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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문재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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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문재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이계홍 주필
  • 승인 2020.05.20 14: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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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에 붙여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좌)과 이병완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우). (출처=노무현 재단)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오전 11시쯤이었을까. 필자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 교외 산을 등산 중이었다. 그런데 라디오를 켜놓고 산을 오르던 한 친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 마을의 뒷산에서 추락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금방 라디오에서 긴급 타전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퇴임한 후에도 집요하게 검찰과 언론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었다. 굴욕적인 검찰 소환과 논두렁 시계, 봉하마을로 옮긴 사저가 진시황제의 ‘아방궁’이라느니 거의 능멸에 가까울 정도로 공격을 받았다. 

 

그래서 어떤 막연한 불안감이 들던 때, 이 말을 듣고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대개 이런 예감은 불행히도 현실로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후 되어서는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11주기 기념사진. 

√ 노무현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강한 나라’

생전에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처지는 아니지만, 노 대통령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던 사람이었다. 접근하기 어려운 권위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동네 가게에서 쉽게 만나 싱거운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던 사람이었다. 

눈물을 뛰어넘는 소박한 웃음, 쉬운 시중 언어, 너무도 인간적인 이마의 일자 주름살, 형식을 따지지 않는 수더분한 복장은 바로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장난기 있는 한 시민이었다. 멀리 있어도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23일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이한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날 봉하마을에서 열릴 노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은 코로나바이러스 19 확산 우려 때문에 예년과 달리 현장 추모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고 한다. 

대신 랜선 추도식으로 전환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추모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노무현 이 꿈꾸었던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강한 나라'의 가치를 되새긴다고 한다. 

√ 강고한 수구 기득권의 야유와 조롱, 중상모략

노 대통령은 생애 동서로 나뉜 지역감정의 벽을 깨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전개했다. 

11주기 슬로건으로 내건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강한 나라’는 노무현 정신의 핵심 가치이자 철학이다. 그런데 이것이 좌절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수 집권 여당과 검찰, 보수언론이 삼각동맹을 맺어 마구 할퀴고 헐뜯었다. 

자료와 통계와 수치와 상관없이 경제 파탄, 민생 파탄, 외교 파탄의 책임자로 몰았고, 따라서 “촌놈이 어디 와서 굴어?”라는 식으로 짓밟았다. 

제대로 된 다부진 사람이라도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숭늉을 먹고 체해도 노무현 탓이고, 날씨가 꾸물거리는 것도 노무현 탓이라는 조롱이 회자되었다. 서있으면 서있다고 때리고, 걸어가면 걸어간다고 희화화하고 비웃었다. 그것은 증오의 차원을 넘어 저주에 가까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벌 엘리트주의에 젖어있는 지배층이 상고 출신이라는 가방끈을 가지고 희롱하고, 서민적 편한 언어를 대통령 격에 어울리지 않게 품격없이 구사한다고 야유했다.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인격 모독과 색깔론, 근거없는 모략으로 집권 초기부터 몰아붙였다. 종전의 대통령 문법에 젖어있는 세력들은 시민(市民) 언어, 서민(庶民) 언어로 소통하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억울했을 것이다. 강고한 수구 카르텔과 함께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온갖 탐욕과 이익을 취해온 기득권이 무차별적으로 몰아붙이니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부당하게 당하면 분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그런 비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굳굳하게 앞으로 나갔다. 굴복하지 않았다.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탈차별·탈억압·탈지배’ 그런 가운데 부당한 특권을 누린 적폐들에 맞서 개혁하려고 노력했다. 

기소권을 독점하며 횡포를 부렸던 검찰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종합 브리핑룸 설치와 함께 부당한 언론과의 거래 등 낡은 언론 관행을 뜯어고치려 했다. 

하지만 먹혀버렸다. 더욱 비참하게 짓밟혔다. 그리고 미완의 과제를 남기고 노무현은 쓸쓸하게 퇴장했다. 그의 퇴장과 함께 더욱 거친 역사의 반동이 일어나 이명박근혜 9년 세월 동안 정치권력, 검찰권력, 언론권력이 서로 감싸고 눈감아주며 나라를 분탕질했다.  

√ 깨어난 국민지성, 촛불정권으로 승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국민 추모 행렬. 

그러나 깨어있는 국민 지성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촛불을 들어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제는 노무현이 국정의 현장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려 했던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이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으로 하나하나 새롭게 손질되고 있다. 

노무현이 이루려 했던 구질서 청산, 실질적 민주주의, 국민의 주권의식과 평화정착 등 미래 시대가 요구하는 담론들이 하나씩 지표상으로 떠올라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고 있다. 진화의 속도는 느릴지라도 세상이 확연히 바뀌어가는 모습을 본다. 

지난 총선 때까지 기득권의 저항과 방해는 여전하고, 도처에 덫이 깔리고, 억지와 생떼의 오만과 군림은 하늘을 닿는 듯했으나 한순간에 무너졌다. 국민이 표로 응징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구질서가 노무현을 괴롭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문재인을 흔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 정교한 음해 스킬로 국민과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혁파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을 지나면서 국민 지성이 큰 지원세력이 되었다. 민주주의를 모독했던 역사 반동의 이명박근혜 정권 9년 세월을 훌쩍 건너뛰어 국민이 스크럼을 짜 지원해주고 있다. 

높은 수준의 성찰적 국민과 세밀해진 시민세력과 대안 매체의 등장으로 과거로 회귀시키려는 구세력을 제어하고 퇴출시킬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 노무현 11주기 추모의 진정한 뜻은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이후의 지구환경 변화와 방역 대책, 그에 따른 인간과 자연·생태의 공존을 실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국부창출과 함께 생활경제 회복, 동북아균형자론, 평화체제 정착,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도 앞당겨야할 과제 앞에 놓여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국민과 함께 나가면 실패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코로나 19 이후 세계는 우리나라를 새로운 선진국가로 바라보고 있다. 유럽 중심의 문명국가, 미국 중심의 군사강국이 아니라 국민의 높은 도덕지수와 민주의식, 그리고 위기를 정의롭게 해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고 세계는 한국을 새로운 선진 강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우리에게는 미완의 과제가 남아있다. 낡은 구질서의 옷을 과감히 벗겨내야 할 당위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그럴 기회가 주어졌다. 국회 의석을 180석이나 점유해 그동안 짓눌러왔던 개혁과제, 그중에서도 검찰권력과 언론권력을 청산할 좋은 기회를 맞았다. 구질서 청산의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얻기 어려운 것이 기회이고, 놓치기 쉬운 것이 시간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재빨리 낚아채 현실화하는 작업은 집권세력이 가져야 할 도덕적 책무다. 기회와 시기를 놓치면 또다시 반동의 역사가 초래될 수 있다. 이는 역사에 또다시 죄를 짓는 일이다. 

시대적 과제인 정치제도의 획기적 개혁과 구질서 청산은 노무현 정신을 완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개혁이 되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로부터도 존경받는 선진 민주 모범국가가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과거 추억 속에 남겨두지 말고, 그가 이루고자 했던 꿈을 실현하는 데 함께 나아가는 것이 노무현 11주기 추모의 진정한 뜻일 것이다. 국민적 연대와 협력과 공감으로 완성해나가야 한다. 

생애 노무현 대통령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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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 2020-05-20 21:33:56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습니다

김찬주 2020-05-20 16:17:40
맞아요 깊이 공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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