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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떡집, 4대를 이어온 쫄깃한 맛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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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떡집, 4대를 이어온 쫄깃한 맛의 비결은?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07.2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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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장터 인기 먹거리, 4대가 이어온 부강면 떡집
방앗간으로 시작, 바로 찧은 세종 쌀로 새벽 6시부터 떡 나와
친정어머니부터 손녀까지 이어진 떡 사랑으로 신메뉴 계속 개발 중
아름동 싱싱장터 '한씨떡집'의 판매대 모습. 현재는 2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3대 어머니와 4대 딸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언젠가 싱싱장터에서 떡 앞에 밝게 웃는 3대의 사진에 시선이 머문 적이 있다.

할머니와 딸 그리고 손녀까지... 그 모습이 참 예뻤고 부러웠다. 그리고 나서 3대가 함께 만든 떡 맛이 궁금했다.

그리고 ‘부강면’에서 만난 ‘한씨떡집’. 옛 풍경이 가득한 시장 골목의 한씨떡집에서 4대에 걸쳐 만든 떡이야기를 들어봤다.

부강면에 위치한 '한씨떡집' 앞에서 친정어머니 한임희 대표와 딸 조수아 실장. 4대째 같은 자리에서 방앗간에서 떡집으로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조 실장은 이 곳이 '터가 주는 기운'이 있다며 애정을 표했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
세종시 부강면 오대길 9번지. 4대에 걸쳐 떡을 찌고 있는 ‘한씨떡집’은 증조할머니 때부터 이어져 왔다. 방앗간으로 시작한 이곳은 지금까지 떡 내음이 가득하다.

70세 한임희 대표의 이름을 따서 지은 ‘한씨떡집’은 37세 딸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세종시 출범 초기, 떡을 만들어 첫마을 로컬장터에서 내다 팔면서 싱싱장터와 연결이 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초기에는 동네 사람들이 떡 팔아 얼마나 벌겠냐고”하면서 “방앗간이나 하라”는 우려 어린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떡’ 하나만 보고 40군데 이상을 새벽 배송을 하면서 떡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한 한임희 대표. 2006년부터 제조업 허가를 받고 본격 떡 유통에 뛰어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안 하고 싶었는데, 하다 보니 계속 떡을 만들고 있더라고요.” 떡집을 찾아간 날도 한 대표의 손에는 쌀가루와 떡고물이 하얗게 붙어 있었다.

“떡 하나만 보고 평생을 살았지요. 새벽 2시에 일어나 쌀을 씻고 떡을 찌고, 그런데 신기하게 떡은 매일 먹어도 맛있네요.”

한임희 대표의 50여 년간 떡을 만들어 온 손. 분명 손을 씻고 왔음에도 오래 굳은 쌀가루는 가시지 않는다.

떡 맛의 비결은?
한번 맛을 보면 계속 먹고 싶어진다는 ‘한씨떡집’의 떡들. 대체 비결이 뭘까?

“바로 도정한 쌀로 습도를 조절해서 떡을 쪄요.” 화려하고 비밀스러운 비법이 아닌 아주 기본적인 대답을 내놓은 한 대표.

기본에 충실한 떡 맛에 세종시민의 애정을 한 몸에 받고 있는가 보다. 한 시민은 “떡은 두 길로 나뉜다”며 “뚝뚝 끊어지는 맛과 쫄깃하게 이어지는 차진 맛인데 한씨떡집은 후자다”라고 맛을 표현했다.

50여 가지의 떡 구성을 자랑하는 한씨떡집은 사소하고 평범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테일이 다른 매력이 있다.

예로 들면, 꿀떡은 흔히 볼 수 없는 ‘복주머니’ 모양이라던가, 앙꼬절편은 ‘나뭇잎 모양’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비주얼과는 다르다. 떡볶이 떡도 쫄깃함이 남달라 마니아층이 있다.

그렇다면 세종시민인 사랑하는 떡 1위는 무엇일까? 시민의 반응이 가장 좋은 ‘통팥찰떡’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 대표가 가장 애정하는 떡은 ‘바람떡’을 꼽았다. 효자상품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전통으로 애정이 남다른 기본떡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떡과 함께 손님이 원하는 답례떡 메뉴도 구성돼 있는 한씨떡집 메뉴. 통팥찰떡, 약식, 꿀떡, 호박설기 등 천연재료로 색을 내고 굳지 않는 떡을 만드는 비법으로 인기가 좋다. 디자인을 전공한 둘째 딸은 떡집 간판이나 포장지를 세련되게 꾸몄다.

효녀 딸이 함께해 엄마는 ‘천군만마’
평생 떡을 찌는 엄마를 바라보던 딸이 전공인 ‘건축’을 내려놓고 엄마 일에 동참했다.

워낙 건축일을 좋아해 내려놓기 힘들었지만, 기왕 하는 거 ‘잘해보자’라는 마음에 ‘떡 기술 자격증’도 따고 떡 연구와 관련된 벤처 대학 수업도 수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식품을 연구하는 프로그램 코스도 1년 이상 다녔다.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라며 배시시 웃는 조수아 실장. 작은 체구로 떡을 향한 직진만을 고수하는 ‘걸크러시’ 어머니 뒤에서 살뜰히 떡집 살림을 책임지는 내공 만점 살림꾼이다.

한 대표는 “딸이 함께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라며 “제가 앞만 보고 갈때 좌우 양옆을 꼼꼼히 잘 살피는 모습을 보니 ‘떡’에도 소질 있다”고 평소 하지 못한 말을 꺼낸다.

딸 조 실장은 “전통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돕고 싶다”며 “새싹보리떡도 특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설레는 마음을 표현한다. 엄마가 일을 벌이면 수습하기 바쁘다고 말하지만, 떡을 향한 사랑은 엄마나 딸이나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매일 2가마 이상의 떡을 새벽부터 만드느라 늘 잠이 부족하다는 한 대표의 마지막 꿈은 무얼까?

“지금은 50여 가지 떡을 직접 만들고 있는데 이제 자동화 시스템에서 만들어보고 싶다”며 “그래도 제일 큰 소망은 손님들이 떡을 드시고 그저 건강하고 맛있다고 말씀해주시면 그렇게 행복하다”며 웃음 짓는 한 대표.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는 속담이 오늘은 다르게 느껴진다. ‘맛있는 떡은 50년 이상 쌀가루를 비빈 거친 손으로 만들어진다(?)’라고...

단정하게 포장된 ‘한씨떡집’의 떡 위로 한 대표의 거친 손이 오버랩된다. 역시 맛과 멋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쌀 농사를 지은 동생이 받은 표창장과 농업인대상. 동생이 지은 쌀로 바로 도정해 떡을 만들고 있다. 한 대표는 최근 명인 등록을 권유 받았지만, '떡을 만드느라 등록을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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