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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포항 지진 악몽’ 3년 차, 세종시는 안전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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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포항 지진 악몽’ 3년 차, 세종시는 안전지대?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09.08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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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보도] 2017년 지진 피해 몸소 겪은 필자, 3년 뒤 다시 찾은 포항 
60여명 이재민 여전히 실내체육관 살이... 최근 특별법 제정, 새 국면 
세종시에 반면교사, 13일까지 지진안전 주간 캠페인 전개... 재난 대비 노력 절실 
2020년 9월 다시 찾은 포항 흥해 실내체육관.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3년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진=정은진)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화강암 지형으로 지진 안전지대로 꼽혀온 ‘세종특별자치시’. 신도시의 경우 신규 아파트에 적용된 내진 설계 6.5가 안도감을 더해준다. 

그럼에도 세종시가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함께 지진안전 주간을 지정,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이유가 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생할지 모를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한편, 시민들의 안전의식 고취와 지진 정보 알리기 차원이다. 또 2017년 상흔이 여전히 남아 있는 포항시 지진 피해를 반면교사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실제 자연재해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가는 현재다.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장마, 폭염, 태풍 등의 기상 이변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2017년 영화와 같은 현실, '포항 지진' 반면교사

포항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3년째 임시로 생활하는 이재민들의 생활도구들이 널려 있다. (사진=정은진)

특히 2017년 일어난 포항 지진은 안전지대로 알고 있었던 한반도에 지진이라는 심각성을 알렸던 자연재해로 꼽힌다. 리히터 지진계로 무려 규모 5.4에 달했다.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2016년 경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또한 역대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진이기도 하다. 

지진이 일어났던 2017년 11월 15일 오전 2시 29분. 필자 또한 포항에서 돌도 안된 아이와 함께 규모 5.4의 진동을 그대로 겪었다. 고층에서 느꼈던 지진의 위력은 컸다. 좌우로 흔들리는 진동이 수십초간 이어졌고 진동으로 인해 놀란 아이에게 걸어 갈 수 조차 없었다.

진동이 멈춘 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지도 못한채 아이를 안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20층이 넘는 고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탈지 계단으로 내려갈지 잠깐 고민했지만 무거운 아이와 함께였기에 엘리베이터를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진 후 행동요령을 몰랐던 무지에서 비롯된 아찔한 선택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포항의 모든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와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 안락하던 각자의 공간들이 이젠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길거리에 차들도 멈추고 사람들의 표정까지, 도시의 모든 기능이 멈춰진 것 같은 풍경이 눈 앞으로 스쳐갔다. 

이후 리히터 3, 4 규모의 여진은 계속됐다. 

가족을 지켜주던 집이 이젠 자신과 가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때문에 대피소와 차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나 또한 포항을 떠날때까지 높은 건물이 없는 공터를 찾아 헤매야 했다. 

그리고 언제 다시 지진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포항을 차마 함께 떠나지 못했던, 필자의 엄마. 그녀가 흘렸던 눈물은 내게 있어 무척이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보상 없이 보낸 3년, 포항지진특별법 개정안 결실 

임시텐트에 널려있는 이재민들의 생활 흔적. 불편한 환경에서도 살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진 =정은진)

2019년 3월 20일 포항지진의 원인을 조사해온 정부 조사단은 이 지진이 인근 포항 지열 발전소에 의한 '촉발 지진'이라고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조사는 대한지질학회와 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이 조사에 참여한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한 교수는 “포항지열발전소에서 다섯 번의 자극이 주어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로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았지만 포항의 재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마땅한 보상과 대책 마련도 없이 3여 년의 시간을 흘려 보냈다. 

다행히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확정되어 보상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그마저도 지급 기준이 불명확한 실정이다. 

다시 찾은 포항의 2020년 9월은 

이제 이런 삶에 적응해버렸다는 듯, 포기 어조로 말하는 한 이재민 (사진 =정은진)

지진이 일어난지 3년째이자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된 지 일주일 후. 2020년 9월 6일.

다시 찾은 포항 흥해 실내체육관에는 임시 텐트가 다닥다닥 붙은 열악한 공간에서 60여명의 시민들이 여전히 살아가고 있었다. 가장 피해가 컸던 흥해읍 주민들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공간에서 3년이 넘도록 불편한 생활을 이어왔다. 

취재 승인을 받고 둘러보니 한눈에 보아도 열악한 환경이다. 

이곳에서 수십구의 가구가 3여년이나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이전에는 수백명의 이재민이 이곳에서 지냈지만 지금은 임대주택과 타 지역으로 뿔뿔히 흩어지고 현재는 60여 명이 남아 있다고 한다. 

신원을 밝히기 꺼려한 한 이재민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나이가 들어서 괜찮다. 다만 젊은 사람들은 3년여 나 이어진 텐트생활이 무척 불편할 것이다. 그동안 지자체와 정부의 관심도가 무척 부족했는데 여기 임시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한 시민도 있었다"고 소회했다.

또한 지진을 겪은 시민들은 '바람만 불어도 지진처럼 느껴진다'는 뼈아픈 트라우마를 지금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전해왔다. 특히 최근 자주 불어닥치는 태풍에도 불안에 떨며 밤잠을 설친다고.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되고 보상의 발판을 마련한 그들이지만 그간의 고통과 트라우마는 금전으로도 보상받기 힘듦을 토로하기도 했다. 

포항 지진 실제 악몽, 세종시 만일의 사태 대비해야  

세종시와 행정안전부 공동의 지진안전 온라인 캠페인

사실 이들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는 포항에서 지진을 겪었지만 현재는 세종에서 살아가는 내게도 마찬가지로 깊게 새겨져있다. 

필자는 포항 지진을 겪은 이후, 지진에 대한 인식과 정보, 그리고 행동요령에 대한 방법이 얼마나 부족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잘못된 상식으로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과 나아가 자연환경과 기상 이변 등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됐다. 

일단 일상에서 한번쯤 아이들과 챙겨볼 만한 방법을 소개한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지진 대비 행동요령과 안전 영상‧사진 등을 보며 방재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행정안전부 지진안전캠페인 사이트(http://www.지진안전.com)에서 확인 가능하다. 

세종시 역시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자연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돕기 위해 풍수해보험료를 절반 이상 지원해주는 정책을 최근 마련했다. .

풍수해보험은 태풍, 호우, 강풍, 지진 등 예기치 못한 자연재난으로 입은 재산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지원해주는 정책보험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100% 지원한다. 또 오는 10월 말까지 풍수해보험 보상사례 공모전을 온라인(http://풍수해보험공모전.com)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올해 긴 장마와 태풍 속에서도 상대적 피해가 덜했던 세종시. 

자칫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있는 이때 세종시의 작은 관심과 노력은 시민의 안전을 중요시하는 고무적인 한 걸음으로 해석된다.  

예고없이 지속되는 자연재해와 그에 따른 피해. 이는 비단 포항시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예고없이 지속되는 자연재해는 우리가 여전히 해쳐나가야 할 고난 중 하나다. 포항시가 겪었던 고통이 재현되지 않도록 올바른 상식 습득을 통한 철저한 생존법 터득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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