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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 시 낭송의 밤 “조치원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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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 시 낭송의 밤 “조치원을 노래하다”
  • 이계홍 주필
  • 승인 2019.11.02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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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1일 밤 조치원 문화정원서 50여 문인들 참여
청소년 등 미래 세대 참여 확대, 여전한 숙제  
시월의 마지막 밤에 열린 시 낭송의 밤. 참자들이 시 낭송에 나서고 있다. 

<오봉산>

-최광-

 

수북한 보리밥
들마루에 차려진 밥상
우물물 속살에 몸 씻고 
5남매 오순도순 둘러앉아
여름 나던 5남매 
소박하고 우애있는 가족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시 낭송에서 발표된 시 구절이다. 소박한 조치원 어느 시골집의 풍경이 눈앞에 선연하게 그려진다.

10월의 마지막 날, 물산이 풍부한 낭만의 도시 세종시 조치원에서 시낭송의 밤이 열렸다.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회장 김일호)는 이날 오후 6시 조치원 문화정원(구 조치원수원지) 강당에서 세종시 문인과 예술인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치원을 노래하다! 꿈도 쉬어가는, 너랑 나랑 어깨동무’란 부제를 달고 ‘시월의 마지막 날 시낭송의 밤’을 가졌다.

김환복 사무국장이 행사 준비를 하고, 여규용 부지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장석춘 시인과 박경숙 세종시 시낭송회 수석부회장 등 시낭송 회원들이 세종시 거주 시인들의 시를 직접 낭송했다.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이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김일호 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조치원이 지닌 고장의 특성을 이야기하고 노래하기 위해 오늘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소박하고 아름다운 인심의 고장 조치원을 챙기고 지키는 일이 우리 시인들이 해야할 몫이다”라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 조치원 문학의 발자취 ‘백수문학’ 현재는 

원로 동시인(童詩人)인 김동훈 씨는 ‘조치원 문학의 발자취’를 강연했다. 김 시인은 1956년 연기군 주재 신문기자단을 중심으로 문학활동이 시작돼 ‘백수문학’이 창간되었으며, 그 이후 강금종, 유영록 작가 등 30여 명의 조치원 문인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고 소개했다.

“초창기 ‘백수문학’은 가리방(등사판)을 긁어 만들어 냈으며, 회원 규모가 커지고 형편이 나아지면서 활자본으로 펴냈다”고 소개한 김 시인은 “이런 활동이 중앙 문단에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으며, 백수문학 활동을 통해 문단에 데뷔한 문청들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나이 지긋한 문인들만 참석하는 제한된 행사가 되어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수십년 전만 해도 지역의 문학청년, 문학소녀들이 문학의 밤에 참여해 문학의 향기와 정서에 흠뻑 젖었는데, 지금은 참여가 거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김일호 회장은 인터넷 시대라는 점 이외 입시 문제로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어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교육청과 학교에서 문학 행사에 협력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시와 수필, 소설을 읽도록 권유하고, 지역의 문학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것이 대입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견인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입시 과정에 문학 행사 등 비중이 줄다 보니 입시의 효용성과 가치를 따지는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  

현재 전국 대학에는 100여개의 국문과와 50여개의 문예창작과가 있다. 재학생들은 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수치로 보면 문학 교육 인프라는 확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이 소외되고 있다. 가치와 효용성 면에서 생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학문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학적 감수성은 오히려 현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인문학의 토대인 문학을 통해 품성과 인생관, 세계관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학이 학문으로서의 문학으로 전락해 생명력을 잃고 있다는 점, 이광수 김동인 이효석 등 정형화된 중고교 문학교육이 청소년의 문화적 감수성과 지적 호기심을 저해하고 있다는 문제는 있다고 보여진다.   

#. 문학은 ‘전인적 성숙 과정’, 청소년 참여길 열어야 

이날 시낭송의 밤은 청소년 등 전인적 성숙과 감성을 키워야할 젊은층의 참여가 부족해 아쉬움을 던졌다. 

환경적 요인도 적지 않다. 휴대폰 문화, 인터넷 문화로 인해 책을 읽지 않아도 단편적인 정보와 흥미있는 것들을 취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선진국의 학교와 비교할 때, 우리 청소년의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통계 수치로 나오고 있다. 

이는 문학적 환경에 접근하지 못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문학은 감성과 분위기의 예술이다. 청소년들이 지역의 문인들이 개최하는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함께 시와 수필을 낭송하면서 분위기에 젖으면 감성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문인의 길을 가건 교양인의 길을 가건, 그것은 차치하고라도 문학을 통해 전인적 성숙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교육 기관의 각별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해 보인다. 

“정서의 고향이자 영혼의 고향인 문학을 접하면 그 인생 자체가 도량있고 풍부해진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 조치원의 향수와 역사를 전한 시낭송의 밤 

한 참가자가 감성을 시를 낭송하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굴다리 동네(김일호) ▲과거는 미래를 향해 흘러간다(김백겸) ▲개미고개에서(장석춘) ▲오봉산(최광) ▲포크레인이 짓밟고 간 고향집에서-막은골 이야기(이은봉) ▲조치원 엘레지(성배순) ▲조치원 맨드라미 원리 마을(장시종) ▲쑥부쟁이(성봉수) ▲장날, 어머니(여규용) ▲돼지국밥의 설움(한상길) 등의 시를 시낭송가인 이종숙 송미숙 박경숙 박경순 전미진 김덕희 연숙희 씨 등이 분위기를 살려 낭송했다.

이중 1편을 추가로 소개해본다. 

<조치원 맨드라미 원리 마을> 
-장시종-

 

화선지에 묵필을 내리긋듯이
증기기관차가 동양화 속으로 
색바랜 추억이 되어 달린다

조치원은 역사를 중심으로 
경부선과 충북선이 애환의 종착지가 되어
고향을 틀며 살아가는 사람들 일정의 마루보시* 

왜정과 육이오 동란을 거쳐
교통의 중심지가 되어 살아온
한 많은 역사를 원한처럼 한 순간에 허물고
지금은 낯설은 역이 되었다

역마당을 서성이며 철길옆 여인숙에서
고단한 몸을 뉘우고 맨드라미의 순정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역전을 마당삼아 평생 국밥을 말아오신
어머니가 그립다

지하도 독나방에 새겨진
태극무늬의 암울한 추억과
발광하는 나방의 눈빛이
철길의 시그널 불빛으로 아련한 조치원은
기차의 기적소리가 산굽이를 돌아가는 
비오는 날의 마을이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된 
조명이 화려한 조치원역에 나와
맨드라미의 꿈을 그리워하는 나는
갈 곳 없는 나그네가 된다
*마루보시 : 물류를 하역하며 숨통을 연명하며 살아가던 곳. 

시인들이 직접 나서 자작시를 낭송하는 시간도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행사에서는 하모니카 연주와 오카리나 연주 및 노래와 합창이 가을밤의 정서를 한껏 수놓았다. 

이날 행사에선 하모니카 연주 등 부대행사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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