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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와 동떨어진 세종시 ‘행복주택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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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와 동떨어진 세종시 ‘행복주택 1‧2호’
  • 박종록 기자
  • 승인 2020.08.28 15: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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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세종서창 입주 마무리, 2호 집현동 내년 초 입주 예고 
보증금과 임대료 장벽, 실제 대학생‧실업자‧구직계층에 여전히 높아 
미달 되풀이... 신혼부부, 39세까지 청년, 산업단지 근로자까지 확대  
27일 산단형 행복주택으로 입주자 모집 공고된 집현동 M2블록 행복주택 현장.(촬영=이희택 기자)
27일 산단형 행복주택으로 입주자 모집 공고된 집현동 M2블록 행복주택 현장.

[세종포스트 박종록 기자] 세종시 대학생‧청년층이 내 집 마련의 교두보로 삼는 주택유형이 있다. 바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공급 중인 ‘행복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사업주체로 건설하는 ‘행복주택’은 당초 '대학생·청년'을 중심으로 신혼부부 등 젊은 사회활동 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파생됐다. 주로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짓고,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세종시 읍면지역에는 이미 거주가 시작된 조치원읍 세종서창행복주택 450호, 동지역에는 27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시작한 집현동 행복주택 1500호가 있다. 

과연 행복주택은 이들이 사회 진출과 결혼 전‧후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에 이르기까지 전초기지가 될 수 있을까.  

더욱이 현재 세종시 주택 가격은 사회초년생 등 청년 계층이 꼬박꼬박 모아 마련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고 진입 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청년층에 속하는 기자가 직접 어진동 LH세종특별본부와 나성동 LH세종권주거복지지사를 찾아 설명을 들어보며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확인 결과, 새로 짓는 집현동 행복주택의 입주자 모집 관련 사항은 LH세종특별본부가 직접 담당하고 있었고, 이미 입주민들이 살고 있는 세종서창행복주택의 경우 LH 소속기관인 세종권주거복지지사가 별도 관리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치원 대학 캠퍼스와 집현동 대학 캠퍼스 수요 대신 이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초점을 두고 재구성한 세종시 두 행복주택 임대조건. 왼쪽은 세종서창행복주택, 오른쪽은 집현동 행복주택.(발췌=LH청약센터 홈페이지 공고문)
청년을 대상으로 초점을 두고 재구성한 세종시 두 행복주택 임대조건. 왼쪽은 세종서창행복주택, 오른쪽은 집현동 행복주택.(발췌=LH청약센터 홈페이지 공고문)

√ 세종서창행복주택, 미달 수차례 반복 후 ‘안정화’ 

세종시 최초 행복주택은 2019년 준공한 세종서창행복주택(조치원읍 조치원중고길 7, 서창리 26-1).  

공급 물량은 총 450호 규모로, 전용면적 기준 19㎡ 262호, 34㎡ 75호, 38㎡ 83호, 44㎡ 30호로 구성된다. 전용면적 19㎡ 기준 보증금 약 1200만 원에 월 임차료는 6만 원대다. 

대학가 원룸촌의 같은 면적대 보증금이 150~300만 원에 월 임대료 30만 원 선임을 감안하면, 초기 비용 부담은 원룸이 덜하고, 2~3년 이상 장기 거주 부담은 행복주택이 우위를 보인다. 

돈벌이가 마땅치 않은 대학생의 경우 부모님 지원 없이는 행복주택 거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세종서창행복주택 거주(제공=LH세종권주거복지지사)
세종서창행복주택 거주 계약자 계층 현황. (제공=LH세종권주거복지지사)

이 때문일까. 행복주택은 지난 5월까지 여러차례 자격을 완화하고 공급 비율을 조정해 입주자를 모집해왔다. 계약자 반(56.3%) 이상은 역시나 돈을 벌고 있는 청년 및 사회 초년생. 대학생 취업 준비생 비중은 15.3%에 그쳤다. 고령자 및 신혼부부 비중이 28.4%로 2위를 기록했다. 

세종서창행복주택이 고려대와 홍익대 세종캠퍼스 등 대학 캠퍼스 및 조치원중과 세종고 등 학교 와 가까운 곳에 지어졌음에도 실수요층의 거주가 적었단 뜻이다. 다행히 현재는 전체 450세대 중 437세대가 채워졌다. 

주거권복지지사 담당자는 “행복주택은 정말 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이 자취 방식으로 거주하기 좋은 공간이다. 주거 만족도가 높다고 본다”며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라면 오히려 대출을 받은 후 돈을 조금 더 모아서 공공임대 주택 입주를 신청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란 답변을 내놨다. 

√ LH 새 전략, ‘산업단지 근로자’로 범위 확대 

LH세종특별본부.
한국토지주택공사 세종특별본부.

조치원읍에 이어 2번째 행복주택은 집현동 대학캠퍼스 인근에 건설되고 있다. 지난 27일 4-2생활권(집현동) M2블록 내 1500호 규모 입주자 모집 공고가 게시됐다. 

청약 신청 기간은 9월 7일부터 11일까지고 기존 세종서창행복주택처럼 대학생·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다. 소득·자산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무주택세대 구성원이어야 한다. 

일반공급 대상은 산업단지근로자와 대학생,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신혼부부·한부모가족, 고령자 계층이고, 개인이 입주신청하면 된다.

특히 세종시 내 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 근로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월임차료의 80%를 지원받을 수 있어, 직원의 주거여건 개선을 위한 기업의 기숙사 임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LH세종특별본부는 청약신청 상담을 위해 나성동 154-2에 상담실을 마련, 지난 24일부터 9월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세부 면적으로 보면, 21㎡ 480호, 26㎡ 660호, 36㎡ 252호, 44㎡ 108호로 구성된다. 전용면적 21㎡ 기준 보증금 약 2000만 원에 월 임차료는 8만원 대다. 신도시 특성 때문인지 서창 행복주택보다 문턱이 좀더 높아졌다. 

더욱이 최대 수요층으로 예상한 ‘대학캠퍼스 부지’ 내 학교 설립은 2023년~2024년을 내다봐야 한다. 이곳 행복주택 입주시점이 내년 1월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3년의 공백기가 있다. 

LH가 산업단지 근로자 수요를 우회 전략으로 택한 배경이다. 본지 기자는 LH에 대학 공동캠퍼스 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산업단지형 행복주택으로 추진되는지 물었다. 

LH 관계자는  "집현동 세종테크밸리(도시첨단산업단지), 연동면 명학일반산업단지 및 응암농공단지(이상 연동면), 부강면 부강일반산업단지와 부용농공단지, 조치원일반산업단지 등 세종시 내부의 다양한 산업단지와 접근성이 좋다“며 ”산업단지 근로자들에 초점을 맞춰 직주 근접의 산업단지형 행복주택으로 건설하고 있다"고 했다.

또 향후 산울동(6-3생활권)과 해밀동(6-4생활권) 등 6생활권에도 비알티(BRT) 정류장 인근에 작은 규모의 행복주택 사업 추진을 시사했다. 

결국 신도시 행복주택 역시 최초 제도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모집지역도 세종시 및 세종과 연접한 대전, 청주, 천안, 공주 소재 산업단지에 입주 또는 입주 예정인 기업 및 교육·연구기관에 근무 중인 자로 확대했다. 또 같은 지역의 경제자유구역에 입주 또는 입주 예정인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사람은 우선공급 대상으로 해당 기업에서 입주신청 가능하다. 

√ 행복주택, 일부 제도 개선여지도 있어 

집현동 산업단지형 행복주택 조감도. (제공=세종시)
집현동 산업단지형 행복주택 조감도. (제공=세종시)

사실 행복주택에는 최대 거주기간 제한이 걸려있다.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기존 거주자나 고령자와는 달리,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청년들은 6년만 가능하다. 다만 결혼 등 사유가 있으면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대학생들이 지역에서 취업을 한다고 가정할 때, 6년이란 제한은 다소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대상자들이 다시금 기존 원룸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혹은 월세 아파트나 국민임대 아파트 등에 눈을 돌릴 수 있단 뜻이다. 

청약 통장이 없으면 청약이 안된다는 제약도 있다.

이에 대해 LH 담당자는 "청약통장에 납입된 금액 자체를 입주자 모집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며 ”단순히 신분 확인용으로 활용되며, 추후 행복주택 입주자가 공공주택이나 민영주택 분양을 받기 위한 가점 반영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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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주민 2020-08-29 14:11:25
서창 행복주택은 학교와 거리도 가까운데 대학생 입주율이 낮다는 건 수요층을 잘못 파악했다는 것이죠. 서울의 경우는 방학에도 서울에서 학원, 알바 등 할 일이 많기 떄문에 행복주택같은 거 만들어 놓으면 학생들의 입주율도 높겠지만, 굳이 조치원에서 학생들이 방학을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단기로 들어갈 수 있는 기숙사나 다른 곳을 선호하겠죠. 그리고 현재 어진동, 반곡동쪽 원룸 시세가 장난아니기 때문에 집현리쪽은 중앙부처공무원이나 국책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청년들이 많이 갈겁니다. 수요를 잘못 파악했으면 신속하고 유연하게 방향을 선회하는 것도 정책을 집행하는 기구에 필요한 능력이겠죠. 그런 면에서 봤을때 LH는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초기 방향성을 고집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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