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전공의 파업, 어떻게 볼 것인가
상태바
전공의 파업, 어떻게 볼 것인가
  • 이계홍
  • 승인 2020.09.01 19:4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필의 시선] 파업을 바라보는 2가지 시선 교차
곱지않은 국민 정서, 하루 빨리 협상장으로 나와 대화로 풀어야
대한의사협회에 이어 전공의들의 의료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 (발췌=대한전공의협의회 페이스북)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의료계 파업이 걱정이다. 전공의 파업 이유(의사 파업 이유)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한 것이 핵심이다.

무조건 정원을 늘리면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현재 의사 수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최근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린다는 방안을 확정했다.

10년간 4000명(매년 4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해 이중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1000명 중 500명은 역학조사관, 소아외과, 중증외상 등 특수 분야 인력으로 두고, 다른 500명은 기초과학 및 제약 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으로 충원한다는 방안이다.

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국내 의사 수는 13만 명 수준이지만 현재 활동하는 의사 수는 10만 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아 OECD 평균 16만 명과 비교해도 부족하다는 진단에서 나왔다. 

정부는 “서울은 의사 수가 충분하지만 지방은 부족해 지역별 편차도 크다”고 말한다.

그리고 감염내과, 소아외과 전문의 등 필수 진료과목 인력부족 현상도 제기되고 있다는 것. 크게 보면 지역 의사 인력을 확충해 수도권과 지역간 의료 서비스 격차를 줄이자는 복안이다. 

가까이는 지난 7월 16일 갓 개원한 세종충남대병원 역시 인턴과 전공의가 없어 정상화까지 적잖은 시일을 소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충대병원은 2023년 인턴, 2024년 전공의 선발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반면에 의료계는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현재 의사 수는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의료계의 파업 이유. (발췌=대한의사협회)

특히 지역의사제는 의대생 진로 탐색과 수련 과정을 가로막는 정책이라고 했다. 

의료계의 반발을 크게 다시 요약하면, △의료계는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현재 의사 수는 충분하다 △10년간 의무 복무를 해야하는 지역의사제에 대한 문제가 있다(지역의사제는 의대생 진로 탐색과 수련 과정을 가로막는 정책이다)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와 필수 의료 분야 인력이 부족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 빠져있다 등 모두 3가지 이유를 든다.  ​

그러나 국민 여론은 의료계에 썩 우호적이지 않다.

전공의들의 파업은 이기적이고 배부른 파업이며, 직업 특성을 무기로 생명을 위협받는 국민을 볼모삼아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 의대를 설립하는 것에 의사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어느 신문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댓글은 다음과 같이 비꼬고 있다.

애 낳을 때 자녀들에게 허락받고 낳나?
재판하는데 원고와 피고에게 허락받고 재판하나?
컴퓨터학과 늘릴 때 컴퓨터 종사자들에게 허락받고 늘리나?

과장된 표현이나 여론은 대체로 싸늘한 편이다. 코로나 19의 재확산으로 인해 의료인이 더 필요한 시점에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니 타이밍상으로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업의 이유가 빈약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것이 파업의 중심 이유가 된다는 것이 궁색하다는 것이다.

설혹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없이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전격 발표한 것을 100% 인정한다 하더라도, '의료계를 마비시킬 정도의 무게감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파리 하나 잡기 위해 대포를 동원한 꼴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엘리트주의에 젖은 의사 집단이 기득권을 사수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과 대결하기 위해 사보타지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사들이 아름다운 전통으로 지켜온 ‘인술(仁術)’의 가치를 값싼 이기주의 하나로 엿바꿔먹었다”고 안타깝게 여긴다. 즉 이익 논리만이 지배하는 싸구려 자본주의의 덫에 갇혔다고 본다.   

의사단체들이 올바른 의료정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충분한 논의 과정없이 그들의 이해와 맞물리는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불쑥 던져놓고, 세부 방안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으니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정부 당국은 절차를 밟아 의대 정원 확대를 얘기했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다고 받아들이는 쪽의 의사도 분명히 있는 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때, 의료 인력이 필요한 지방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코로나 19 사태를 맞아 치료와 기초의과학연구 및 지방 의료 지원 등 수요가 필요해졌다. 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감염병의 대유행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의료지원과 고사되어가는 지방 의료 현실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대 입학 정원 확대는 필요한 조치다. 

지금 보다시피 지방의대를 졸업해도 모두 수도권으로 올라가버린다.

의사면허증을 따기 위해 지방의대로 진학한 수도권 출신 학생들이 졸업하면 제 연고지로 찾아가는 것이다. 게다가 수도권은 돈벌이가 대단히 좋은 ‘물좋은 동네’다.

일차적으로 지방 의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의대가 생긴 지방은 이런 이유로 공동화되니 의료 정의가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서울로 가야 돈을 번다고 해서 우수 의료 인력이 너도나도 서울로 올라가 개업하거나 큰 병원에 취직한다. 결국 지방과의 의료 차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만다. 그것은 의료 차별로 간다.

지방에 사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방의 국민은 의료 차별을 받는 이등국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지방의 환자들도 어쩔 수 없이 시설 좋은 서을의 큰 병원을 찾게 된다. 국내 빅8 병원은 모두 수도권에 있다. 원정 의료는 이미 일상화되어 버렸다.  

지방 병원에서 치료하면 되는 것을 굳이 서울까지 가서 치료하니 개인적 낭비는 물론 국가적 낭비가 된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가 서울로 집중되니 서울이 과밀해지고, 교통혼잡도가 가중되어 만성 교통난으로 서울이 신음하고 있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목표는 의료서비스 공급이 부족한 지방, 그리고 전공자가 적은 외과, 응급의학과 등의 전공 분야에서 일할 의사를 공급하겠다는 데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그 인원을 지방에 배정할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 아닌가.

선발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긴다고 하자 전공의들은 부정이 있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사실 어떤 입시제도도 완벽한 것은 없다. 한국적 현실에서는 입시 비리가 서민층보다 가진 자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동했다. 입시제도에서도 유리했고, 돈으로도 부정 입학한 경우는 서민층보다 교육수준 높고, 돈많은 집에서 주로 행해졌다.  

오늘의 의대 선발 과정도 스펙 쌓기, 봉사활동 가산점 등 가진 자들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것들 아니던가.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의전원 입학도 상류층에 유리하게 입시 요강이 짜여졌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국민이 저항했던 것 아닌가.  

따라서 입시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촘촘하게 짜면 되는 것을, 선발권이 지자체장에게 있느니, 시민단체에 있느니로 갑론을박한다는 것은 파업의 무게감만 떨어뜨린다. 배부른 파업이라는 것이다.

한 자리에 모여 토의하여 합의를 도출하면 되는 것을 그런 것까지 파업의 이유로 대느냐고 웃어버린다.  

전공의들은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지역 의사를 뽑더라도 10년 의무복무기간이 지나면 지금처럼 수도권으로 몰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만이 기득권의 성벽에서 호의호식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논리인가.  

직업 이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의무 복무기간을 채우면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진료행위를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한다. 어차피 의사사회도 경쟁사회다.

먼저 의사가 되었다는 것으로 진입장벽을 높이겠다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다.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야말로 북한 독재체제의 발상이다.

정부가 계획하는 지방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배출된 의사는 내 고장에서 자긍심을 갖고 복무할 것이다. 자기 고장에서 근무하는 만큼 정착할 확률도 높다고 본다.

의무 복무기간을 지나 도망가겠다고 하면 그건 개인의 자유다. 그것까지 걱정해서 파업한다는 것은 너무 이기주의적 발상이다. 

기초의학 확대와 코로나 19와 같은 대유행 감염병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파업 사태가 의학계 고민의 해결에 대한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 문제는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과도 상관이 없다. 의사협회와 정부가 마주 앉아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면 답이 나온다. 거기에 생뚱맞게 ‘정치적 행위’가 개입하니 혼란을 부르고 있다.

별 큰 문제도 아닌 것을 가지고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라는 말이다. 

문제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의사협회가 이를 빌미로 힘 대결에 나선 데 있다고 본다.

전공의들 뒤에 있는 의사협회나 일부 의대 교수들이 개입함으로써 문제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힘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협상장에 나와 대화로 풀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덕분에 2020-09-01 22:32:32
지지하고 응원한다. 독재시대에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하자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