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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위원장 '세종시 불출마', 더 큰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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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위원장 '세종시 불출마', 더 큰 꿈꾼다
  • 이계홍
  • 승인 2020.08.13 18: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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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내 정치보다 ‘위대한 국민’의 소중함을 아는 정치인 꿈꿔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의 ‘세종 담론’
21대 국회의원 낙선, “떨어지는 것도 자산이라 생각해”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이 지난 10일 본지 이계홍 주필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대담=이계홍 주필, 정리=이주은 기자] 김병준(66) 미래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이자 세종시 을구당협위원장 사무실은 고즈넉하고 쓸쓸했다. 낙선자 비애의 현주소 같았다.

약속 시간 당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청년 당원 둘이 김병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이 취재진을 몹시 반겼다.

잘 나가는 정치인 사무실은 친절이 배었더라도 의례적이고 사무적인데,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어서 그 자체가 조금은 아픔으로 다가왔다.  

사무실이 정돈되지 않은 가운데, 사무실을 지키는 사람들도 맥이 빠진 인상을 주었다. 본인들의 내면과 상관없이 관찰자의 인상이 그랬다. 

수인사가 끝나고 곧바로 위원장실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위원장실은 당의 정신적 자산이랄까, 정체성의 상징이랄까, 예컨대 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이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 한 장이 걸려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자랑스럽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고 당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과시’하는데, 미래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실은 이런 상징물이 없다.

자랑스럽지 않다는 것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요란한 장식없는 소박한 실내 풍경이 조금은 쓸쓸했다.

선거 시즌에는 장바닥처럼 복닥거렸을 사무실이 찾는 이 별로 없이 침묵을 덕목으로 여기는 도서관처럼 고요적막하니 더욱 그것이 부각되는 듯했다. 그래서 어떤 정치적 무상감을 느꼈다.    

청년 당원이 과자와 음료수를 가져다 주는데, 김 위원장이 주로 과자를 먹었다. 두 시간 인터뷰 동안 놓인 과자를 부숴먹는 모습이 다정하고 편안해보였다. “주전부리를 좋아하십니까?”하고 물어보려다 참았다. 과자를 먹는 것까지 참견한다는 생각이 들고, 자칫 과자먹는 자유까지 빼앗나 싶어서였다. 

질문지를 미리 보냈지만, 질문 사항은 애초에 무시되었다. 교수 출신답게 김 위원장은 조목조목 설득력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냇물처럼 풀어갔다. 질문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인터뷰였다. 편의상 질문 문항을 답변에 맞게 구성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앞으로 세종시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종시당 위원장으로서 역할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인터뷰를 청했는데, 세종시에서는 더 이상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필자 개인적 소견으로 그것은 좀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하고, 이 부분을 인터뷰 기사에 넣지 않겠다고 했으나 그는 신념인 듯 재차 강조해 기사화하기로 했다.

특종(?) 기사인데도 그를 세종시로 묶어두기 위해 말려보았으나, 그는 가는 길이 분명히 있음을 강조하면서 미래 정치 구상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다양한 질문에 대해 교수 출신다운 거침없는 답변을 이어갔다. 

아래는 김 위원장과 일문일답. 

** 21대 총선에서 세종시에 출마한 계기는 ?

“‘돌고 돌아서’ 세종시에 왔다. 2019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을 마치고 미국에 가기 전, 대구 원로 몇 분이 대구 시내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을 상대로 출마를 요청했다. 미국에 다녀왔을 때, 대구 출마 분위기가 형성되고 강연 등의 준비가 이뤄졌다. 그러면서 매주 대구에 내려가서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여기서 미리 김위원장의 경력 사항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순서일 것같다. 김 위원장은 경북 고령 출신으로 대구상고와 영남대를 나와 사실상 대구가 정치적 고향이자 기반이다.

그는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한 뒤 국민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수십년 강의한 학자 출신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면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밑그림을 그렸다. 그것이 세종시와의 인연이다.

그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 인터넷에 등재된 그의 경력 사항은 다음과 같다.

2020.07 ~미래통합당 세종특별자치시당 위원장
2018.07 ~ 2019.02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2018.03 ~ 국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명예교수
2009.07 ~ 사회디자인연구소 이사장
2008.07 ~ 2010.02 제2대 이투데이 회장
2008 ~ 2018.07 공공경영연구원 이사장
2006.11 ~ 2008.02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2006.10 ~ 2008.02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2006.07 ~ 2006.08 제7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부총리
2004.06 ~ 2006.05 대통령 정책실장
2003.04 ~ 2004.06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2002.12 ~ 2003.02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위원회 간사위원
2002.05 ~ 2002.12 새천년민주당 노무현대통령후보 정책자문단 단장
2002.03 ~ 2004.02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원장
2001.03 ~ 2002.02 국민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2001.03 ~ 2002.02 전국사립대교수협의회연합 공동회장
1995 ~ 2002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방자치특별위원회 위원장
1986.03 ~ 2018.02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

** 대구의 여론은 어땠습니까.

“대구 언론 조사에서 김부겸 의원을 19.5%로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24%p 차이였다. 그래서 흔들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당 대표로 있으면서 김무성 의원 등 당협위원장 21명의 목을 쳤는데 너무 쉬운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게 면이 서지 않았다. 그동안 ‘김병준의 데스 노트’라고 당협위에서 자리 뺏긴 의원이 김무성, 홍문종 등 중진들까지 19명을 공천 주지 않았다.

김용태 사무총장까지 당협위의 사표를 받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험지라는 서울 광진구로 보냈다. 24년동안 우리 당이 당선되지 못한 곳이다. 다른 의원들이 어려운 곳에 배치되는데, 나 혼자 20%P 이상 표차이가 나는 쉬운 곳에 들어갈 수 없어서(대구를 버리고) 올라온 것이다.”

남이야 어찌됐건 유리한 곳을 선점하고, 무조건 당선되고 보자는 우리 정치문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 세종시로 오게 된 계기는?

“대구를 깨끗하게 포기하고, 황교안 대표에게 어려운 곳에 공천을 해달라고 했다. 당에서는 당선 가능한 곳을 고민했으나, 나는 어디든 상관없이, 하루라도 빨리 공천을 받아 ‘선거’에 뛰어들고 싶었다.

막판 지지부진해지는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가 서울 종로를 추천했다. 당시 이낙연 전 총리 출마 소식이 회자되던 때다. 이낙연 마크맨으로 준비되고, 종로 출마가 거의 확실시 됐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도망간다는 여론 때문에 그 자신이 출마하게 됐고, 나는 불출마도 못하게 됐다.

그래서 당락과 상관없이 ‘상징적인 곳’에 출마를 다짐했고, 공관위에서 세종시를 추천했다.”

** 세종시는 분구가 확정적이었는데...

“세종시 출마 제안 후, 나는 무조건 ‘OK’ 했다. 세종시는 내가 ‘만들자고 한 도시’인데, 그것보다 더 강한 인연이 어디 있나. 무조건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분구가 되는 줄도 몰랐다. 어디든 좋다고 했지만,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다른 이가 세종시 남쪽을 오랜 시간 준비했다는 말에 나는 북쪽 구역인 을구로 출마하게 됐다. 사람들이 갑구로 갈 사람이 왜 을구로 오냐고 말하기도 했다.” 

** 세종시 갑구와 을구의 차이는?

“개인적으로는 을구와 잘 맞다. 주민들의 구성과 유권자의 표심보다는 갑구 쪽은 개발이 많이 되어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갑구는 손댈 데가 없을 정로로 꽉 차버렸다. 을구는 조치원 주변으로 무한한 공간이 남아있다. 세종시의 잘못된 것을 교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세종시를 구상했던 초기의 원안대로 디자인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매력을 더 느꼈다.” 

** 생소한 곳에 출마한 데 따른 개인적 소견이 있을 법한데...

“40여일 밖에 안남은 선거를 치르면서 많이 배웠다. 일단 내 선거는 처음이었다. 남의 선거는 대선을 포함해서 중심적 위치에서 여러번 치러보았지만 실제 내 선거는 처음이었다. 세종시는 재밌는 게, ‘도시 선거’와 ‘농촌 선거’를 같이 체험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 ‘도시 선거’와 ‘농촌 선거’의 표심의 차이점은?

“패턴이 다르다. 일단, 도시선거는 힘이 덜 든다. 직접 안 만나도 된다. 사이버 공간이 중요하다. 반면에 농촌선거는 ‘면대면’으로 직접 만나야 한다. 직접 만나도 모두 내 표는 아니지만, 일단 만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성사되지 않는다. 도시는 직접 만나는 것이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

일례로 세종 호수공원에서 명함을 나눠주는 것도 반겨하지 않는다. 유권자가 직접 만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사이버공간에 포스트 돼있는 정보를 찾아보기 원한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찾아보는 것처럼 말이다.”

** 선거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의 정치문화, 선거문화를 경험한 것이 새롭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나를 찍지 않았던 30~40대와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다는 것이 큰 배움이었다. 내가 투표를 앞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이야기 속에 우리의 미래를 봤다. 30대의 여성 유권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저는 김병준 후보의 정책은 마음에 들지만, 당이 싫어서 찍지 못하겠다”고 했다. 솔직하게 말씀하시더라. 이 점 왜 그러는 것인가를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다.“

** 세종시 표 결과에 대한 생각은?

“세종시에 왔을 때 당락을 떠나서 왔다. 일단 당 전체로 봐서 당선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희생을 하는 것이 제 1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너무 양보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국회의원 자리’ 하나 가지고 싸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있어서 낙선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낙선도 자산이다.“

** 함께 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조직을 많이 만들지 않는다. 또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는다. 내 몸이 가벼워야지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도 저의 성격과 철학을 이해하기 때문에 크게 언급하지 않는다.

대구에서도 너무 쉬운 표밭이라고 1급 참모가 대구에 있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나도 동의했고, 주변에서 존경을 받지 않으면 정치는 의미가 없다는 마음으로 대구를 떠나 종국엔 세종시에서 출마했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실제 큰 정치는 ‘원외 정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 김 위원장의 원외정치란 무엇인가?

“국회, 국회의원만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일명, 재야세력으로 입지를 견지하는 것이 ‘원외 정치’라 할 수 있다. 재야세력의 의견을 경청하고 연합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원외정치의 힘을 안다. 미래통합당은 원외정치의 개념을 잘 모른다. 국회의원이 아니면 정치를 못하는 줄 안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당은 국회의원을 꼭 해야 한다고 목숨을 건다.

민주당은 ‘낙선’의 의미를 안다. 멋있게 떨어지는 것이 재산이고 자산이라는 것을 안다.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고, 김부겸 의원, 김영춘 의원 등이 그랬다.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이 원외정치다. 어설픈 국회의원보다 차라리 글 쓰고 강연하는 것이 나에게 훨씬 더 큰 정치라고 생각한다.”

** ‘낙선’ 이후의 활동근거지는 원외정치, 혹은 강연정치인가?

“떨어져서 생기는 이점이라면, 바로 떨어져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원내에서 제약된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전국을 돌면서 강연을 하는데 의미가 크다. 일단 여의도에 안 붙어있어도 되니 자유롭다. 젊은 친구들과 교감할 수 있어서 좋다. 지난 주에도 부산에 다녀왔다. 젊은 세대와 호흡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니 힘이 생긴다.”

**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가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담론을 주로 이야기 한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우리나라는 비전이 있다고 본다. 세종시에서 낙선하면서 희망이 더 커졌다. 이유는 ‘국민이 괜찮기 때문’이다. 국민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이만한 국민이 없다. 멋진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 국민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첫 번째 성공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목표설정과 성취가 강하다. 둘째 까다로운 국민성, 좀처럼 만족을 못하는 특성이다. 그것이 뛰어난 능력이다. 변화무쌍한 시대, 우리 국민의 독창성은 엄청 빨리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국민경선, 탄핵도 하는 등 빠르게 변화를 모색하고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는 점이 있다. 수해 등 재난시의 대비나, 코로나19 사태의 대응 태세를 보아라.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다. 국민이 위대해서 난관을 극복하고 있다.“

** 지도자라면 이런 ‘위대한 국민’을 어떻게 이끌어야 합니까?

“국민을 풀어줘야 한다. 뛰게 해줘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정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자율적인 개념 아래 힘껏 뛸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

** 특별자치권과 세종시에 관한 생각은?

“특별자치권으로 계획된 도시가 바로 세종시다. 시민 스스로가 도시를 가꾸고 바꿔나간다는 컨셉이다. 세종시의 많은 시민들과 두루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은, 젊은 세대의 불안감이 높다. 자식세대, 일자리, 여러 가지 불안이 높다. 불안하면 국가가 ‘안전망’을 높여줘야 한다.

이건 사회와 국가가 만들어줘야 한다. 패자가 부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두 날개 중에 하나는 ‘자유주의’의 날개, 한쪽은 ‘사회안전망’의 날개다.”

** ‘안전망’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로 강조하고, 미래통합당은 국가발전과 번영을 강조하지 않는가?

“바로 편 가르기와 잘못된 인식이다. 사회안전망은 어려운 사람, 실패한 사람에게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지금까지의 복지정책은 퍼주기였다. 구조적인 문제요인에 접근하지 않고, 표가 있는 청년수당이라든지, 포퓰리즘적 안전망을 구축했다.

우리의 GDP에서 사회비 지출이 11% 조금 넘는다. OECD 평균은 22%, 북유럽은 32%를 쓴다. 그러나 우리가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복지라는 이름으로 많이 퍼줬다. 복지라는 이름의 매표행위를 소위 진보세력이 많이 해왔다. 합리적으로 디자인해서 주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에는 교육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사교육비도 국가가 나서야 한다. 단 교육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도 사람을 키우는 일에 돈을 써야 한다. 오래 걸려도 교육이 먼저다.

기초생활수급자 케어도 마찬가지다. 복지를 그냥 기획하면 안되고 인력수급, 산업 현황을 보고 디자인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주는 데 바쁘다. 퍼주기가 안전망 구축에 최대 걸림돌이다.

국민들이 복지를 퍼주기로 인식한다. 이재명 지사 같은 행동들이 ‘국가 안전망 구축’을 퍼주기로 인식하게끔 하고 있다. 그것이 복지체계 구축에 방해가 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조세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세 구조도 변경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일단 세금이 더 들어와야 한다. 법인세, 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이걸로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세정책, 제대로 된 산업정책 개선이 급선무다. 누가 더 내놓을 것인지. 진보 측에서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소위 ‘부자증세’ 가지고는 안 된다.

현재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50%다. 법인세 과세대상자 48%가 면세다.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다. 대한민국 정치가 썩었다고 봐야 한다. 덴마크는 최고세율이 59%고, 스웨덴이 57%다. 덴마크 도시근로자의 소득 6000만 원 이상이 세금 59%를 낸다는 얘기다.

스웨덴은 소득 8500만원이면 57% 낸다. 그중 중산층, 즉 허리 부분이 세금을 많이 낸다. 그렇게 해서 복지국가가 운영된다. 그런데도 불만이 없다. 왜냐면 낸 것보다 많이 돌려받기 때문이다. 국가가 의료와 교육을 공동구매해서 싸다.

또 ‘조합 운동’이 착근돼서 개인이 사는 물건보다 싸게 공급하는 등 세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국가와 공동체가 책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되돌아가는 것이 없다.

많은 세금을 내는 중산층 이상은 혜택이 없다. 그러니 뜯어간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전달체계 등 누수현상이 심하다는 인식이 뿌리깊이 박혀서 세금을 내면 도둑맞는다고도 생각한다. 한국 고소득자는 세금을 내면서 ‘뺏긴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우리나라는 사회비 지출이 많은 것도, 안전망이 두터운 것도 아닌데, 이런 불만 요인이 내연하고 있고, 세금 또한 잘못 쓰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민주당은 “자유주의의 날개를 부수고 있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뭐든 국가가 개입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방정치’에 평생을 바쳤는데 현 정부는 그런 노무현대통령의 정신을 역행하고 있다. 제주도에 줬던 자치경찰권까지 뺏겠다고 하고 있다. 자유주의의 날개를 꺾고 있다. 온갖 규제를 다하고 있다. 윤리로 해야 할 것을 법으로 만들고 있다.”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시당 위원장, 그의 머릿 속 진정한 구상은 무엇일까. 

 

** 김 위원장은 출신으로나 정서가 민주당과 가까운데요?

“민주당은 ‘위대한 국민’이라는 철학과 반대로 가서 함께 할 수 없었다. 사사건건 간섭하고 규제하는 데 실망했다. 이런 여러 담론을 가지고 ‘전국 순회’ 강연을 하려고 한다. 사실 민주당만 비판했는데, 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당이 미래통합당이다.

통합당은 자유주의 날개가 엉망이다. 보수를 지향하는 통합당에는 반공주의 권위주의적 통치 옹호 세력과 진짜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를 주창하는 진정한 보수, 두 세력이 존재한다.

현재 통합당 내부에서 이 두가지가 혼재돼 있다. 태극기부대는 반공주의 색채가 강하고, 지식인 중심의 보수주의는 이것과 엄연히 다르다.

내가 비대위원장을 수행하면서 우리의 ‘보수’는 ‘개인의 자유권의 확대’로서의 ‘자유주의 보수다’ 하는 플랜을 만들었는데 황교안 대표가 들어서면서 다 폐기해버렸다. 대단히 속상했다.

이때 나는 ‘아이노믹스’ 계획을 내놨다. 자유주의의 안전망의 양자 결합이다. ‘독자성(individual), 개혁(innovation), 창조(invention), 솔선(initiative), 구상(idea)’이다. 이것이 자유주의의 근간이라고 주장했다. 이 안에는 조세구조를 바꿔서 안전망을 확보하는 계획까지 포함되었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는 ‘민부론’을 내놨다. 내 생각은 거대정당 모두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 세종시의 유권자 성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세종시는 젊은 세대가 압도적이다. 젊은 세대와 이야기해보니 대체로 ‘자유주의자’다. “내가 맞구나!” 생각했다. 서울에서는 ‘세종이 진보색채가 강한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유주의에 가깝다. 원외 정치가 가능한 곳이라 생각한다.

진중권, 유시민 씨는 국회의원 배지가 없어도 현역 국회의원 몇십 명보다 영향력이 크다. 사회변화의 동력은 밖에서(원외에서) 생긴다. 통합당은 당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적다. 오히려 밖에서 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세종에서 ‘김병준 아카데미’를 시작하는 신호탄으로 보이는데...

“9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대상은 젊은 사람들을 비롯해 누구나 좋다. 단 한사람이라도 이야기 하겠다. 세종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도시에 대한 담론이 없다는 것부터 시작할 작정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 인간관계, 새롭게 들어서는 도시에 대한 담론이 없기 때문에 집값 이야기가 지배하고 있다.

‘도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 등 도시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현재 문제가 심각하다.”

** 심각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말씀한다면?

“세종시가 행정수도 위상만이 아니라, 실질적 위상을 갖춰야 하는데 서울이 가진 흡인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세종은 기본적으로 혁신이 가능한 도시여야 한다. 타·시도에서 못하는 것들이 일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이면,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시도해야 한다. 국가중심의 교육, 교과과정은 차치하고, 세종시만의 교육이 필요하다. 미래교육의 전형으로 꼽히는 몬테소리, 발도로프 교육이 한국에서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조합원비 천만 원 이상이고 등록금은 한해 800~2000만원이다. 귀족 아니면 보낼 수 없는 학교가 됐다.

공교육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을 특별자치시에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공교육으로 인정할 수 있는 힘, 세종시가 충분히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R&D(연구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연구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 R&D 성공률은 98%다. 이것은 일종의 코미디다. 해외의 성공률은 20% 정도다. 실패한 연구를 더 중요시한다. 실패하는 연구를 독려해야 한다. 98% 성공률로 연구해놓고 아무짝에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데, 성공률에 따라 점수를 주고, 용역을 주는 이런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혁신과 실험이 이 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세종시 정책이 필요하다. 각종의 실험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세종특별자치시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행정, 경제, R&D, 교육에 있어 ‘특별자치’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세종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을 때, 김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참여했지요?

“맞다. 그러나 당시의 도시설계와 지금 전반적으로 다르다. 세종시는 행정도시로서 자족도시로 기획됐다. 환상형 도로를 중심으로 당시에는 50만을 넘어 80만 인구를 꿈꿨다. 많은 기업이 들어오고 R&D 연구개발이 다양해지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이것을 살려야 한다.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세종시는 자족 도로와 직주 근접으로 설계됐다. 직장과 일자리가 같이 있어서 자전거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도시체계다.

그런데 본래의 설계가 크게 변질되었다. 당면 과제로서 철도교통 시대, 조치원 철도도 살려야 한다. 조치원은 100년의 도시다. 철도교통 시대의 총아였다. 그것이 도로교통 시대로 전환하면서 쇠퇴했는데, 다행히 철도교통시대로 다시 전환하고 있다. 조치원 전성시대가 올 것이다.

물류, 자본 기능 등 장기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알다시피 수도권이 혼잡해지면서 철도교통이 주목 받는 시대가 됐다. 올해부터 도로교통 예산보다 철도교통 예산이 많아졌다. 서울역에서 조치원은 1시간거리다.

수명 다한 무궁화호를 새롭게 알루미늄 새 열차라인으로 바꾸면 빠르게 닿을 수 있는 새로운 노선으로 가능해진다. 행정수도 세종에서 유라시아 철도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 근래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세종시 부동산이 ‘폭등’한다는 점에 대해서?

“국가가 땅값 올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세종이라는 신도시에 자본논리가 들어왔다. 이럴 때는 국가가 자본 논리를 억제해줘야 한다. 자본 논리가 들어오면 땅을 비싸게 팔고, 비싸게 땅을 산 사람은 고층으로 건물을 올리게 돼있다.

주택은 분양가 상한제에 묶이니 상가를 많이 보급했다. 이런 걸 세종시가 억제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데 땅장사를 했다. ‘국가가 있어야 할 때는 없고, 국가가 없어야 할 때 개입한다’라는 논리는 내가 늘 이야기하는 안타까움이다.

세종이 이렇게 된 건 당초의 설계에서 크게 벗어났기 때문이다.”

** 김 위원장의 정치적 계획은?

“세종시에서 더 이상 출마 안할 것이다. 내 정치 일정은 ‘대선’까지로 보고 있다. 현재 대선후보 12명 물망에 올랐다. 이게 안 되면 나는 끝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 통합당에 대한 견해는 혁신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혁신 후에 대선을 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는 살아움직이는 생체’라고 하지만 세력, 자본력, 대중성, 인지도, 퍼스낼리티 등에서 볼 때 가능성이 있을지요?

“나는 대통령을 한번 만들어봤다. 무일푼에 내가 가진 것의 1/10도 안 가진 분(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지금의 대통령 선거는 돈으로 되지 않는다. 경선도 마찬가지다. 이미 돈 한 푼 없이 이번 선거도 치렀다.”

김 위원장은 자신감을 내보였다.  

** ‘미래통합당의 노무현’으로 가는 것입니까?

“‘통합당의 노무현’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김병준이다. 야권에서 영남권과 충청권 대단히 중요하다. 영남에서 대선후보로 당내에서 거론되는 사람은 홍준표 의원과 나, 둘 뿐이다. 영남 분위기는 학구적이고 아카데믹한 인물을 원하고 있다.

확장성 있는 인물을 원한다. 내년에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다. 정책경험과 행정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을 것을 고민할 것이다. 앞으로의 가능성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 왜 정치를 시작했나?

“세상이 굴러가는 모습에 화가 나 있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민운동, 분권운동에 전념했고, 이 과정에서 야인으로서의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 이후 정책캠프 좌장으로 정부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뭐가 되겠다고 살아본 적은 없다. ‘세상을 고쳐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민주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노선을 바꾼 이유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노무현의 정책통이었지만, 바꾼 이유는 딱 하나다. 민주당은 ‘비 노무현’, ‘반 노무현’ 2갈래로 ‘노무현’이 설 자리가 없었다. 민주당은 노무현의 철학과 반대되는 입장으로 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권과 자유를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이다.

그래서 인연이 닿은 건데, 지금은 지방분권이라도 제대로 된 게 없다. 제주도 자치분권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현재 민주당은 국가주의자들, 권력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국민의 힘이 아니다. 자유의 개념도 어긋난다. 통합당은 자유주의 정당이라 택했다.”

** 현 정부에 대한 견해는?

“노무현 대통령 정치 안에는 좌파 우파 2가지가 있었다. 결국 우파가 장악을 하고 이끌었다. 그 중심에 내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좌파 이정우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세를 이끌고 있다. 이후 임종석 등이 들어왔다.

당시 노 대통령은 우파의 손을 들어 한미 FTA도 하고 해군기지도 조성했다. 이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 지금의 정부다. 현 정부는 반 노무현 계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정부는 노무현조차 설 땅이 없다. 노무현 우파가 설 땅이 없다. 이와 관련해 칼럼을 쓴 적도 있다.”

** 가장 편안한 시간은?

“식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가족이 나의 보람이자 힘이다. 세종시 종촌동 가재마을 12단지에서 살고 있다. 사무실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가족들과 편안한 시간이 가장 좋다.”

**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한 번도 편안한 적이 없었고, 또 쉬웠던 적도 없었다. 고등학교부터 시작해서 계속 먹고 살기 힘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8년 선배다. 그의 인생처럼 내 인생도 쉬운 것은 없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들 말하지만, 계란이 그 계란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바위를 쳐본다. 그런 마인드로 정치에 임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오른쪽 새끼손가락 한마디가 없다. 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섯 살 때 누가 손에 도끼를 떨어뜨렸다. 그래서 손가락이 없다. 그런데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 겉은 그렇게 안보이겠지만, 거친 손만큼 어려움이 많았다. 고생을 많이 했다.” 

 


[김병준 위원장에 대한 소개(세부)]

● 학력

1954. 3. 경북 고령 출생
1960. 3. 경북 고령초등학교 입학, 대구 수창·남산초등학교 전학
1969. 2. 대구 경상중학교 졸업
1969. 3. 대구상업고등학교 졸업
1976. 2.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79. 2. 한국외국어대학 대학원 정치학석사 졸업  
1984. 5. Univ. of Delaware 대학원 정치학박사 졸업

● 저서
<한국지방자치론> <지방자치론> <김병준교수의 지방자치 살리기>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대통령권력> <Building Good Governance> <아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이름> 외 공저 10여 권

/ 진행=이계홍 주필, 정리=이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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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20-08-13 18:52:58
뜻하시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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