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야할 ‘송년회’, 버려야할 ‘망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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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야할 ‘송년회’, 버려야할 ‘망년회’ 
  • 이계홍 주필
  • 승인 2019.12.06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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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떠나보내며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성큼 다가오면서, 송년회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12월로 접어들면서 한해를 보내는 송년회와 망년회의 분위기에 젖는다. 하지만 12월 한해를 보내는 풍속들이 바뀌고 있다. 

12월은 크리스마스가 끼어있어서 젊은 청소년들이 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고, 선물을 준비하고,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는 거리를 걸으며 한해를 보내는 마음을 추스르는데, 그것은 한참 지난 옛 시절의 풍경들이다. 

요즘은 그런 풍속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휴대폰의 액정에서 만나고, 편지는 이메일에서 해결된다. 

필자는 기해년(己亥年)을 떠나보내며, 송년회와 망년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봤다. 일제 잔재인 ‘망년회’는 이제 버리고, ‘송년회’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릴 것을 제언한다.  

#. 송년회와 망년회의 차이 

벌써부터 거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캐롤이 울려 퍼지고 있다. 송년회 풍경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송년회와 망년회의 차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그 뜻을 잘 알지 못하고 혼용해 쓰는 경우가 있다. 송년회(送年會)란 ‘보낼 송’자에서 보듯 묵은 한 해를 보내는 아쉬운 소회를 나누는 모임이다. 

망년회란(忘年會)는 ‘잊을 망’자가 가리킨 대로 쓰라린 지난 한 해를 버리자는 뜻이 담겨있다. 그래서 코가 비뚫어지게 술을 마시고 한해를 용도폐기하자는 것이다. 용어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우리는 이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 일제 잔재 ‘망년회’, 이제는 버리자  

일제 잔재인 망년회와 흥청망청 문화는 버리고, 진정한 송년회 의미를 잘 살려갈 필요가 있다. 

망년회의 어원은 일본말이다. 일본식의 한자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은 누구나 한해 한해가 지긋지긋한 삶이었다. 일본에 충성해 떡고물을 얻어먹던 제한된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민 대부분이 숨죽이며 허덕이며 살았다.

나물 캐러 갔던 열여섯 소녀가 일제 헌병과 순사가 뒤따라 와서 겁주고 일본 군대 종군위안부로 보내고, 청‧장년은 일본군 전투비행장을 닦거나 석탄 캐는 징용장으로 강제로 끌려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쟁 무기를 만들기 위해 집안에 있는 놋그릇, 숟가락, 쇠스랑, 쟁기의 보습까지 수거해갔다. 식량 수탈과 착취 때문에 백성들은 굷주리며 살았다. 

이런 참담한 생활이었으니 하루하루가 지겹고, 어서 세월이 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지겨운 그해를 빨리 잊고 싶은 것이다. 온갖 괴로웠던 일들을 잊어버리자는 뜻에서 갖는 자기 위안의 술 한 잔이 망년회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송년회는 무엇인가. 한 해를 떠나보내면서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 지난 일을 돌아보고 성찰할 것은 성찰하고 새해를 맞는 각오를 다지자는 모임이다. 송년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애틋한 면이 있고, 지난 한해를 아쉽게 정리하는 뜻이 담겨있다. 

망년회는 부정적 요소가 강하다. 망년회 송년회는 모임의 성격은 비슷하지만 어원 자체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래서 망년회란 말을 굳이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 ‘송년회’,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자  

송년회는 서로의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다. 

송년회는 친구들끼리, 직장 동료들끼리, 혹은 공동체의 구성원들끼리 모여 한해를 보내면서 서로의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다.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며 산다. 관계라는 것, 중국말로 ‘꽌시’는 삶의 가장 큰 자원인데 그것을 허술히 하다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중국에서 ‘꽌시’가 없으면 어떤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인연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 인연은 그 인생의 동력이 되고, 스펙이 된다. 

그런데 서로 원망하고 증오하고 저주까지 한다. 특히 가족 관계가 그렇다. 남이야 이해관계에 따라 만나고 헤어질 수 있지만, 가족은 그가 나쁘고 좋다고 해서 헤어지고 만나지는 관계가 아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고, 함부로 무시하고, 함부로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 그로인해 깊은 상처를 갖게 된다.  

송년회는 이런 것들, 누구에게나 빚진 것을 갚는 시간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상처를 주어서 미안하다. 앞으로 사랑할 시간이 많으니 기회를 달라고 화해의 손을 내미는 시간이다. 인연이 되어준 것을 감사하고, 배려해주어서 고맙고, 사랑해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다. 

슬픔은 빼고, 기쁨은 더하고, 사랑은 곱하고, 행복은 나눌 때 그는 다가온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일부러라도 그렇게 행동하면 그 인생이나 사회가 보다 풍요로워질 것 같다. 

송년회라고 해서 거창한 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술을 마시고, 떠들고, 몸을 흔드는 것은 송년회가 아니어도 기회는 많이 있다. 연말에 생각나는 가슴 따뜻한 가족영화를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다정한 이웃끼리 감상하거나 음악회에 가고, 호숫가나 수변공원을 산책한 뒤 인근 수제 맥주집에 가서 한두 잔 마시는 것도 운치가 있을 것이다. 

2020년은 꺾이는 해다. 5, 15, 20, 이런 꺾이는 해는 나라는 물론이고 개인에게도 기대와 소망과 희망을 안겨준다. 그러나 막연히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호 작용과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좀 더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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