 주류를 이뤘고, 3억 원 이상은 2건, 2억 원 미만은 5건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임대차 3법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워낙 치솟다 보니, 전세가격도 이를 따라가고 있다"며 "해밀동의 경우, 첫 입주다보니 집주인들이 시세를 떠나 임대차 3법상 계약갱신 상한율(기존 전세가의 5%)을 염두에 두고 높여 받는 모습"이라고 봤다.  

지나치게 낮은 전세가의 정상화? 미친 집값의 서막?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지역 사회 인식은 엇갈린다. 

상당수 부동산 업계와 임대인 입장에선 대전 등 타 시·도보다 지나치게 낮았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지금 형성된 전세가격이 과거보다 크게 올라간 건 사실이나, 치솟고 있는 매매가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란 평가도 나온다. 더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정작 세종시에 살고 싶은 사람들, 임차인 또는 실거주 희망자 입장에선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 이어 미친 집값의 서막이란 표현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2030년 완성기까지 도시 성장과 인구 유입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가뜩이나 세종시 인구 정체율은 올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입주 물량이 부족했다고는 하나 지난 6개월간 월평균 증가 인구는 501명에 불과했다. 

지난 2월 34만 9529명에서 8월 35만 2537명으로 3008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통상 1세대당 2.5명으로 환산하면, 단순 셈법상 1200가구 신규 입주에 그쳤단 얘기다. 

해밀동 3100세대 중 몇 세대가 임대로 나올 지 모르겠으나,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갈 가능성도 엿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장 논리로 본다면, 전세가격의 정상화 흐름은 맞다"며 "반면 젊은층들의 세종시 진입 장벽은 한층 높아진 이면을 안고 있다. 현재 임차인으로 들어온 젊은층이 대전과 청주 등 인근 지역으로 역유턴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는 세종시의 안정적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란 의견을 내비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시행 이전에도 신규 아파트 입주 후 2년이 지나면 전월세 가격이 급등했던 건 사실"이라며 "공급이 많다보니 신규 아파트로 갈아타면 됐으나, 이제는 이마저도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정작 살고자 하는 시민들은 정착하기 힘든 여건을 맞이하고, 소위 세종시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 임대인들만 자산 증식으로 웃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7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일어난 아파트 매매 중 외지인 평균 점유율은 52.4%에 달한다.

외지 임대인이 향후 세종시에 살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프리미엄만 한 몫 챙겨 떠나면 그만인 이들이 적잖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토교통부와 행복도시건설청, 세종시 등 관계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이 같은 문제를 바로 잡을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2020년 9월이다. 

전세 계약 만료로 해밀동 아파트를 알아보던 시민 A 씨는 “아무리 세종시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도 전세가가 분양가보다 비싸질 줄은 몰랐다”며 “해밀동 역시 세종시 '키맞추기'에 들어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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