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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의 계절 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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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의 계절 한로
  • 정규호(전통장류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승인 2012.10.14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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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곡이 알알이 영글어 들녘에는 황금물결로 출렁이고 산길에는 들국화 향기가 가득하다.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추수를 서두르는 농부의 바쁜 발걸음이 분주하다.
한로(寒露)는 추수의 계절로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상강(霜降)과 함께 가을 절기에 해당되며 세시명절이라기보다는 기후의 변화를 읽는 절기로 제철에 맞는 농경을 하는데 유용하게 이용하였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자연 현상에 의한 기후의 변화는 매년 농사에 매우 중요했으며 정확해야 했다. 그래서 태양력을 이용한 이른바 24절기가 활용되었다. 음력이 윤달을 두어서 한 달씩 날짜가 밀릴 수 있다는 점에 비해, 24절기는 계절의 추이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농민들이 이를 아는 것을 "철을 안다"라고 했으며 "철을 안다"든가 "철이 났다"든가 하는 말은 소년이 성인이 되고, 또한 성숙한 농군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 한로풍경- 비로소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 한로풍경- 초후에 기러기가 날아든다
▲ 한로풍경-중후에 참새가 들어 간다











한로는 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이며 대개 양력으로 10월 8~9일 무렵에 들며 태양의 황경이 195도에 이를 때 이다. 음력으로는 9월의 절기로 공기가 차츰 선선해짐에 따라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인데 올 해에는 윤달이 들어 음력 8월에 들었다. 옛 사람들은 한로를 5일씩 끊어 3후(候)로 나누고,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 들고, 중후(中候)에는 참새가 들어 가며, 말후(末候)에는 국화가 만발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한로에는 찬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는데, 농촌에는 들녘에 벼를 베고 오곡백과를 수확하며, 수확한 곡식을 탈곡하기 위해 매우 분주한 때이다. 한편 이 무렵부터 점차 가을단풍이 짙어 지며, 여름새가 물러가고 가을철새가 날아든다. 한편 한로는 중양절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 때가 많은데, 중양절 풍속인 머리에 수유(茱萸)를 꽂기를 하는 풍속이 있었다. 머리에 수유열매 꽂기는 잡귀를 쫓는다고 믿으며 행해졌는데, 이는 수유열매의 붉은색이 양(陽)색으로 벽사력(辟邪力)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한로풍경-한로무렵 들국화가 만발한다
▲ 한로풍속-산수유 꽂기










한로는 만추로 가는 가을의 절정이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높으며, 벼가 여물어 들판이 황금물결로 출렁이고, 벼를 베거나 타작하는 날은 잔칫날처럼 부산하며, 수확을 하는 농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친다. 들녘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힘을 돋우기 위해 온갖 시절식으로 새참을 나르는 풍경 또한 한로 무렵 볼 수 있는 정겨운 농촌 전경이였다. 새참은 일손을 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는 것으로 들녘에 둘러 앉아 정담을 나누며 수확의 기쁨을 나누었으며 길 가던 길손도 꼭 불러 새참을 나눠 먹었던 정겨운 풍속이였다. 그러나 요즘의 가을 들판은 이러한 정겨운 풍경은 사라지고 콤바인이 굉음을 울리며 수확과 탈곡을 하고 볏짚도 일시에 포장을 하여 추수를 마무리 해 버린다. 농부들이 잠시 머뭇거릴 겨를도 없이 새벽밥 해먹고 들에 나가 밤 늦도록 추수를 하고 한편에서는 탈곡을 하던 정겨운 풍속은 사라졌다.

▲ 한로시절식-추어탕
▲ 한로시절식-국화화전
▲ 한로풍경-호박









한로무렵 서민들은 시절식으로 추어탕을 즐겨 먹었다. 추어는 미꾸라지를 이르는 말로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고기라 하여 추어(鰍魚)라 했으며,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 데 매우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가을철 힘든 노동을 위해 원기를 돋우는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또한 한로 말후부터 국화가 만발하고 단풍이 짙어지기 시작하여 국화화전을 시절음식으로 즐겨 먹고, 국화술을 담그며, 단풍놀이를 즐기는 풍속도 성행하였다.

백곡이 무르익은 들녘을 바라보며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이웃과 더불어 신명을 내며 가을 추수를 맞이하고 콩 한 톨도 나눠먹던 심정으로 새참을 나눠 먹으며 정겨운 가을을 보내던 조상들의 생활을 되돌아 보며, 우리네 일상도 서서히 추수를 준비해 보자! 한편으로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함께하지 못했던 우리 생활의 동반자들과 함께 올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함께 할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 한로풍속-추수
▲ 한로풍속-탈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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