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의 품격과 임명권자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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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의 품격과 임명권자의 모순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11.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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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마루에서] 인재난 토로하는 세종시가 함정에 빠지는 이유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아래로부터 신임 받는 수장의 품격은 어디에서 나올까. 또 세종시는 왜 자꾸 함정에 빠지나.

연달아 불명예 퇴진하는 세종시 초대 산하기관장들의 공통점은 조직 내부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직원들과의 갈등이 불씨가 돼 외부 후폭풍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흔히 수장의 자격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요건은 '조직 관리 능력'이다. 업종을 막론하고 기업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세종도시교통공사 사장은 취임 초기 직원에게 본인의 강의 자료 작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장기간 이어진 노조와의 갈등은 사회적 비용과 소모적인 반목을 유발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과 맞붙으면서 시민 혈세로 수 억 원대의 소송비용을 썼다는 사실도 외부로부터의 비판을 키웠다.

세종시문화재단 내부 잡음도 꽤 오래된 일이다. 출범 초기 채용비리를 시작으로 올해 8월에는 곪았던 조직 내부 갈등 문제가 표면화됐다. 익명의 투서가 퍼지면서 사무처장 이하 팀장급 직원들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고, 투서 발신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또 다른 소문도 나돌았다.

서로 불신에 불신을 거듭하던 대표이사와 직원들은 조직 내부에서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대척점에서 벗어나 있는 직원들은 한숨 섞인 실망을 내비치며 일터를 떠났다.

이쯤 되면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의 경영 마인드에 대해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이미 갈등의 불씨를 인지하고도 방관자적 태도를 보여 온 관리·감독기관, 세종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리라.

인재가 없다는 변명은 힘이 없다. 이미 너덜해진 조직 내부를 직면한 뒤 내놓은 항변이라기엔 무척이나 궁색하다. '책임 피라미드'의 최상위에는 곧 임명권자가 속한 세종시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시 산하기관 임원 공모에 공직 출신 인사들의 자리 꿰차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 교통공사 본부장 2명 전원은 시청 간부 공무원 출신이고, 초대 사장은 국토부 관료 출신 인사였다.

세종시 최초 공기업으로 주목받았던 세종시설관리공단도 초대 이사장은 시청 국장 출신, 본부장은 시청 과장 출신으로 채워졌다.

맨바닥에서 새로 출범한 도시임을 감안하면, 외부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시의 입장도 일부 공감은 간다.

최근 세종도시교통공사 사장과 상임이사(본부장), 비상임이사는 2배수 접수 인원을 채우지 못해 재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세종시설관리공단도 지난 9월 초대 이사장이 물러난 이후 적임자를 찾지 못해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낙하산, 관피아 인사라는 불편한 지적을 받고 있는 세종시의 인사 정책은 오히려 모순적이다. 인재난에 허덕인다는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민간 전문가나 전문 경영인 출신 인사들에게 오히려 문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

시 공사·공단 임원 응모 기준이 그 예다. 공무원 출신 인사의 자격 기준은 비슷한 반면, 민간 기업인 출신 전문가는 타 시도 대부분이 규정하고 있는 상임 임원이 아닌 '등기 임원'으로 한 단계 더 제약이 걸려있다.

등기 임원은 이사회 의결권을 갖는 임원을 말한다. 기업의 다수 임원 중 사장, 부사장 등 일부만 등기 임원으로 등재된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지난달 발표한 국내 100기업 임원 연령대 현황 분석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수는 6932명이다. 이중 등기 임원 수는 280명(4.03%)에 불과하다.

서울, 인천, 세종교통공사 중 응시 기준을 '등기 임원'으로 한정하고 있는 경우는 세종이 유일하다서울, 대전, 대구, 울산, 부산시설관리공단도 '상임 임원'으로 기준을 설정해 인재풀을 넓혀놨다. 

세종과 가장 비슷한 곳은 인천시설관리공단이다. 등기 임원으로 한정하고 있긴 하나, 근무 경력 연수(세종은 3년 이상)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확실하고 검증된 인재를 찾기 위함"이라는 것이 관련 부서의 설명이다. 전국 지방공기업이 유능한 인재 찾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참으로 배부른 소리로 읽힌다.

시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인재 영입' 측면을 꼽고 있다. 청문회까지 거쳐야 하는 고난의 취임 과정을 감수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우려다.

떠나는 입장이지만, 세종시 한 산하기관장은 언론과 시민단체의 인사청문회 도입 요구에 대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편한 방식을 고수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자주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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