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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시니어' 공로연수 앞둔 예비 퇴직자의 새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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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시니어' 공로연수 앞둔 예비 퇴직자의 새출발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12.18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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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집] 은퇴 준비생 곽병창 관광문화재과장

역동의 근현대사를 걸어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평균 50만 명 수준이었던 은퇴자 수는 오는 2020년 68만 명, 2022년 70만 명, 2024년 78만 명, 2026년 91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세종시청 퇴직예정자는 총 7명이다. 

전국 지자체가 50플러스 세대(50~64세)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인생 2막이 곧 지역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서울시를 시작으로 부산, 대전, 광주, 경기, 충남, 전북, 제주 등이 장년층 인생 이모작, 생애재설계와 관련된 조례를 제정·운영하고 있다.

수 십 여 년 사회에 몸 바쳐 일해 온 이들의 마지막이 쓸쓸하지 않도록, 원한다면 일하는 시니어로서의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 5060세대들의 인생 2막 준비는 과연 온전히 개인의 것이어야만 할까?

공직 퇴직을 앞두고 은퇴 준비생이 된 예비퇴직자, 은퇴 후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올해 말 공로연수에 들어가 퇴직을 앞두고 있는 세종시청 곽병창 관광문화재과장.
올해 말 공로연수에 들어가 퇴직을 앞두고 있는 세종시청 곽병창 관광문화재과장.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공직생활 40년 차, 세종시 출범 역사를 함께 해 온 세종시청 곽병창(59) 관광문화재과장이 올해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2020년 새해 그는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은퇴 준비생 신분이 된다. 최근 그는 공로연수 계획서를 제출하고,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하고 있다.

보통의 공직 퇴직자들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은퇴 전 공로연수를 거친다. 개별·합동연수를 포함해 자원봉사, 재취업 준비, 창업 등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

곽 과장은 최우선 순위로 사회복지사 자격증 과정 공부를 준비하고 있다. 퇴직 후 세종에 정착해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자매결연을 맺은 가정과의 후원을 끊지 않고 3년 간 정기 후원을 이어간 경험이 있다.

곽 과장은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고, 주변에서도 잘 맞을 것 같다며 추천도 많이 해줬다”며 “자격증을 따서 어려운 이웃과 가정을 돕는 일을 해보고 싶다. 불우시설과 다문화센터, 성폭력센터 등 다양한 기관이 주변에 있는 만큼 필요로 한다면, 계속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수 프로그램으로는 현 관광문화재과 업무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신청했다. 전통문화연수원 천연기념물의 이해 과정이나 산약초재배과정 등이다. 또 생소한 분야로의 도전도 꿈꾸고 있다. 

그는 “행정을 하면서 여러 업무를 거쳤지만, 품질관리라든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며 “한때는 인터넷 언론에도 관심이 있었다. 사회나 조직 문화 분야에 써보고 싶은 글도 있다. 얼마 전에는 아주 정교한 목공예 작품을 봤는데, 손으로 하는 일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 세종시 출범 역사 ‘동행’… 떠나는 발걸음

올해 관광문화재과에 근무하면서 수상한 상패와 상장.
올해 관광문화재과에 근무하면서 수상한 상패와 상장.

충남 금산 출신인 곽 과장은 1980년 4월 공직에 입문했다. 연동면사무소가 그의 첫 근무지다.

곽 과장은 “당시 면사무소에서는 총무, 산업, 재무, 호적, 병사 업무까지 봤다”며 “농업 사회였기 때문에 농정행정 업무 분야가 강했다. 3년 근무 후 금산군 남이면사무소, 금산군청 등을 거쳤다”고 했다.

그는 1988년 충남도청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이후 기획실과 예산실에서 10년을 일했다. 가정복지과, 관광과를 거쳐 2012년 7월 2일, 세종시 출범과 함께 시청 기획관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자치행정과를 거쳐 민원과장, 문화체육관광과장을 지내고 초대 관광문화재과장으로 2년 간 일했다.

민원과장 재직 당시엔 혁신 공로로 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관광문화재과 근무 시기에는 문화재청장상, 제4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인기상 등 상복도 많았다.

곽 과장은 “민원과장 재직 당시 총리표창을 받으면서 시장님, 행자부 차관님과 현판식을 가진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명예롭게 공로연수를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함께 발맞춰 일해온 동료 직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무에 대한 애착도 크다. 미래 관광형 도시에 대한 기대와 역점 사업에 대한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올해 문을 연 전월산 캠핑장은 진정한 '쉼'이 있는 공간으로 활성화되길 바라고, 김종서 장군 역사 테마공원도 중요한 사업 중 하나"라며 "세종시는 향후 보행교와 박물관단지 완성 시점이 되면 전국 관광객이 찾고, 머무르는 곳이 될 수 있다. 현대 건축물과 도심 속 관광자원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과장이 공직을 떠나며 후배, 동료들에게 소회와 조언을 전하고 있다.
곽 과장이 공직을 떠나며 소회를 말하고 있다.

지난 세종시의회 본회의 회기 중에는 뜻밖의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예상 밖의 질문이 나온 것.

이날 안찬영 부의장은 곽 과장에게 질의를 마친 뒤 퇴직을 앞둔 감회와 후배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를 요청했다.

조금 이른 곽 과장의 퇴직 인사는 의회 생중계를 통해 후배 공직자들에게 전해졌다. 중계를 보던 동료들에게도 이 장면은 꽤 뭉클한 기억으로 남았다. 기존 퇴임식은 이미 형식적이 돼 참석률이 저조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 

그는 안 부의장의 질문에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갭(차이)을 줄이고, 조화롭고 통합적인 사고를 가지고 시정과 조직에 기여해야 한다. 신세대의 발랄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 구세대의 관록이 합쳐져야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 어느 지자체와 비교해도 우뚝 설 수 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공정과 평화가 시대의 키워드가 됐다. 이는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답했다.

떠나는 공직자로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은퇴 이후에도 10년 내지 15년 정도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은퇴 이후의 삶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하지만 현직에 있을 때 공부하거나 자기계발하는 일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분야를 고민해 시간 투자를 해 나간다면, 무료한 은퇴자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은퇴 이후의 삶은 ‘보람과 가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도 했다. 동료 후배들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 차원이다.

곽 과장은 “자신의 할 일에 충실하고, 자기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만 있다면 인정도 따라오고, 공직자로서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도 하차하는 일 없이 명예롭게 퇴직하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지금껏 느끼지 못한 보람과 인생의 가치를 중심으로 은퇴를 설계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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