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충대병원‧을지대‧건양대병원, 응급진료 불가... 대전충대병원 후송 중 사망 분석
출범 후 8년간 원정 후송 되풀이... 지역 응급의료 시스템 재정비 절실
[세종포스트 이희택·김인혜 기자] 세종시의 취약한 응급의료 시스템 현주소가 안타까운 사망사고로 확인됐다.
11일 세종소방본부에 따르면 30대 산모 A 씨는 지난 달 27일 지역의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자연분만) 후 과다 출혈 증세를 보이던 중 숨을 거뒀다.
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3시 41분경 산부인과로부터 신고를 받고 오후 3시 44분경 현장에 도착했고, 오후 3시 53분 병원을 떠나 오후 4시 28분경 대전 충남대병원으로 산모 A 씨를 옮겼다.
안타까운 일은 이 과정에서 빚어졌다. 당시 119구급차량에는 운전자 등 앞좌석 2명에다 뒷좌석 응급처치 구급대원 1명이 기본 탑승하고,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 A 씨를 돌보며 이동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A 씨가 분만 후 출혈이 심해지자, 병원 측이 구급차 도착 전 혈액 2팩을 수혈했으나 활력 징후가 불안정해 (119에)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해왔다”며 “현장에 도착해 A 씨 상태를 확인해보니 의식은 있으나 많이 처져있었고, 산부인과 측에선 대전 충남대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이송 중에도 계속 출혈이 일어나 또 다시 혈액 1팩을 추가 투여하고, 환부 직접 압박과 심전도 모니터링, 산소 투입, 혈압 측정 등의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했다.
A 씨는 대전 충남대병원으로 후송 도중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이송 중 이미 사망했다고 한다”고 답변했다.
사망 시점과 관련해선 관계자들의 진술이 다소 엇갈렸다. 소방본부는 후송 중 사망 여부에 대해선 의사 외 판단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A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과 과실 여부 등은 향후 대전지방경찰청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 부검 결과에 따라 일부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 부검 후 국과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망 원인은 통상 한달 전‧후 확인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현재 산부인과 측과 협의 절차를 밟고 있다. 책임 소재가 곧 밝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세종시의 허약한 응급의료시스템 체계다. 7월 27일 기준 지역 응급의료전문기관은 나성동 NK세종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이 전부였다.
NK세종병원엔 산부인과 진료 과목이 없었고, 세종충남대병원은 7월 16일 개원 후 11일 차를 맞아 정비를 온전히 끝내지 못한 상태였다.
실제 세종충남대병원은 아직 ▲산부인과 분만은 임신 32주차(8개월) 시점부터 가능 ▲산후출혈 응급진료 불가 ▲흉부외과 9월부터 진료 ▲피부과와 이비인후과, 치과 진료 곤란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불가능 ▲약물중독 진료 불가 ▲폐쇄 병동 미운영 등 응급실 진료에서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는 세종충남대병원이 응급 상황을 대비해 세종소방본부에 제출한 진료 여건이다.
결국 산부인과와 119구급대원도 응급 환자를 가까운 세종충남대병원에 후송하지 못한 채, 지난 8년간의 ‘원정 후송’이란 전철을 되풀이하게 됐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19응급이송지역 비중은 충북이 37.4%로 1위를 차지했고, 세종시는 29.3%로 대전(26.1%)과 유사한 점유율을 보였다. 충남이 7.2%로 4위를 유지했다.
앞으로 세종시 비중이 확연히 늘 것으로 보이나, 그 몫은 세종충남대병원과 NK세종병원에 달렸다. 그렇지 않고선 2020년 12월말 통계에서도 충북과 대전, 충남으로 원정 후송의 아픔은 반복될 공산이 크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산부인과 측이 세종충남대병원이 산후 출혈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판단, 대전 본원으로 전원을 요청했다”며 “가는 도중 을지대병원과 건양대병원에도 연락을 취했으나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다시 대전 충남대병원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산부인과의 경우 전공의‧전문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전국적인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 응급실 진료 정상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출산 중 사망으로 의료분쟁 조정‧중재 접수 건이 꽤 있다”며 “불가항력적인 분만 과정의 의료사고에 대해선 최대 3000만 원을 보상하고 있다. 의료사고가 무조건 병원 측 과실로 속단하기 어렵다. 합병증인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해당 산부인과의 공식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고 경위 등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전화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최근(2017년 1.67명, 2018년 1.57명) 통계 기준 합계 출산율 부동의 1위인 세종시.
합계 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세종시는 이 기간 전국 평균이 1.05명, 0.98명인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세종시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 씨의 사망원인과 책임소재는 곧 밝혀지겠으나, 세종시의 취약한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 과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게 됐다.
한편, 세종시 산부인과는 읍면 2곳과 신도시 9곳 등 모두 11곳이다. 최근 1~2개월 사이 4곳의 산부인과가 추가로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