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논의 유보, 설계비 10억원+알파 반영도 미지수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또 다시 유보돼 3년 이상 제자리 걸음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 ‘10억 원+알파’ 반영도 안개 속에 빠져 들고 있다.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게 사치로 느껴질 만큼, 중대 위기이자 빨간불을 켠 상황이다. 위기는 21대 국회로 세종의사당 의제가 넘어감을 뜻한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가치가 또 다시 퇴색되는 수순이다.
이에 본지는 여‧야 공동 책임론을 되짚어보면서, 충청권 제 기관‧단체부터 일치된 목소리로 초당적 협력에 나서길 기대해본다.
외형상 책임론은 자유한국당에게 쏠린다. 2020년 정부예산 ‘100대 문제사업’에 세종의사당 설계비를 포함시켰고, 중앙당 차원의 진정성 있는 추진 의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가 국회 이전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조치는 없다.
정용기(대전 대덕구) 중앙당 정책위의장 등 충청권 국회의원들의 정상 추진 외침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고, 송아영 세종시당 위원장은 지역에서 목 놓아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당이 627년 수도 서울의 과밀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려 했다면, 2004년 행정수도 위헌 판결 당시 초당적 대응에 나섰다면,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꺼내들지 않았다면, 올해 정부세종청사 국정감사에서 ‘입법과 행정의 분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면, 민주당 책임론으로 반전될 여지는 충분했다.
황교안 당 대표가 올 초부터 수차례 세종시를 찾았을 때 ‘국가균형발전’의 철학을 보여줬다면, 한국당 세종시당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2차례에 걸쳐 건의한 ‘여의도 중앙당사의 세종시 이전’ 제안을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검토했다면, 국회 운영위 소속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되레 '세종의사당 의제'를 운영위에 먼저 상정했다면 지역 민심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충청권을 제외한 타 지역 국회의원들과 한국당 중앙당에게 ‘세종시 정상 건설의 진정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공약, 2010년 세종시특별법 제정 및 수차례 개정으로 정상 건설 뒷받침, 국회 세종의사당 및 청와대 세종집무실 의제 이슈화, 중앙당 차원의 세종의사당 설치 특별위원회(8월) 결성 등만 놓고 보면 진정성은 민주당에게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에 야당의 협치를 원만히 이끌어내지 못한 책임은 면할 수 없다. 일각에서 선거용이란 지적이 나오는 건, 민주당만의 일방통행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김중로 바른미래당 세종시당 위원장은 ‘국회 전체 이전’ 주장으로 민주당과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은 빠져 있어 진정성 있는 외침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국회 이전이란 큰 틀엔 동의하면서도, 민주당과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10일 세종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회의 세종시 이전’이란 총론에 원칙적 동의를 했다. 다만 세종의사당 설치안이 일개 지역구 사업이 되선 안된다는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이 자체 특위가 아니라 여‧야를 포함한 국회 전체 특위를 구성했어야 온당했다는 평가다.
20대 국회 안에서 처리와 통과가 어렵다고 내다보면서, 현실 여건상 21대 국회에 공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보탰다. 현실 여건은 조국 정국과 패스트트랙안 처리 등을 뜻한다.
야권의 이 같은 주장을 떠나 일방통행은 지난 8월 국회 사무처의 세종의사당 최종 용역안 발표 당시 감지됐다. 국회 운영위와 본회의 절차 등 추진 로드맵을 묻는 질문에 국회 논의 과정 생략이 가능하다는 안이한 답변 태도를 보인 게 사실이다.
이미 10억 원 설계비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여야간 동의 절차가 끝났다고 받아들였고, 이는 운영위와 본회의를 거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인식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바람과 달리 12월 현재 논의는 ‘국회 운영위’ 제동에 걸렸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가 범국민적 공감대와 당위성을 형성한 의제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했다. 민주당의 치밀한 대응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20대 국회 처리가 불발될 경우, 책임론의 무게 추는 다시 민주당에 기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도 이 점을 파고들었다.
한국당 시당은 지난 달 29일 논평을 통해 “국회 운영위 개선 소위원회가 28일 열렸으나, ‘국회법 일부 개정안(2016년 이해찬 의원 대표 발의)’은 계속 심사대상에 남게 됐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상권에서 나오는 상권 붕괴 우려를 의식한 탓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이 의지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야당을 설득하고 타협할 수 있었으나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국당 시당은 “국회 분원 문제는 분명 수도권 대 충청권 문제인데도, 세종시에선 둔갑술을 발휘해 한국당 대 민주당의 문제로 만들고 있다”며 “‘거만하고 거짓되며 무능하고 부패한 지방권력’이란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시민 입장에서 노력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실제 운영위 개선 소위(10인) 면면을 보면, 민주당은 모두 수도권 인사로 분류됐다. 이원욱(경기 화성을)‧고용진(서울 노원 갑)‧김영호(서울 서대문을), 윤후덕(경기 파주 갑)‧제윤경(비례, 과거 박원순 시장 후보 캠프) 등 5명 국회의원이 그러했다.
물론 한국당에서도 세종의사당 설치에 적극성을 보였거나 보일 만한 인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정양석(서울 강북 갑)‧김현아(비례) 의원은 수도권 인사로 볼 수 있었고, 강효상(비례, 대구 출신)‧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도 ‘세종시 건설’에 곱잖은 시선이 있는 TK 출신이다. 바른미래당에선 이동섭(비례, 전남 고흥) 의원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세종의사당 설계비 반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이 패스트트랙 처리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도 악재다.
이는 ▲행정수도 완성의 기틀 ▲입법부와 행정부 분리에 따른 업무 비효율 해소 ▲수도권 과밀 해소 ▲국가균형발전 등의 가치 실현이 또 다시 미뤄짐을 의미한다.
이제라도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단체장부터 여야 구분 없이 한 목소리를 내고 공동 대응에 나서야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지금처럼 양자간 책임 떠넘기기에 골몰할 경우, 내년 7월 21대 국회 원점에서 출발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