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회초리가 떠난 자리에, 또래들의 집단 폭력이 기다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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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회초리가 떠난 자리에, 또래들의 집단 폭력이 기다릴 줄이야
  • 최태호
  • 승인 2019.11.14 17: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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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최태호 세종교육감 예비후보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아주 오래 전, 태능중학교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학교 뒤 쌍무덤가엔 언제나 요선도학생들의 아지트였다. 가끔은 본드에 취해 흐느적거리던 녀석들도 있었다. 필자는 주로 학생부에 근무한 탓에 늘 그 주변을 맴돌며 단속하곤 했다. 본드에 취한 아이들도 교사인 나는 알아보았다. 대들거나 욕을 하지도 않았다. 단 한 번 칼을 휘두른 적은 있지만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쉽게 제압할 수 있을 정도였고, 순순히 학교까지 따라와 주었다.

가끔은 학교 주변에서 성폭력도 일어났다. 센타(?)라는 녀석은 옆에 있는 학교에 재학하고 있었는데, 우리 학교 여학생들을 자주 겁탈했다. 근 40년 전의 일이다. 참다 못해 태능경찰서 직원들과 합동 단속을 나갔고, 뚝방길에서 녀석을 발견하여 체포하였다.

그날 녀석은 필자를 돌아보면서 “나가면 배때지(?)를 바둑판으로 만들겠다”는 험악한 말을 하고 잡혀갔다. 당시의 법으로 강간범은 합의하면 나올 수 있었다. 그 때 그 녀석의 부모와 피해자 간에 900만원에 합의하여 녀석은 다시 대로를 활보하였다. 필자와 그 놈은 묵동 삼거리에서 정면으로 마주쳤다. 녀석을 만나자 속으로는 간담이 서늘했지만 아닌 척하고 배를 내밀었다. “네가 내 배를 바둑판 만들겠다고 했지? 한 번 해 봐!”라고 했더니 녀석은 “내가 언제 그랬어요?”하고 슬쩍 자리를 피했다.

유명한 영화 ‘친구’에는 온갖 폭력성이 강한 거친 남자 고등학생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도 선생님의 회초리만큼은 저항 없이 그냥 맞아 둔다. 결코 사랑의 매도 정의의 회초리도 아니었지만 그저 저항하면 안 되는 질서였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 그 영화를 봐도 역시 학교의 가장 권력자와 폭군은 교사인 듯하다. 필자도 학생부 교사 시절엔 폭군(?)이었다. 불량서클(미완성, 흑기사, 날개, 고인돌 등의 불량한 학생모임이 있었다)에 가담한 학생들을 다스리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서른네 살에 처음 주례를 보았는데, 그 주인공이 모 고등학교 시절에 불량서클에 있다가 필자에게 많이 맞고, 함께 등산하며 봉사활동한 후 탈퇴한 녀석이었다. 학교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국민은 모두 하나가 되어 선생님의 회초리를 빼앗아 부러뜨렸다. 다시는 교사들이 감히 우리 아이들에게 폭력도, 욕설도 그 무엇도 힘을 쓰지 못하도록 눌러버렸다. 이겼다. 그리고 안도했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안전할 것이다. 가장 힘이 센 권력을 무너뜨렸으니까……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또 다시 우리 아이들이 맞는다. 아니, 죽도록 얻어터진다. 실제로 죽는 아이들까지 나온다. '이건 또 뭐지?' 뒤늦게 학교에서는 그동안 무엇을 했냐고 부르짖어 보지만, 이미 학교의 선생이란 이들은 이빨과 손톱이 부러진 상태로 언성도 높일 수 없고 보니, 힘없는 학생을 보호하기는 역부족이다.

사실, 요즘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물론, 회초리가 능사는 아니다. 회초리가 필요 없는 두 집단이 있다. 나무랄 것 없는 모범생 집단과 두들겨 패도 돌이킬 수 없는 무법자 집단이다. 하지만 회초리는 이 둘 사이에 끼어 있는 대다수의 착하고 힘없는 부류의 학생들에게는 꼭 필요하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방죽에서 물이 새어 나오 듯, 모든 일은 조짐이 있다. 주먹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맞는 것은 두렵지만 회초리도 없는 선생 정도라면 해 볼만 하다. 그런 허수아비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도 없다. 학원가서 공부해야 하니, 냅다 책상에 엎어져 자버린다. 어라, 그래도 깨우지도 않네. 교실에 침을 뱉어 본다. 역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욕설을 지껄여 본다. 역시 나를 막을 자가 없다. 내가 제일 잘나가는구나! 약해 보이는 놈으로 하나 골라 후려 쳐본다. 아까 그 허수아비가 약간의 잔소리를 하지만 들리지도 않는다. '와우~~ 내 세상이다!'

이 아이가 책상에 엎어져 잘 때, 당연히 회초리로 일으켜야 했다. 문제 전 학생들은 선생의 회초리가 두려워서라도 자제하지만, 말리지 않겠다면 '나 역시 비뚤어져주마' 하는 부류가 다수다. 내 아이에게 선생 따위의 권력은 제거해 주겠다는 잘난 엄마들 덕에 오늘도 우리 아이들 중 누군가는 이성 잃은 또래의 폭력에 두려워하고 있다.

필자는 절대로 폭력을 권하는 사람은 아니다. 학교 폭력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교사의 사랑의 매가 사라지고 친구들의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두고 볼 수가 없다. 요선도학생은 때에 따라 교육의 방법도 달라야 한다. 착한 우리 아이가 즐겁게 학교에 다니려면 교권을 살려야 한다.

회초리와 꾸짖음은 지혜를 주거니와 제멋대로 버려둔 자식은 자기 어머니에게 수치를 가져 오느니라.<(잠언 29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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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춘 2019-11-15 13:46:28
적극적으로 동감합니다. 선생님의 매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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