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신도시가 문화, 작은 마을 축제가 선사한 방향 주목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세종시는 발전 10년 차를 앞두고 있는 신도시다. 신도시에 살다보면, 때론 소통의 기회가 부족해 주민간 다툼이나 갈등을 빚는 경우를 종종 접하곤 한다.
대부분 아파트로 지어져있는 구조상 서로 크고 작은 피해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 수 밖에 없는 곳, 신도시. 이처럼 각박함이 하나의 키워드인 신도시에서도 이웃간의 정을 다질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없을까.
과거 농촌사회에서는 자칫 소모될 수 있는 주민의 화합을 단체 노동이 깃든 '축제'로 도모하곤 했다. 그 축제들은 명절과 종교, 때론 농번기에 기대고 있긴 하지만 농악, 두레처럼 준비와 과정을 함께하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어 먹으며 이웃간의 정을 다졌다.
단순한 행사처럼 보이는 이런 행위들은 한 해의 기쁨과 섭섭함을 토해내는 장이 됐고, 이를 통해 한해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신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까지 이어졌다. 축제에는 비단 '즐거운 행사'라는 단순함을 넘어 '계속 함께 잘 살아보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신도시에서도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각 지역의 사람들이 다양하게 모였으니 이러한 방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가을이 되면, 세종시 마을 곳곳에도 다양한 주민축제가 찾아온다. 아름동 범지기마을 9단지 축제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범지기 9단지는 절전아파트에 선정된 바 있다. 지구의 날 처럼 특별한 날에만 했던 소등행사를 정기적으로 하면서 맺은 결실이다. 조만간 절전 아파트의 모범적 운영상을 받을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주민들의 열성적인 동참과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아빠랑 같이 꽃심기' 같은 뜻깊은 행사도 열고 있으며, 노인회와 부녀회에서 월 1회 환경정화 활동을 비롯해 음악과 악기연주로 '민요 합창단'이란 이름의 악단을 꾸렸다. 민요 합창단은 인근 어린이집과 조치원 등지에 봉사 공연을 하는 등 활발한 사회참여형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에는 세종시청 강당에서 열연을 펼치기도 했다. 아파트 노인정이 비단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만 나누는 공간이 아닌 즐거운 매체로 성취감을 추구하고 나아가 사회 참여까지 도모한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다.
또한 단지내 도서관이지만 타 단지 사람들도 이용가능한 달빛도서관도 자랑거리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보유도서는 3000권에 달한다. 이 곳에서 매달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관람 행사도 열고 있고 주민들을 위한 각종 강습프로그램도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치매극복 선도도서관으로 선정되어 치매도서 코너를 마련하는 등 치매 친화 도시 조성까지 나아가고 있다.
가족의 화합으로 시작해 이웃간, 나아가 단지 전체의 화합을 위해 시행되는 행사들이다. 이처럼 많은 행사들로 인해 때론 관리소장님과 입주자대표의 체력이 바닥날 정도.
필자는 올해 3회째를 맞는 '범지기마을 9단지 주민화합축제'에서 과거 농촌사회가 지켜왔던 '지속가능한 이웃간의 화합'을 엿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