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의 상처, 생각보다 깊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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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의 상처, 생각보다 깊고 넓다
  • 박승권
  • 승인 2020.08.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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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권의 백 살까지 일하기] 간과하기 쉬운 산재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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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공사현장. (사진=정은진 기자)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산재) 사망 사고율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평균 3명이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고 명을 달리한다. 이에 우리 일상에서 산재 사망사고를 뉴스로 접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주변에서 일하던 노동자에게 트라우마와 관련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가 장기간 우울증과 불면증 등의 후유증을 남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내에서는 이러한 위험에 대해 간과하기 쉽다.

#. 산재 트라우마 범위, 생각보다 넓다

산재 트라우마는 업무 중 사고를 직접 당하거나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고 발생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 노동자, 평소 피해자와 ‘형, 오빠, 동생’하며 친밀감을 쌓았던 직장동료 등에게까지 미치는 정신적 충격은 매우 크다.

안전보건공단에서 2018년 발간한 ‘산업재해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재해자 건수를 고려할 때 매년 최소 30만 명 이상이 잠재적·심리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외상적 사건의 피해자 범위 (출처 : 산업재해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_고용노동부)

#. 산재 트라우마 피해, 생각보다 깊다.

트라우마 이후 스트레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옛말처럼 전에 겪었던 사건과 엇비슷한 상황에서도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산재 사망사고는 보통 매일 일하는 장소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트라우마 피해자는 솥뚜껑을 자주 볼 수밖에 없어 고통을 더 자주 느끼기 쉽다.

그런데도 트라우마 피해는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체적 피해와 다르게 ‘꾀병’이라거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이 강해 적극적인 관리를 요구하기도 아주 쉬운 일은 아니다. 되려 회사로부터 ‘왜 너만 그러냐’ 식의 핀잔, 나약한 사람이라는 낙인에 따른 불이익이 따를까 두려워 고통을 호소하기조차 쉽지 않다.

2013년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산재 질병 목록에 포함됐지만, 아직 승인 건수는 피해 추정 규모에 피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마음의 상처는 오롯이 피해자 본인의 몫이며 때로는 이로 인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더는 영위하기 어렵게 된다.

#. 트라우마 해결, 사업장의 적극적 태도가 필수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em>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진료과장</em><br><em>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대전·충청 지부대표</em>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진료과장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대전·충청 지부대표

사업장 내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2차, 3차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사업장 내 인식 개선과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대 재해에 따른 정신적 트라우마를 관리하기 위한 대상자 선정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피해자를 지지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당장 모든 사업장에 도입하기 쉽지 않다면 최근 중대 재해가 발생했던 사업장, 혹은 사망사고가 잦은 건설업종에서부터라도 우선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저 간과하기에는 남은 노동자의 상처가 깊고 큰 경우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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