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축천‧제천 VS 청계천’, 범접 불가능한 차이 
상태바
‘방축천‧제천 VS 청계천’, 범접 불가능한 차이 
  • 이계홍
  • 승인 2019.10.23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필의 시선] 아름다운 도보 출퇴근 코스, 시민에겐 축복… 편의와 속도 대신 삶의 여유 
세종시 종촌동 제천 모습. 이곳은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 신도시 한복판을 가로질 수 있는 코스이자 명소다. 
세종시 종촌동 제천 모습. 이곳은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 신도시 한복판을 가로질 수 있는 코스이자 명소다. 
서울 청계천 모습.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필자는 약 3.5km의 인도와 천변을 걸으며 출퇴근한다. 시간은 넉넉히 잡아 30분 정도 걸린다. 이 시간 무한자유를 향유하며 일상의 때를 씻어내고, 생각을 정리하며 걷는다. 사색의 여유를 갖는다. 

아파트단지에서 나와 도램마을 방향 충남대병원 앞을 지나면 왕버들쉼터에서 흘러 내려오는 방축천을 만난다. 개천에도 어느새 깊어가는 가을이 내려와 있다. 낙엽이 지고 냇가의 갈대와 억새풀이 쓸쓸하게 서걱거린다. 한 여름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왕성한 풀꽃들이 지고, 대신 가을 들국화, 구절초가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완연한 가을의 풍성함과 쓸쓸함이 깃들어 있다.  

출퇴근 길에서 만난 산책객들은 한결같이 다정해보인다. 이웃 주부들끼리, 혹은 부부와 가족끼리 길을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는 사람, 유유자적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걷는 모습들이 평화로워 보인다. 

세종시 신도시에는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두 갈래의 개천이 있다. 하나는 필자가 출퇴근 시 이용하는 방축천이고, 다른 하나는 종촌동에서 성남고교 인근까지 흐르는 제천이다. 

정부청사를 가로지르는 방축천 모습. 
방축천은 비알티 도로변 옆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남으로는 제천과 만나고 북으로는 6생활권과 연결한다. 

방축천은 도담동 도램마을 끝자락인 왕버들쉼터에서 흘러내려 충남대 병원-홈플러스-정부청사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인사혁신처, 세종포스트 건물 사이를 지나 음악분수-성남중고등학교 앞으로 흐르는 약 3.5km의 코스다. 이 개천은 고운동 가락마을에서 흘러내려오는 제천과 만나 금강으로 함께 흘러간다. 

제천은 고운동 가락마을-아름동 범지기마을-종촌동 가재마을-CGV 극장 사이를 지나 성남고등학교에 이르러 방축천을 만난다. 코스는 방축천보다 좀 더 긴 4km 쯤으로 보인다. 두 코스 모두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제천이 더 스케일이 있고, 개천의 갈대 숲 등 주변 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다. 개천의 유량도 풍부해 보인다. 이번 여름 비가 많이 내린 탓인지 개천의 수량은 풍성하다.  

두 코스의 천변 길은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우는 시내 중심가를 가로지르는청계천을 연상시키지만, 시설과 스케일, 자연 환경으로 보면 청계천은 명함을 내밀기 힘들 정도다. 시멘트로 발라진 청계천과 흙과 풀밭, 숲으로 조성된 방축천, 제천을 청계천이 범접할 수준이 못되는 것이다. 

두 개천은 제법 큰 시냇물소리와 잘 꾸며진 아기자기한 나무와 야생화, 갈대, 억새 등 들풀이 풍성하게 배치되어 있어 산책하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적셔준다. 걷는 데 힘이 들면 사이사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쉼터, 잔디밭이 깔려있다. 그리고 인근에 배치된 아파트의 풍경들 또한 평화스럽다. 이런 정경들이 세종시민만이 맛보는 호사가 아닌가 싶다. 

청계천은 인위적인 가공성이 높지만 세종시의 두 개천은 자연을 최대한 살려서 만들었기 때문에 순수 자연의 풍미가 느껴진다. 굳이 구별하자면, 청계천은 개천이라기보다 도랑을 쳐서 만든 인상인 반면, 방축천과 제천은 개천의 폭이 넓고, 숲까지 조성되어 있어 강변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수백년 묵은 노거수도 천변에 있어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흡사 어렸을 적 놀았던 마을의 강 유역에 이른 느낌이다. 

그런데 이용률이 높은 것 같지 않다. 좋은 시설을 갖추었으나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지 않으면 일종의 낭비처럼 보인다. 인근 주민은 물론 학생들, 직장인들이 출퇴근 길을 이 천변 산책로를 이용하는 것도 유익해보인다. 

생각을 가다듬으며 걷는 유익함과 건강도 유지하는 천변 산책길이 내 생활 주변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편의와 속도만 고려하는 삶은 고단하고 팍팍하다. 버스길을 30분만 먼저 나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변의 산책길을 선물 받을 수 있다. 그것은 축복이자 세종시민만이 향유하는 기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