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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듯 천안인 듯 아리송한 ‘소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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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듯 천안인 듯 아리송한 ‘소정면’
  • 이계홍
  • 승인 2020.06.20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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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돌자 세종 한 바퀴 '소정면 1편'] 상대적 박탈감, 점점 떠나는 인구  
세종시민으로서 정체성 확보, 이끌어낼 방법은?
세종시 최북단에 자리잡아 천안을 생활권으로 둔 아리송한 행정구역 '소정면'. 사진은 소정면사무소 전경. (사진=정은진 기자)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썸은’ 썸씽(Something : 무언가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도 의미하고자 하는 그 야릇한 무엇이 있는 것)의 줄임말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나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관계를 유지하는 사랑의 묘한 감정을 일컫는 신조어다. 

'사랑인 듯 사랑 아닌 사랑 같은 너‘라는 개념에서 유래한 인식의 태도다. 다시 말해 남녀 사이에 사랑의 뭔가가 있긴 한데 정식으로 사귈 만큼의 호감인지 아닌지 불확실한 관계를 말한다.

이 신조어의 원형은 소유와 정기고의 노래 '썸‘에서 유래되었다. ‘썸’은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라는 가사로 등장한다. 

√ 세종인 듯 천안인 듯 아리송한 ’소정면‘ 

‘세종인 듯 세종 아닌 천안 같은 소정면’은 이 가사의 변형이자 전화(轉化)의 레토릭이다. 세종시인 것 같은데 세종시 같지 않고, 가까운 천안 같은데 정작 현실은 천안시가 아니다. 

행정 단위로 세종시 소정면은 신도시 보람동 세종시청 기준 가장 먼 거리에 있다. 소정면에서 세종시청까지 가려면, 승용차로 50분 정도 소요된다. 반면 시 경계인 천안시는 10~20분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러니 생활권은 자연 인접한 천안시다. 생활권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도 대부분 천안의 중고교를 다닌다. 그런 이유로 소정면에 학교라곤 소정초등학교 1곳이다. 

소정면은 한때 천안에 소속되었다가 연기군으로 돌아오고, 전의면으로 갔다가 다시 천안에서 가져가려 하자 연기군이 소정출장소를 만들고, 뒤이어 소정면사무소로 행정 단위를 구축했다고 전해진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천안시가 가져가려 했다가 연기군에 고착된 것으로, 지역 정치인들이 득표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파생된 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세종인 듯 세종 아닌 천안 같은 소정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 소정면, 19개 읍면동 중 인구 감소세 뚜렷 

6월 19일 현재 소정면 인구는 2494명이다. 19개 읍면동 단위 중 가장 인구수가 적다. 몇 년 전만 해도 한 계단 위인 연기면(2611명)보다 많은 3000명 대를 유지했는데 올해 3월 역전됐다. 

이의 원인은 구조적으로 농촌 인구의 감소 영향 때문이지만, 성장 메리트가 없으니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는 모양새다. 올해 소정초 졸업생은 20명인데, 입학생은 단 6명 뿐이었다고 한다. 어린이가 줄어든다는 것은 젊은 엄마 아빠들이 소정면을 벗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농 현상의 또다른 상징이다. 

√ 세종시민으로서 정체성 확보, 여전한 숙제 

염기택 소정면장이 소정면 상황과 숙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은진 기자)

세종시민이지만 세종시 관할에서 벗어나있는 것같고, 천안시와 인접해있으니 생활권이 천안이지만 정작 행정적으로 천안시민이 될 수 없다. 세종시민으로서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광스런 세종시민의 일원으로 참여하려면 이런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안부터 강구해야 할 것 같다.

세종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법이 무엇일까. 무엇보다 유기적인 소통과 경제적 이익을 담보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은 시와 지역주민이 머리를 맞대면 대안이 나올 것이다.  

본지는 2018년 6월 20일자에 ‘2022년 세종시 읍면지역, 균형발전 갈증 해소될까?‘ 제하의 기사에서 “세종시 읍면 지역의 불균형 발전과 상대적 박탈감 해소는 주민들의 숙원이다”며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중 소정, 전의, 전동면의 소외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방 선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바 있다. 

노무현 정권에 의해 건설된 세종시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온 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이춘희 시장이 압도적인 표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신도시와 읍면 지역의 표 차이는 현격하게 드러났다.

신도시에서는 아름동(77%)과 새롬동(75.7%) 등 평균 74.6% 득표율을 얻은 데 반해, 읍면지역에서 평균 58%로 뚝 떨어졌다. 장군면(64.3%)과 조치원읍(62.2%)이 상대적으로 높았을 뿐, 나머지 8개 읍면 득표율은 60% 이하에 머물렀다. 세종시청에서 가장 원거리인 전동면(51.7%)과 소정면(53.9%)이 그중 가장 낮았다.

이는 농촌의 보수적 고연령층의 투표 성향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행정수도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상대적 소외가 낳은 현상으로 풀이될 수 있다. 

√ 불균형 발전과 상대적 박탈감 해소해야

사실 세종신도시 인근 지역은 개발의 후과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먼 지역은 개발의 지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신도시와 연계된 읍면은 비알티(BRT) 노선 등 교통망 구축과 농산물 공급의 수혜를 받고 있으나, 먼 거리의 농촌 지역은 그다지 따사로운 ‘햇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먼 거리에 있다 하더라도 세종시민이라는 정체성 확립과, 이를 현실화하는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세종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경제적 이익을 담보해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소정면은 천안권과 인접한 최북단에 위치하다 보니 세종시로서 상대적 취약지구가 되어있는 반면에 수도권에서 맨먼저 진입하는 세종시 초입이라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신규 산업단지 2곳이 조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특성화고교 신설 등으로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북부권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이춘희 시장의 구상이기도 하다. 이를 보다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한다.  

본지가 지적한대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판매센터 설치, 명품 농업특구 조성, 농산물 특화거리 조성 등 농촌경제 활성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소정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전 읍면 지역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우선적 시범 지역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불균형발전과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것은 소정면이 간절히 바라는 요구다. 세종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의 확보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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