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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근무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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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근무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박승권
  • 승인 2020.02.18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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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권의 백 살까지 일하기] 교대 근무가 몸에 해로운 이유

19세기 후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해 인류에게 ‘밝은 밤’을 선물하면서부터 제조업뿐만 아니라 운수업, 서비스업 등 폭넓은 분야에서 야간 근무가 행해지게 되었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도 야간에 일하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대략 우리나라 노동자의 10~15%는 야간에도 일하는 ‘교대 근무자’에 해당한다.

밝은 밤과 어두운 낮을 보내는 교대 근무자들은 생체 시계가 거꾸로 가는 과정에서 하루 리듬이 망가지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이로 인한 건강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비만, 대사증후군, 심혈관 질환

교대 근무자는 굳이 생체 리듬의 교란 때문만이 아니라 규칙적인 식사 일정을 영위하기 힘들고, 포화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하며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적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아 비만, 당뇨, 대사증후군의 발병 위험이 높다.

또한, 평소 밤에 잘 때 혈압이 제대로 떨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낮에 잘 때는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협심증과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높다는 것이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 있다.

#. 불면증과 우울증

자려고 할 때 잠이 안 오는 것 뿐 아니라 잠에서 자주 깨고 또 너무 빨리 깨며,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일할 때나 심지어 여가생활을 할 때도 졸리기 쉽고, 만성 불면증을 유발하기 쉽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참여하기 힘들고 일과 생활의 균형이 깨지며 스트레스를 증가로 우울증의 위험도 높아진다.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교대 근무자는 주간 근무자에 비해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경우가 30~40% 많다. 여성이 대체로 더 취약하고 종사기간이 길수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 암과 위장관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할 정도로 유명한 호르몬, 멜라토닌은 체내 유해 산소를 제거해주고 발암 물질의 공격을 막아주는 호르몬이다.

우리의 생체 시계는 저녁에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밤에 잠이 들게 된다. 또 밤에 잘 때 더욱 분비가 촉진되게끔 설정되어 있는데 밤에 잠을 못 자니 이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밤 대신 낮에 자면서 분비되는 양은 정상적으로 밤에 잘 때의 양에 못 미친다. 그 결과, 교대 근무자에게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비교적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백혈병과 림프종과 같은 혈액암의 위험 역시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10여 년 전부터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20년 이상 교대 근무에 종사한 여성에게 유방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에 22년간 3조3교대 근무를 했던 여성에게 유방암을 산재로 인정한 바 있다. 현재 교대 근무는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인간에게 발암성이 추정되는 물질) 중 하나다.

교대 근무자는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 식사의 질 역시 떨어진다. 생체 리듬의 교란으로 인해 소화효소 분비나 위산 분비가 불균형을 나타내기 쉽다.

그 결과 역류성 식도염, 기능성 위장장애, 소화성 궤양, 과민성 장 증후군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 업무상 사고

교대 근무는 건강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연속된 야간 근무로 인한 집중력 저하는 업무상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보통 자정을 전후해 사고 위험이 가장 높고, 3~4일 연속 야간 근무를 하는 경우 첫날 대비 셋째, 넷째 날 사고 위험이 각각 17%, 36%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교대 근무로 인한 건강 문제는 망가진 생체 시계에 기인한 것이 많겠지만, 사실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처럼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시계를 가짐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사회적 고립감을 말한다.

몸에 좋은 교대 근무는 없고 완전한 적응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교대 근무에 오랜 기간 종사했을지라도 말이다.

교대 근무로 인해 얻게 되는 편리한 생활을 당연하게만 여길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유발되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는 사회가 되기를 바래본다.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박승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진료과장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대전·충청 지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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