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알고 우리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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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알고 우리는 몰랐다
  • 임동천
  • 승인 2019.11.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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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 ③ 임동천 민예총 세종지회 이사
임동천 시인 | 계간지 ‘낮도깨비’ 편집장
임동천 시인 | 계간지 ‘낮도깨비’ 편집장

2020년 세종시 문화예술단체 및 예술인 지원금이 반으로 줄었다. ​

제259회 시정 브리핑(2019. 11. 7. 목10:00 정음실) 자료를 보면 예산을 삭감한 분야는 불요불급(不要不急) 즉,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다는 표현을 썼다. 문화예술을 소비, 향유 분야로 본 것 같다.

물론 가계 수익이 줄면 먼저 줄려야할 부분이 문화∙예술 지출이다. 관객,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소비를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에서 창작 및 공연활동을 소비로 본다면 문화행정은 없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렇게 비쳐진 예술단체 및 문화예술인들도 반성해야 한다.

그들은 알고 우리는 몰랐다.

자포니즘(Japonism)이라고 들어보았는가? 일본문화신드롬 정도로 해석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이 현상을 들여다보면 르누와르, 마네, 에드가 드가, 로트렉, 보나르, 클림트, 세잔 등 19세기 유럽의 인상파 화가들이 일본 채색판화 ‘우키요에’에 열광하며 자신들의 그림에 반영을 한다. 특히 고흐는 일본 목판화를 400장이 넘게 수집했고 「꽃이 핀 자두나무」, 「빗속의 다리」, 「오이란」 등 목판화를 모사한 작품도 많았다.

일본산 불매운동이 한창인 이때 굳이 일본문화에 열광한 유럽의 자포니즘을 왜? 들추어 말하는가? 반문하겠지만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사명을 곱씹어보기 위해서다.

임진년에 왜인이 일으킨 란, 16세기 임진왜란은 우리에게는 환란이었다. 그러나 일본학자들은 도자기전쟁 또는 다완전쟁이라고 기록한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900여명의 조선 도공들을 끌고 갔다. 당시 최상의 자기를 빚을 수 있는 나라는 명과 조선이었다. 도기, 석기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찍이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자기 제작은 하루아침에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점토와 유약의 종류, 가마의 설계와 화력조절 등 오랜 시간을 수련해야 얻어지는 고도의 기술이며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건조선은 세계최고의 도자기를 빚어내는 도공들의 사회적 위치를 하층민에 두었다.

7년간의 왜란 중에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은 다이묘들의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자기제작에 필요한 점토를 찾아내고 도자기를 빚어내며 신분상을 한다. 그와 동시에 일본은 명∙청의 다툼으로 유럽의 여러 왕족과 귀족들이 수입해 가던 중국도자기를 대신해 조선도공들이 만든 도자기를 수출하며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부국강병의 기초를 다진다.

19세기 런던과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된 일본 도자기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주목받으며 최고의 수출상품이 되었고 일본은 부를 축적했다. 이때 도자기 포장지로 사용했던 일본채색판화 ‘우키요에’는 덩달아 알려지면서 고흐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에게 자포니즘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리고 부국강병이 된 일본은 임진왜란 침략실패를 분석했다. 나라가 가장 힘들 때마다 일어나 나라를 구하는 민중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무력침략 대신 왕실과 물욕에 빠진 양반들에게 금력과 신기술을 이용한 전략으로 대한제국을 병합한다.

우리의 기술로, 우리의 예술로 우리를 무너트린 것이다.

불요불급

세종시 문화예술지원예산이 50% 삭감되기 전 이미 문화예술의 후진적 행정의 전조현상은 있었다. 소액다건(少額多件) 방식의 지원이 그것이다. 쉽게 풀어 말하면 예산은 그대로 두고 지원단체는 늘려나가는 방식의 행정을 말한다. 이런 방식에 대한 예술단체들의 비판의 소리는 없었다. 얼마나 만만한 대상들인가!

그렇다고 예술행정이 이렇게 비겁해서는 안 된다. 이런 방식은 예술행정이 아니고 합법적인 지자체장의 재선, 3선 전략일 뿐이다. 목마른 예술인들에게 우물을 팔 수 있는 자립적 정책수립을 해야지 한 모금의 물을 흩뿌려 겨우 갈증만 해소하며 반발할 힘도 잃은 예술단체로 만들어 결국은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다며 50%의 예산을 삭감하는 행정에 예술이 있기는 한가?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세종시 모든 문화예술단체가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불가능하다. 그 소액마저도 없으면 창작이나 공연활동을 중단해야하는 열악한 단체들도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문화예술인이 일본으로 건너간 이삼평, 심당길, 박평의, 변방중, 이작광 등과 같은 세계최고의 사기장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예술가가 나올 수 있는 기초적인 행정마저 없다면 조선봉건사회 예술행정과 얼마나 다를까?

누누이 말하지만 문화재단을 설립할 때부터 희망적인 느낌이 와 닿지는 않았다. 문화재단은 행정기관과 문화예술인들의 가교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지만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거의 모든 지자체장의 낙하산 인사 자리로 변질되어있다.

문화재단대표는 세종시 모든 예산이 줄었다고 5개 예술단체 대표들을 모아놓고 지자체장을 대신해 설득을 했다고 들었다. 불요불급이란 뜻을 몰랐거나 예술인들이 시정 브리핑을 못 읽는 것으로 착각했던 듯싶다.

그렇다면 읽어 드리겠다.

세종시의 2020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보다 535억 원(3.4%) 증가한 1조 6050억 원으로 편성, 오는 11일 열리는 세종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제259회 시정 브리핑 1. 예산편성 개요 - 중 발취

지방세수감소를 앞세우며 불요불급을 논하는 행정기관에도 한마디 하겠다. 언제까지 건물을 지을 것이며 언제까지 취득세로 지방세수 타령을 할 것인가? 땅은 한정되어있고 상점 공실률은 높아지는데 취득세 감소타령은 행정무능의 다른 표현 아닌가?

생산적 대안은 못 찾고 소비적 대상도 잘못 찾은 게 아닌가? 복지예산을 제외한 각 사회단체들의 2020년 보조금 내역공개를 요구해 볼까한다.

- 세종시문화연대 상임 집행위원장 임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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