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리’의 잇따른 사과, 포스트 코로나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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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총리’의 잇따른 사과, 포스트 코로나 가치는
  • 조수창 시드니총영사관 호주사무소장
  • 승인 2020.08.27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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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총리, 뉴사우스웨일즈주 총리, 빅토리아주 총리 잇따른 사과
코로나19 확산에 책임 통감... 이웃과 공존, 환경․생태 중요성 시사   
편협한 확신과 무책임한 이기주의 종식돼야 
스콧 모리슨 호주 연방총리가 지난 14일 코로나19 준비 미흡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출처=The Guardian)

멜버른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어 호주는 최근 확진자가 약 2만 4000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450명까지 늘었다. 특히 노인시설에서만 사망자가 200명 이상 집중적으로 발생한 상태다.

이에 대해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호주 연방총리는 지난 14일 노인시설이 코로나19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예전에 모리슨 총리는 행정혁신을 반대하는 공직자들에게 ‘Bacon and Eggs 원칙(이 음식에 닭은 관련 있는 정도지만 돼지는 몸을 바쳤다)’을 말하면서 국민들에게 더 큰 책임을 져야하는 정치인의 역할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재앙수준의 사태를 사과하면서 연방총리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18일에는 글레디스 베레직클리안(Gladys Berejiklian) 뉴사우스웨일즈주 주총리도 유람선 루비 프린세스(Ruby Princess)로 인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하여 심각한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루비 프린세스호 문제는 지난 3월 19일 여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섞여 있던 가운데 크루즈선 탑승객 2700여명이 하선해 여기저기로 흩어진 사건인데, 이로 인해 62명이 추가로 감염되었고 28명이 사망했다. 

최근 호주의 코로나19 확산 추이. (Worldometer)

특별위원회 조사 결과, 주정부의 복지부가 위험도 평가, 확진자 격리, 테스트 지연 등에서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얼마 전 다니엘 앤드류스(Daniel Andrews) 빅토리아주 주총리도 호텔격리 관리를 잘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특별위원회의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호텔격리 관리를 맡은 민간업체의 느슨한 일처리가 화근이 되어 멜버른을 포함한 빅토리아주의 전체 지역사회로 코로나19가 확산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Oliver Hart) 교수의 연구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빅토리아주 호텔. (사진출처=The Age)

행정서비스를 정부가 수행할 것인지, 민간업체에 외주를 맡길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기준이 담겨 있다.  

그에 따르면, 민간업체 외주가 서비스 질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거나, 서비스 질의 혁신이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또는 민간업체 외주를 위한 조달과정에 부패가 심각할 경우에는 정부가 직접 수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국 앤드류스 주총리의 사과는 코로나19 대응은 국민생명과 직결되어 있고 심각한 사회경제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가 책임지고 수행해야 했음에도 민간업체에 맡겨버려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진 셈이다. 

이렇게 연방총리와 두 주총리의 사과를 지켜보면서, 호주 정치인들이 ‘Bacon and Eggs 원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개인의 실수 하나에도 폭발적으로 퍼지는 코로나19의 전염성과 아무리 애써도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한계를 감안할 때, 서로를 지키고 공동체를 앞세워야 하는 책임은 특정 정치인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나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로 인해 유럽인구의 3분의 1이 죽음을 맞이했지만, 이로 인해 오랜 봉건사회가 비로소 끝나고 인간성이 다시 태어나는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2200만 명 이상이 감염된 코로나19는 우리들에게 이젠 반드시 끝내야 할 것과 앞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는지 모른다.

내 생각에 전자는 나만 옳고 나만 잘 살면 그만인 편협한 확신과 무책임한 이기주의이고, 후자는 책임감을 갖고 이웃과 환경을 돌보며 생태와 미래세대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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