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제결혼의 아름다운 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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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제결혼의 아름다운 코러스
  • 이계홍 주필
  • 승인 2020.02.23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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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서 열린 결혼식, '가깝고도 먼 이웃' 수식어 무색
민간 교류 활성화로 양국 정치 갈등에 변화 기대
지난 15일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재연 양과 미지크로 요 군.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한일간에 정치적 갈등이 깊어져도 민간 차원에서는 활발하게 교류가 이루어지고,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고 있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한‧일 남녀의 결혼식이 있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더 채플앳 청담 웨딩홀에서 김인수, 이영희 씨의 딸 김재연 양(34)과 일본인 아버지 미즈쿠로 준지(水黑 順二) 씨와 어머니 미즈쿠로 에미(えみ) 여사의 아들 미지크로 요(水黑 陽·33) 군의 결혼식이 있었다.

두 사람은 도쿄 외국어대학에서 만나 몇 년 사귄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신부 김재연 양이 숙명여대 재학 중 교환 학생으로 선발돼 도쿄 외국어대학 연수 중 이 대학 재학생이었던 미즈쿠로 군을 만났다. 신부는 대학 졸업 후 일본의 최대 물류회사 야마토 운유(운수)에 입사했고, 신랑은 한큐백화점, 한큐전철의 지주회사인 한큐 홀딩스에 입사한 뒤 더욱 사랑을 키워갔다.   

이날 결혼식에 일본에서 단체로 하객들이 대거 참가했다. 신랑 친구를 비롯해 친인척 50여명이 참석해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의 공포감도 이들에게는 장애가 아닌 듯했다. 축가 단원으로 참석하는가 하면, 꽃가루를 뿌려주며 화촉을 밝히는 또 다른 ‘결혼식의 꽃’이 되었다.   

필자는 신부 김재연 양의 외삼촌이다. 신부의 어머니가 필자의 막내 여동생이어서 결혼식 참석차 만백사 제하고 세종시에서 서울로 올라갔다. ‘만백사 제하고’라는 관형어구를 붙인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때문에 가능한 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라는 주변의 권고를 뿌리치고 굳이 상경했기 때문이다. 

필자 여동생으로부터는 대략적인 얘기를 들었지만, 신랑의 가족들을 만나서 한국의 며느리를 맞이한 느낌이 어떤지, 그 분위기도 살피고 싶었다. 하객으로 온 일본인과도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 수식어, 민간에는 없다

이날 결혼식까지 멀리 와준 신랑의 하객들. 

우리는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사적 맥락에서만 살필 뿐, 그들의 삶의 방식과 생활관·인생관·세계관을 잘 모른다. 특히 일본 국민이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순혈주의에 젖어서 국제 결혼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일본인과의 결혼은 다른 민족과의 결혼보다 상대적으로 더 경계하는 측면이 있다. 국제결혼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과의 혼인을 꺼리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적 피해의식이 내면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나름으로 해석해본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 그런 기우는 한갓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평범한 결혼식의 한 풍경이었다. 신랑 아버지 미즈쿠로 준지 씨와 어머니 미즈쿠로 에미 여사는 신랑 신부보다 더 기쁘고 들뜬 모습으로 하객을 맞았다.

피로연장을 돌며 인사하고, 폐백과 폐막 때까지 고마운 인사를 했다. 신부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신랑은 준수한 미남이었다. 눈이 맑고 이목구비가 분명했다. 그리고 언제나 해맑은 모습이었다. 신부 역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들의 구김살 없는 표정은 하객들을 더욱 따뜻하게 해주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신랑의 친구들 역시 예의바르고 아름다웠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합창단을 꾸려서 축가를 불러주고, 신랑과 함께 신부를 향해 ‘beautiful’ 노래를 부를 때는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신랑의 부친 미즈쿠로 준지 씨는 아사히신문사 오사카공장 총괄본부장 직함을 갖고 있었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긴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하객들을 맞고 보내는 데 정신없는 그를 붙들고 잠시라도 얘기를 나눌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 일본인은 정치에 관심 없다?

일본과 한국 가정의 결혼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오는 작은 동력이 되길 기대해본다. 

일본인은 정치의 거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편이다. 일본 중의원 투표율이 30%라는 것만으로도 정치 영역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일 관계의 민감성은 정치 영역에서나 엿볼 수 있을 뿐, 이들에게서는 그런 면을 찾아볼 수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것이 국민 성향이 된 듯이 보인다. 

일본의 헌법 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그 지위는 주권을 갖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라고 되어있다. 과연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같은 왕국인 네덜란드 헌법 1조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와도 크게 차이가 난다. 

독일은 “인간의 존업성은 불가침이다”이고, 프랑스는 “불가분적, 비종교적, 민주적, 사회적 공화국이다”라고 하는데 일본의 주권은 “천황의 은전에서 나온다“는 식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나쁜 정치를 해도 일본인은 별로 관심이 없는 듯이 보인다. 독재정권과 싸워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한국과 너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자민당 일당 체제가 대체로 지금까지 유지되는지 모르겠다. 

본인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으면 정치에 별로 참견하지 않는 국민성. 그런 영향인지 누구에게나 관용적이다. 그래서 편견 없이 한국을 좋아하는 평범한 일본인들이 많다는 것도 확인한다. 

그러나 깨어있는 국민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민간 차원에서 더 많이 교류하고, 문화와 학문 교류가 증대되어 좋은 정치를 하도록 견인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양국의 정치적 긴장을 해소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 얼마나 좋은가. 

극우로만 치닫는 아베에게 이웃 나라와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고 준엄하게 꾸짖으면 좋겠다. 정치를 그렇게 하면 국민성이 황폐된다고 혼을 내주어야 한다. 민간은 이렇게 평화롭고, 한일 가족이 되어 가는데, 정치만은 여전히 갈등과 대립구조로 가고 있으니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극우가 법석을 떠는 것은 한 세기에 걸쳐 한‧일 양국 정치가 세습된 결과물이다. 식민지 약탈을 했던 세력의 후예들이 여전히 일본 정치를 지배하고, 한국 역시 그들과 연대하고 있다. 

이것들을 털어버리려면 양국의 건강한 시민사회가 나서서 발언해야 한다.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양국 정치계에 불어넣는 극우 청산운동이 나왔으면 좋겠다. 

두 젊은 신랑 신부가 깊은 사랑 가운데서 아시아 평화의 비둘기가 되기를 응원한다.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 선 한·일 신부와 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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