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의 한 끼는? 아름동 '비스트로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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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한 끼는? 아름동 '비스트로 세종'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12.04 17: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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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대권 대표
비스트로 세종 손대권 대표.
비스트로 세종 손대권 대표.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뱉은 말과 지나간 시간, 그리고 당신의 '한 끼'다.

전 세계 각국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셰프들이 소박한 양식당을 오픈했다. 아름동 야트막한 언덕 초입에 위치한, ‘비스트로 세종’.

세계적인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 호주 레스토랑 오픈 멤버로 만나 영국과 두바이에서 각자 셰프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이 차례로 한국에 귀국했다.

푸드트럭 혹은 작은 포장마차를 운영하려던 소박한 계획은 제도에 막혀 무산됐지만, 좌절에 그치지 않고 다른 돌파구를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1년 여 만에 문을 열게 된 사연과 최고의 셰프가 선보이는 메뉴까지. 비스트로 세종 손대권(29)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 잘 나가던 셰프들의 동업

손 대표가 전 세계 유명 레스토랑 셰프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작은 레스토랑을 차리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손 대표가 전 세계 유명 레스토랑 셰프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작은 레스토랑을 차리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손 대표는 요리 전공자다. 2012년 대학 재학 중 호주로 넘어가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브 호주 퍼스 지점 레스토랑 오픈 멤버로 일했다. 2014년부터는 영국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주방에 있었다. 순수 요리 경력만 따져도 10년이다.

“처음 맨몸으로 영국에 가면서 보름간 지낼 생활비만 들고 갔어요. 오랜 비행을 마치고 처음 민박집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방과 화장실, 방을 청소하는 일이었습니다. 다음날 주인은 여기서 지내며 제게 일을 해달라고 했죠. 덕분에 세 네 시간 알바하면서 그곳에서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서른 살 전까지는 밑바닥에서 온갖 일을 경험해보자는 다짐을 했고, 영화 주인공처럼 매일 매일 새로운 일이 펼쳐지길 바랐어요. 덕분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제겐 어떤 어려움에 부딪혀도 극복할 수 있는 임기응변이 생겼죠.”

유명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다 작은 양식당을 오픈하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값비싼 음식을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 그게 시작이었다.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가장 슬펐던 건 한 끼에 30~50만 원짜리 코스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정돼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사실 테크닉과 신선한 재료만 있으면 눈에 보이는 재료로도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거든요. 하지만 그곳에서만 전해 내려오거나 셰프들만 아는 기술 때문에 맛을 내기가 어려운거죠.

사실은 양식당이 아니라 푸드트럭이나 포장마차를 열고 싶었어요. 한식과 양식 퓨전 포차를 차리고 싶었는데 여러 제약 때문에 무산됐고, 아름동에 레스토랑을 열게 됐습니다.”

화려한 경력에 대비되는 그의 소박한 성품은 요리를 시작한 계기에서 엿볼 수 있다. 철저한 완벽주의, 수직·경쟁적 주방 문화를 견뎌온 셰프라기엔 그 시작이 비교적 말랑(?)하다.

“요리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해요. 나중에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와이프에게 세계 최고의 음식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때 함께 일했던, 지금은 정상급 셰프가 된 동료들에게 왜 요리를 시작했냐 물으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어요. ‘내 레스토랑을 열어 내 음식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였죠. 제 꿈은 아직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버티며 달려온 지난 날을 돌아보면, 이미 이뤘다고도 볼 수 있겠죠?(웃음)”

두바이 5성급 호텔 수셰프로 일하다 한국으로 들어온 유민 총괄 셰프.
두바이 5성급 호텔 수셰프로 일하다 한국으로 들어온 유민 총괄 셰프.

주방을 책임지는 총괄 셰프는 유민(28) 씨다. 손 대표와는 호주에서 같이 일하며 형 동생 사이로 가깝게 지냈다. 당시 주방에 한국인은 딱 3명. 손 대표는 그때부터 이미 유 셰프를 동업자로 점찍었다.

“한국에 들어오면 꼭 같이 일하자고, 쉽게 말해 그때부터 세뇌시켰다고 할까요? 저보다 동생이지만, 아마 세종, 대전 지역 내 저 정도 나이에 저런 커리어를 가진 셰프는 거의 없을 겁니다. 제가 영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민 셰프는 호주에서 2년 더 일했고, 몇 몇 레스토랑 오픈 멤버로 참여하면서 모두 성공시킨 경험도 갖고 있어요.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두바이 5성급 호텔에서 수셰프로 일했는데, 20대에 부주방장이 된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일식과 프랑스, 이태리 모든 요리를 섭렵해서 저는 ‘요리 백과사전’이라고 불러요.”

#. 손끝에서 만들어낸 스페셜 메뉴들

연어타르타르.
연어타르타르.

비스트로 세종에서 선보이는 요리는 일반 레스토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메뉴들로 구성됐다.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원재료에도 조리 공법과 소스 하나, 밑작업까지 공을 들였다.

오늘의 스프는 제철에 따라 땅콩호박, 버섯, 완두콩 스프 세 가지를 선보인다.

연어타르타르는 신선한 연어가 주인공이지만, 아보카도 퓨레와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메뉴에 표현된 신선한 서양식 육회라는 비유가 잘 맞아떨어진다.

아스파라거스 샐러드는 구운 아스파라거스와 수비드 조리된 수란을 터뜨려 곁들여 먹으면 풍미가 확 살아난다. 믹스 샐러드와 홀랜다이즈 소스도 조화롭다.

새우 토마토살사 샐러드는 그릴에 구워진 큼지막한 타이거새우가 가장 먼저 후각을 자극한다. 그가 호주 제이미 올리버 레스토랑에서 배운 토마토살사 소스가 올라간다.

세종나쵸.
세종나쵸.

맥주와 곁들일 수 있는 메뉴도 구성됐다. 펑키칩스는 케첩에 찍어 먹는 일반적인 프랜치프라이와는 차별화 된 메뉴다. 트러플 오일의 향과 비트 아이올리 소스가 감칠맛을 돋운다.

세종나쵸는 소 양지 부위를 오븐에서 5시간에 걸쳐 익혀 만든 되직한 소스가 일품이고, 매콤한 맛이 맥주를 부른다. 세종윙 메뉴는 기존 윙과 달리 먹물 튀김 옷을 입혀 칠리 요거트 소스와 함께 서빙된다.

메인 디쉬로는 부채살 스테이크, 반계 스테이크, 계절 생선 등을 맛볼 수 있다. 부채살 스테이크는 애플컬리플라워 퓨레와 버섯, 깻잎 치미추리 소스를 곁들여 한 입에 먹어야 제대로 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반계 스테이크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페셜 메뉴다. 직접 뼈만 발라내 저온 수비드 과정을 거친 닭고기는 말 그대로 ‘녹는다’는 식감에 가깝다. 속살은 부드럽고 겉은 크리스피하게 구워 고구마 퓨레, 구운 쪽파와 곁들여 먹으면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부채살 스테이크(왼쪽)와 반계 스테이크(오른쪽).
부채살 스테이크(왼쪽)와 반계 스테이크(오른쪽).

계절생선 디쉬는 직접 새벽 시장에서 공수해 손질해 내놓는다. 계절마다 메뉴가 바뀌지만, 오픈과 함께 내놓은 어종은 삼치다. 평범한 생선이지만, 셰프의 손을 거치면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요리가 된다.

5시간 동안 천천히 익힌 소고기를 소스로 활용한 양지라구 파파델레, 고소한 크림에 상큼한 레몬이 곁들여진 부추페스토 링귀니, 튀긴 컬리플라워와 짭쪼름한 초리조 소세지가 들어간 보리 리조또도 메인 디쉬에 포함됐다.

키즈 메뉴는 얇은 튀김옷을 입힌 제철 생선 요리에 감자튀김, 아보카도 퓨레, 칠리 요거트 등 자극적이지 않은 맛에 중점을 뒀다.

디저트 메뉴는 두 가지다. 초콜릿 테린은 일반 시판 케이크와는 견주기 어려운 진한 풍미를 느길 수 있다. 여기에 베리콤포트, 사과 폼을 더해 신맛과 단맛이 조화롭다.

코코넛 셔벗은 직접 만든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메뉴다. 바삭한 그래놀라로 식감을 살렸고, 위스키 시럽에 절인 구운 파인애플을 올려낸다.

지역 특산물인 조치원 복숭아 과즙을 활용해 제조한 세종피치에일 병맥주 시제품.
지역 특산물인 조치원 복숭아 과즙을 활용해 제조한 세종피치에일 병맥주 시제품.

조치원 복숭아를 활용한 수제 맥주도 선보인다. 일명 ‘세종피치에일’. 조치원 복숭아 과즙을 활용한 맥주로 공주 브루어리(Brewery)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향은 달달하지만, 쌉싸름한 끝맛, 에일 특유의 상큼함까지 느껴져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공주 유명 브루어리 시설을 활용해 조치원 복숭아 과즙을 공수 받아 내놓게 된 수제 맥주가 바로 세종피치에일이에요. 개발팀과 함께 몇 개월 간 시음해 완성했습니다. 곧 병맥주로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곳곳에 지역 맥주가 있는 곳이 많은데, 세종 대표 맥주가 되길 꿈 꿔 봅니다.”

요식업 브랜드화를 목표로 세종시삼십분을 창업하고, 첫 레스토랑을 낸 손 대표의 다음 발걸음은 또 어디로 향할까.

“세종시는 우리에게 블루오션이에요. 시장조사를 해봤는데 각종 프랜차이즈 대중화된, 안전한 메뉴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젊은 청년들을 고용하고, 요식업계에 새로운 바람 불어넣고 싶어요. 요리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콜라보 작업도 해보려고요. 다음번엔 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저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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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2019-12-05 22:38:29
역시 라건 사부님 멋쟁이

PSH 2019-12-04 19:12:06
크...역시 멋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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