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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넘나드는 ‘세종시 노동자’, 안전 불감증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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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넘나드는 ‘세종시 노동자’, 안전 불감증 여전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08.18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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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 맨홀 수리 현장] 열악한 작업 환경, 기본 안전 수칙도 지켜지지 않아
안전펜스 등 미흡, 해외 사례와 대조... 교통사고 유발 가능성 높아
세종시 한누리대로변에서 위험천만한 모습으로 맨홀 등 작업관리를 하고 있는 노동자 모습 ⓒ정은진
 
글 싣는 순서

상. 안전불감증 실체, '맨홀공사 현장'

하. 곳곳에 만연한 사고위험, '건설공사 현장'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열악한 세종시의 노동 환경에 노동자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 지역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성이 실제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7일 연동면의 한 도로 건설 현장에서 지하차도 벽체 철근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크레인으로 인양 중 떨어진 철근에 맞아 사망했다. 6월 12일엔 집현동(4-2생활권)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갱폼 탈락으로 인해 추락사했다. 최근 같은 생활권에선 이동식 크레인이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해에는 세종시 소재 병원 건립공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고, 지난 2018년에도 새롬동 주상복합 화재로 3명이 사망, 40명의 사상자를 냈다. 

2016년에는 달랐을까. 다정동(2-1생활권) 공사 현장에서 2개월 연속 추락사가 있었고, 그해 1월에는 세종시 소재 모래 채취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페이로더 뒷바퀴에 깔려 사망했다. 

2013년 고용노동부가 일찌감치 세종시로 이전했고 지난해에는 행정안전부가 둥지를 틀었으나, 안타까운 사고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 기관들은 '현장 근로자 안전'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의도적인 인건비·안전장비 구매비용 절감이 주된 이유로 부각된다. 일각에선 안전관리에 대한 노동자의 인식 부족과 노동 환경에 대한 관리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감독이 취약한데서 원인을 찾는다. 

세종시 한누리대로변에서 맨홀 등 작업관리를 하고 있는 노동자 모습 ⓒ정은진

세종신도시 맨홀 공사 현장, 안전장비·교통통제 등 안전관리 전반 미흡

본지는 먼저 최근 장마로 인해 수리가 많이 발생한 맨홀 작업 현장을 취재했다. 후속 기사로는 '건설 현장'을 준비하고 있다. 맨홀 작업은 지속적인 질식과 사망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열악한 노동 환경 중 한 곳이다. 

어진동 성금 교차로에서 이뤄진 맨홀 작업 현장을 둘러보니, 최소한의 안전 규정 조차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맨홀 작업 시에는 권고 사항인 현장 감시인을 배치했지만, 안전대와 구명 밧줄, 구조용 삼각대 등은 보이지 않았다. 

차량과 유동 인구가 많은 성금 교차로 중심에서 맨홀 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칼라콘이라 불리는 안전 표시대만 몇 개 보일 뿐이었다. 이것마저 작업 현장과 너무 가깝게 설치되고 노란색 PE펜스 등도 없었으며 현장 교통 통제를 하는 인력도 보이지 않았다. 맨홀 작업 감시인은 안전모 조차 쓰지 않은 상황. 

도로를 지나는 차량이 현장을 못 보고 지나친다면 현장 노동자의 교통사고로 이어질 법한 상황이었다. 

이 현장을 본 시민 A 씨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작업 현장 문제다. 저 칼라콘이라도 몇 개 설치해서 다행이지만 차량 유도자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뻔 했다. 그리고 작업자의 옷도 너무 어둡다. 운전자들이 잘 볼 수 있게 밝은 옷을 입어야 한다. 이 교차로에는 차량이 너무 많이 다니는데 저 작업자는 잘못하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세종시 도담동 다솜 1로에서 맨홀 등 작업관리를 하고 있는 노동자 모습 ⓒ정은진

두번째 가본 도담동 다솜 1로의 맨홀 작업 현장은 그나마 나았다. 

작업자 모두 안전모를 쓰고 있었고 차량 통제하는 인원도 비교적 충분했다. 다만 칼라콘으로 만들어진 안전 펜스가 미비하게 설치되어 있었고, 안전대와 구명 밧줄, 구조용 삼각대 등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현장을 지나는 시민 B 씨에 이에 대해 물으니, 미비한 안전 펜스 설치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공사 중이면 공사 중이라고 교차로 들어가기 전부터 알림판 좀 세워줬으면 좋겠다. 애초 왜 맨홀을 도로 한복판에 만들었을까. 길가에 만들었으면 사고에 대한 문제가 적었을 것 같다"며 초기 설계에 대한 지적을 이어가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현장 작업자에게 제시하고 있는 '밀폐공간 작업 매뉴얼'도 문제다. 질식 방지에 대한 제안만 했을 뿐, 작업 현장을 알리는 바리케이드 등 현장 가이드라인이 제외되어 있는 것. 현장 작업자들과 관리자들이 공사 알림에 대한 부분과 교통 통제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일본의 맨홀 등 작업 관리 하는 모습.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바리케이드를 치고 안전 관리자를 둔다.  ⓒ정은진
노르웨이의 도로 작업 모습.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다.  ⓒ정은진

뼈아픈 비교, 일본과 노르웨이의 맨홀·도로 공사 현장은

필자는 몇 년 전, 일본 여행을 하며 맨홀 작업을 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적이 있다.

안전모 착용은 물론이고 작업 현장은 안전 펜스로 작업 환경을 전부 둘러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해뒀다. 교통 통제 관리자 2명은 야간 작업이라 빛이 반사되는 안전복을 입었고, 현장 내부에는 빛이 나는 소재로 만들어진 안전 펜스와 큰 조명을 설치해 두었다. 현장 관리자 중 한 명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공사 현장을 지날 수 있도록 길 안내만 진행했다. 

노르웨이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철제 바리케이드를 공사하는 전반에 걸쳐 설치해두고 도로와 맨홀 공사를 이어갔다. 웬만해서는 사람들이 공사 현장을 접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른 나라와 왜 이렇게 수준 차이가 나는 것일까. 

시민 C 씨는 "우리나라는 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노동자들이 현장 작업을 위해 멀리서부터 작업 펜스를 치면 길을 막는다고 고성을 지를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장 먼저 현장 작업을 진행하는 노동자들의 안전 관리 인지도를 높이고 감독자들의 제대로된 매뉴얼 배포와 현장 지시가 필요하다. 공사 현장에 대한 시민들의 배려도 필요하다. 이 삼박자가 제대로 갖춰진 곳이 일본과 유럽"이란 의견을 피력했다. 

약 7년 전 세종시 첫마을. 맨홀 관리를 하기 위해 제대로 바리케이드를 치지 않고 홀로 맨홀로 들어가고 있는 노동자 ⓒ정은진

필자는 약 7년 전 세종시 첫마을 완공 당시 세종시 현장을 촬영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우연히 현장 관리자와 감시인도 없이 홀로 맨홀로 들어가는 현장 노동자를 촬영했다.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던 것은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7년이 지난 지금. 세종시 신도시에서 맨홀로 들어가 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안전 관리에는 일말의 개선이 있었을까? 필자의 눈에는 별반 다를바 없어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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