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한글 566돌에
상태바
한글 566돌에
  • 최광(세종문학동인회장)
  • 승인 2012.10.14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시 문예회관에서 한글 566돌을 맞이하여 기념식을 치렀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한글날 기념식이 아련하게 떠오르지만 국경일도 아닌 한글날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념식을 한다는 게 이채롭게 느껴진다. 한글날 같은전국 단위의 경축일에 세종시가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징표로 봐도 되는지 아직 실감이 되지 않지만 서울 중심의 문화가 조금씩 이동할지 관심거리이다. 권력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두의 총합이다. 과천청사의 세종시 이전과 함께 문화이동의 징표로 보기에는 아직은 성급해 보인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한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신생 말글이 확실하다. 세계 대부분의 언어가 발생 기원부터 따지면 수천 년의 역사를 갖고 있음에 비해 한글은 고작 육백여 년의 역사가 고작이니 그러하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선포에 이른 ‘나랏말씀이 중국에 달라’에서 보듯 이미 ‘말’은 있으나 고유의 ‘글’이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리라.

말글은 세계 대부분의 언어에서 보듯 수천 년의 변화과정을 통해서 정착하고 발전해 간다. 우리의 한글도 신생언어이니 앞으로 다듬고 가꾸어서 더 빼어난 세계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 현존하는 最古의 목판인쇄 한글 고문서 원본(書贈養子興時妻崔氏)에서 보듯 띄어쓰기와 마침표도 이십 세기에 들어서 외국인 선교사 헐버트 박사에 의해 도입되었고, 지나치게 많은 토씨의 사용도 절제가 필요하다. 말글은 간결하면서도 충분한 소통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글이 빼어나다는 것은 여러 모로 입증된다. 언젠가 유네스코에서 소수 부족 ‘말’ 보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말’은 있으나 ‘글’이 없는 고립되어 사라져가는 소수 부족의 ‘말’을 보존하는 프로젝트였다. 그 소수 부족의 ‘말’을 세계 여러 나라의 글로 받아쓰게 하고, 그 내용을 다시 ‘말’로 음성화해본 결과 한글이 그 소수 부족의 ‘말’을 가장 원어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유네스코에서 문맹퇴치운동의 하나로 1989년부터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수여하고 있다. 그거 하나만 봐도 한글이 과학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쓰기 편리한 말글임이 분명하다.

말글은 한 나라나 민족의 얼을 담고 있어서 외래어의 오남용으로 오염되기 쉽다. 물론 언어를 통해서 문명과 문화의 수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수적으로 한글전용만을 부르짖자는 뜻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순화해서 받아들이는 거름 장치가 필요하다. 문화가 높은 어느 나라는 상품이름을 지을 때조차 그 나라 학회의 허가를 받는다고 한다. 말글의 혼탁과 혼란을 막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말글이 심각하게 오염되면 나라나 민족의 삶이나 정체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더구나 우리 세종시는 국가 균형발전의 새 모델로 세워지고, 세종대왕 호칭을 특별자치시의 이름으로 내걸고 있어서 이름에 걸맞은 문화적 용트림이 필요하다. 간판만 있고 상품이 없는 가게라면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겉모습만이 아닌 ‘세종’에 걸맞은 문화를 채우기 위해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런 내용이 있어야 균형발전이나 문화이동이 가능하다. 마침 세종시는 거리와 동네 이름이 모두 우리 글로 표기된다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한글이 본격적으로 민초들에게 퍼져나가 사용된 계기는 홍길동전이나 심청전 같은 문화상품이었다. 재미를 통해서 문화는 퍼져나간다.

그렇다면 세종시의 문화정책도 재미있는 내용(컨텐츠)을 담아내고, 그 내용을 재미있게 퍼트리는 묘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재와 재원이 부족하더라도, 그 묘안을 만들어내서 보급하고 보완해가는 모습이어야 한다. 문화는 조금씩 진보하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잔칫상이 마련되지 않는다. 섣부른 정책으로 과거의 전시행정을 되풀이한다면 큰 시행착오로 시민들의 화합과 자긍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힐 것이다.

한글은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상품이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