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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론... ‘정치의 진실, 진실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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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론... ‘정치의 진실, 진실의 정치’ 
  • 최민호
  • 승인 2020.08.07 08: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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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 온 세종(Rhapsody on Sejong) 4편] 2004년 위헌 판결이 던진 의미 되새겨야 
중앙정치권의 정략적 이용 이제 그만... 시민들의 자각으로 행정수도 완성해야 
행정수도 이전론은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제기된 백지계획에 이어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부활한 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좌절됐다.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현판식. (제공=대통령기록관)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다시 뜨겁다. 

정치권에서의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세종시가 먼저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고 대전시와 공주시 나아가 충청권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 수도권도 당연히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다. 
  
세종시에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종시에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한 행정의 중추기관이 이전되어 행정수도가 완성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원안 수정안 찬반 등으로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행정수도 논란이 종지부가 찍혀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비대를 방비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 시점부터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행정수도의 이전’. 행정수도가 세종시로 이전이 완성된다면, 세종시로서는 다시 한 번 문자 그대로 천지가 개벽되는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중앙’과 ‘지방’이라는 말은 그곳이 수도인가, 아닌가의 차이에 다름 아니다.

이제까지 ‘서울’은 ‘중앙’이었다. 수도였기 때문이다. 서울 이외의 전국의 모든 지역은 ‘지방’에 불과했다. 그러나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세종시’가 ‘중앙’이 되고 서울을 비롯한 다른 모든 지역은 지방이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서울은 왕이 있는 가장 높은 곳이었다. 그래서 남쪽의 제주도는 말할 것도 없고, 북쪽의 함경도에서도 서울을 향해서는 ‘올라간다’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전국의 모든 지역이 세종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고, 세종으로부터는 서울을 비롯한 모든 지역이 지방인지라 ‘내려가는’ 곳이 될 것이다. 

철도의 상행선과 하행선의 표시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이라면 서울 대신 세종이 기점이 되어 세종방향으로 오는 철도가 상행, 멀어지는 방향이 하행선으로 바뀌어야 옳게 되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미국의 제일도시 뉴욕이 아무리 거대도시라 해도 그 정치 외교 행정적 위상을 수도 워싱톤 D.C.와 비할 바는 아니다. 세계 각국의 대사관과 외교관들은 워싱톤 D.C.를 맴돌지 않고 일을 할 수는 없다. 대통령과 세계를 움직이는 미 의회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수도’란 그 나라의 대표도시다. 그에 걸맞는 격이 있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에서 ‘세종’으로 변경되는 순간, 세계 모든 나라의 교과서와 관공서, 기업체, 관광지,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분야에서 이를 수정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지난 2012년 9월 국무총리실로 시작된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세종시 성장의 토대가 됐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지난 2012년 9월 국무총리실로 시작된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세종시 성장의 토대가 됐다. (사진제공=시민 김강산)

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닌 ‘대한민국의 수도’로서의 격에 맞는 도시로 전혀 다른 차원의 계획과 시설로 다시 재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각국 대사관, 언론기관 외에도 세종시민은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기관과 시설이 속속 ‘수도 세종시’에 들어서는 광경을 보게될 것이다. 

세종시 주민들의 재산가치 상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세종시에 대한 인지도가 급상승함으로써 세종시민의 자부심은 장대의 깃발처럼 높아질 것이다. 가슴 뛰는 흥분을 어찌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종시는 이미 이런 ‘행정수도’의 완성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앞에서 놓쳤다. 

당시의 노무현 정부는 청와대, 국회 및 중앙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것을 ‘수도’를 이전하는 문제로 관습헌법으로서의 헌법적 사항이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행정수도’와 ‘수도’의 개념을 애매하게 생각해버린 측면도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그런 의미에서 허를 찔린 기습적인 것이었다. 

그런 연유로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세종시는 ‘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격과 의미가 비교가 되지 않는 다른 도시로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집권당 내부에서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한다는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시작된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2003년 당시의 논의와는 결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논의를 재점화한 것이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책임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종시가 왜 행정수도가 안되었던 것인지 정확하고 분명히 그 문제를 파악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 문제를 다시 정리해보면, 

첫째, 행정수도 이전은 결국 ‘천도’, 즉 우리나라의 수도를 이전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2004년 10월21일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의 이전은 헌법상의 수도개념에 포함되는 국가의 수도를 이전하는 내용을 가지므로 곧 우리나라 수도의 이전을 의미한다...’

즉, 신행정수도는 행정기관의 중추도시라는 소극적 의미가 아니라, 수도의 이전 즉 ‘천도’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행정수도, 경제수도, 문화수도 등 지방도시를 특성에 맞추어 각 분야의 중심도시로 집중 육성한다는 취지는 매우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어떻든 한 국가의 수도는 어딘가 정해져야 하고, 행정수도의 이전에 있어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는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들이 소재하여 국가의 정치 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임이 명확하며... 따라서 신행정수도의 이전은 헌법상의 수도개념에 포함되는 국가의 수도를 이전하는 내용을 가지므로 곧 우리나라의 ‘수도의 이전’을 의미한다’라고 못 박고 있다. 

다시 말해 행정수도가 수도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둘째, 행정수도의 이전은 헌법개정 또는 국민투표가 필수적인 사항이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 전경. (발췌=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전경. (발췌=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인 것은 우리 헌법에 명문의 조항은 없으나 오랜 세월에 걸쳐 확립된 관습헌법으로서 소위 불문헌법에 해당되는 것이고...’라고 하여 우리의 수도가 서울인 것은 관습헌법적 사항이라 선언했다. 

 

그러면서 ‘수도를 충청권의 어느 특정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수도는 서울’이라는 불문의 헌법사항을 변경하는 내용을 가진 것으로, 수도가 서울이라는 불문의 관습헌법사항을 헌법개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법률의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 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였던 것이다. 

서울에서 세종으로의 수도이전은 국민투표나 헌법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현행 헌법 제128~130조는 개헌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나 대통령의 발의에 따라 제안되며, 국회 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개헌은 확정되고, 대통령은 이를 즉시 공포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야 수도이전은 완성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어떻게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국회는 서울 여의도와 세종시 중 어디에 있어야 하나. 16년간 해묵은 과제가 다시금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제공=국회)
행정수도 이전론, 16년간 해묵은 과제가 다시금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국민적 합의가 우선 중요하다. (제공=국회)

집권당이 절대 다수당이기 때문에 개헌절차 또는 국민투표를 강행하면 그만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여당도 개헌 요건인 3분의 2이상의 의석(200석)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수도이전에 대해서는 국민적 분열이 극심한 사항이다. 개헌 내용이 수도이전만이 아니라, 현행 권력체계의 변화나 다른 헌법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미 여러 여론조사에서 수도권과 영남지역 사람들은 수도이전에 반대여론이 크고, 충청권과 호남지역은 지지여론이 크다는 내용이 소개된 바 있지만, 새로운 수도이전 논의는 한바탕 국민적 논란으로 엄청난 정치적, 지역적 파장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하히 이런 극심한 국민적 분열을 해결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주민들이 금번의 수도이전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개헌 또는 국민투표라는 절차 없이 수도이전은 불가능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대응책 없이 집권당의 책임자가 논의를 시작했을 리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민들이 이런 정치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복안이나 정치적 묘수를 희망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며 그래서 더욱 열렬히 환영하는 것이다. 그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란 법의 테두리 내에서 행해져야 할 행위이다. 그러나 또 한편 정치란 법의 테두리를 새롭게 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통치’라는 개념으로 정치는 법 위에 존재하기도 했음을 지나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1532년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출간되면서 정치는 권력추구라는 목적의 달성에 있다고 하였다.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 도덕·종교에 반(反)하더라도 목적이 달성되면, 수단의 반(反)도덕성·반(反)종교성을 정당화시킨다는 것이었다. 한 때 근현대 독재자들의 독재 정치를 옹호하는 정치사상이었다. ‘정치의 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로마사 논고’라는 저술에서 ‘민중에 의해 선출된 정치가는 민심을 저버리고 요새에 의존하는 군주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그의 이런 태도에 버트란트 러셀은 마키아벨리즘은 ‘권력을 획득하고 싶으면 '냉철'해져야 하는 것일 뿐, 부도덕을 행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며, 아주 뚜렷하고 명확하며 좋은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경우에만 권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진실의 정치’만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세종시 주민들은 세종시가 중앙정치권의 정략에 이용당해서는 안된다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바 있다. 새로운 수도이전 문제가 정치권의 정략적 이용물로서 또다시 농락당해서는 안되겠다는 시민의 자각 또한 금번 수도이전 논의의 새로운 국면이다. 

최민호 전 행복도시건설청장

<랩소디 온 세종(Rhapsody on Sejong)>

랩소디(Rhapsody)는 그리스의 서사시를 뜻했고, 현재는 ‘환상곡풍의 자유로운 노래’, 그래서 우리말로는 광시곡(狂詩曲)으로 번역한다.

세종시는 랩소디로 작곡하기에 아직 역사가 얕다고 말할지 모르나, 가파른 흐름이 담긴 파란만장한 압축이 녹아있는 도시로 미친듯이 노래로 환생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랩소디 온 세종(Rhapsody on Sejong)’은 그렇게 불러보는 세종의 태동과 애환과 미래를 노래하는 글이다. 랩소디는 서사적이자, 영웅적이자 민속적인 노래다. 단악장이고 형식도 자유롭다.

세종을 노래하는 글, 최민호의 ‘랩소디 온 세종(Rhapsody on Sejong)’을 격주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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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20-08-07 21:02:40
부동산정책 실패의 눈돌리기.이게 진실.진심 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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