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덧버선, 바로 버무린 겉절이, 과도로 잘라주는 복숭아... 나만의, 시장만의 '소확행 찾기'
“이게 행복이지, 이게 사는 맛이지”... 느끼고 싶다면 세종전통시장 강추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누군가 그랬다. 삶에 대한 ‘힘’이 안날 땐 ‘시장’엘 간다고...
가보니 알겠다. 그렇게 말한 이유를. ‘시장’엔 분명한 힘이 있다.
칠순을 한참 지난 할머니가 복숭아 박스를 척척 옮기시고,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삶을 대하시는 상인들. 그러면서도 함박웃음 가득한 삶의 아름다운 진면목들.
물건을 파시다 잠깐의 짬을 내 드시는 점심에 “와서 같이 먹어요!”라고 건네는 인사들. 왠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러오는 마음이 든든하고 푸근해지는 곳이다.
그렇다. 삶이 별거냐. 맛있게 먹고, 웃고, 오늘 하루 즐거우면 된 것을. 너무나 복잡하게만 생각해 놓치기 쉬운 것들을 오늘 조치원 세종전통시장에서 재회하게 됐다.
소박하게 아름답고,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 것들
어렸을 적 할머니는 왜 그리 꽃 그림이 있는 덧버선을 신으셨는지 어렸을 적 그 느낌이 생각났다. 2켤레에 단돈 5000원. 너무나 사고 싶었다. 까만 봉지에 담아 할머니를 드리면 무척 좋아하실 것 같은... 하지만 이제 드릴 할머니가 안계서 사진 못 했다.
농사지을 때 꼭 필요한 농촌 필수 아이템 ‘작업 방석’은 작은 쿠션은 7000원, 큰 쿠션은 1만 원이다. 시장에 와야 살 수 있는 ‘시장템’이다.
모종도 그렇다. 상추는 한 줄에 1000원. 파 한판은 7000원이다. 상추 한 줄이면 온 가족이 여름내 쌈 싸 먹을 양으로 보인다. 농사 스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장에서 마주한 ‘푸르름’만으로 마음이 힐링된다.
고소한 냄새를 따라갔다. 참기름이 졸졸 흐르는 방앗간이다. 중국산 참기름은 7000원, 국산은 2만 원이다. 바로 내린 참기름은 정말 극강의 고소함을 자랑한다. 집에서 참깨와 들깨를 가지고 와 직접 기름을 내려가는 시민도 포착됐다.
“직접 기름 짜서 먹으면 시중에서 파는 거 못 먹어요.”
이 보다 더 저렴할 수 없다
빵집 앞에서는 가격표를 한참 들여다봤다. 단팥빵, 소보루, 슈크림 빵 모두 단돈 500원. 그것도 바로 구워 빵 냄새가 솔솔 나는 빵집 앞이다.
“시장에서 비싸면 안 팔려. 인건비 아끼느라 온 가족이 매달려 빵 굽는 거야!”
안쪽을 들여다보니 남편분이 빵에 시럽을 바르고 계신다. 구수한 빵 내음과 달콤한 냄새가 동시에 난다. 다른 어느 곳보다 ‘오감’이 만족하는 이곳, 조치원 세종전통시장이다.
닭 부속이 종류별로 있는 곳도 인기가 많다. 닭똥집, 내장, 염통 등 부위별로 살 수 있어 깨끗하고 편리하다. 그 옆에는 닭강정도 팔고 있어 장을 보면서 요기를 할 수 있다.
조치원 내 시장에서 유명한 ‘호떡’도 이날은 먹지 못했다. 복숭아 수확 철로 과수원에 집중하고, 복숭아 철이 끝나고 호떡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안 쓰고 연한 오이’라고 예쁜 글씨를 알아보자 야채 가게 어르신은 “며느리가 써준 거야!”라며 자랑하신다. “세종시가 생기기 전에는 ‘우리 시장’을 알아줬는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고 아쉬워하신다.
“조치원 시장에 많이 좀 와주세요. 싸고, 싱싱하고, 물건도 많아요”라고 하시는 당부의 말씀.
조치원 시장에서 마주한 3무(無)와 3 유(有)가 있다.
대형마트처럼 ‘큰 카트’와 ‘쾌적한 주차장’,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없다. 하지만, ‘소담스럽게 농사지은 농작물’과 ‘저렴한 가격의 물건’ 그리고 ‘푸근한 인심’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시장에서 열심히 사시는 상인분들의 ‘에너지’.
오늘 조치원 시장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과 상인분들과 교감한 ‘에너지’로 당분간은 쌩쌩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긴 장마, 지붕이 있어 비 맞을 걱정 없는 조치원 시장 나들이는 어떨까?
아이들과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면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게' 하루가 금방 갈 수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