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새끼 고양이들', 동물 보호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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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새끼 고양이들', 동물 보호 사각지대
  • 정은진 기자
  • 승인 2019.10.22 10: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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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종촌동 보도블럭에 방치된 3마리 발견… 시민들 보호 요청에 소극적인 세종시

대전·청주 야생동물보호센터 등과 같은 인프라 확충 필요성 제기

 

21일 종촌동 보도블럭에 방치된 새끼 고양이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인도 근처라 자전거와 퍼스널모빌리티, 오토바이 등에 의한 로드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영화 '조커'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의 죽음이 내 삶보다 가치있기를". 

자신의 보잘것 없는 삶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대사다. 겉으론 화려해 보이나 내부적으론 약자를 멸시해 결국 조커를 만들어내는 고담시의 어두운 면을 표현한다.    

21일 이 영화를 보고 종촌동 한 길목에서 만난 새끼 고양이들. 아파트 단지 앞 보도에 화려하게 쌓아올린 석재 아래 눈도 제대로 못뜬 채 방치된 고양이들이 고담시 조커와 오버랩됐다.  

울고 있는 고양이들은 석재 아래로 굴러 떨어지며 보도블럭으로 기어 나오기도 했다. 자칫 사람 발에 밟히거나 자전거 등에 의한 로드킬을 당할 수 있는 상황.

그대로 지나칠 수 없었던 건 영화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녀석들만큼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마음이 동했던 걸까. 

지나가는 주민들과 함께 애처롭게 울고 있는 고양이들을 수건으로 싸서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이후 세종시 동물보호센터 등 조치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연락을 돌렸다. 돌아온 대답은 공허한 메아리였다. 

"동물은 구조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동물 상태는 깨끗한가요? 지저분하다면 구조하지 않습니다". 

119와 세종시청 콜센터, 동물병원, 동물보호 관련 단체 모두에 전화를 걸었으나 기대했던 "구조하러 가겠습니다"란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민들과 함께 발을 동동 구르던 차, 세종시 농업축산과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가져왔다. 농업축산과 관계자는 "발견한 자리 근처 안전한 곳에 두시면, 어미가 찾으러 오는지 지켜본 뒤 방치가 오래되면 구조하러 가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새끼 고양이들은 과연 어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와중에도 고양이들은 목청껏 울면서 살기위한 몸부림을 계속했다. 

방치된 새끼 고양이들. 주먹만한 녀석들을 구조하는 주민. 이대로 두면 로드킬을 당할 확률이 높아 보여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필자는 세종시에서 유사한 일을 한번 더 겪은 적이 있다. 때는 2017년. 아이를 낳고 한창 육아에 열을 매던 중 동네 아파트 주민에게 사랑받던 길고양이가 석재 사이에 새끼를 낳은 것이었다.

신도시에 세워 올려진 무수한 아파트 석재에는 틈이 있었고 어미 고양이는 그 틈을 안전한 곳이라 생각해 출산을 한 모양이었다. 당시 눈도 못뜬 새끼 고양이들은 석재 사이에 떨어져 사경을 헤맸다.

'그대로 둬야 할 것인가' 아니면 '구조를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던 차 누군가 관리실에 연락을 했고 새끼 고양이들은 아파트 관리인의 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들은 검은 비닐봉지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자 갈등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고와 보호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 있다면 내적 갈등은 길지 않아도 됐을 터이다. 

새끼 고양이들은 아파트와 다른 공간의 경계를 장식하는 석재들 틈에서 종종 발견되곤 한다. 어미들은 석재 틈을 동굴로 인식해 안전하다고 믿어 출산의 장소로 정한다. (사진은 이번 사례와 무관)

"처음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을때 주변의 안전한 곳에 옮겨두고 어미가 새끼를 데리고 이동을 했는지 몇시간 뒤에 다시 확인해야 한다.

어미가 새끼들을 구하려고 할때, 사람들이 주변에 있음으로 인해서 목숨에 위협을 느끼면 새끼를 포기하지만 단순히 사람 손을 탔다고 해서 포기하진 않는다.

그러니 주변의 안전한 곳으로 구조를 하는 것이 옳다. 하루정도 방치되어 보이면 어미가 버리거나 사고를 당했을 확률이 높으니, 이때는 지자체에 지정된 동물병원이나 보호소로 인수인계를 해야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지자체가 많다. 그러니 시민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구조를 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 현실이다.  

-이준석 야생동물 재활관리사 인터뷰(인용)- 

이준석 재활관리사의 조치 요령을 감안할 때, 어미가 새끼 고양이들을 찾으러 오지 않으면 생존 가능성은 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시 농업축산과의 적재적소 조치가 이뤄질 지도 의문이다.  

인적이 드문 안전한 곳에 옮겨뒀으나, 밤기온과 먹이를 찾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새끼 고양이들의 운명은 예단하기 힘들다.

함께 한 주민 A 씨는 지역 온라인 카페에 "책임지지 못할 일이면 지나치는 것이 맞았을까요?"라는 글을 올리는 한편, 살기좋은 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에 야생 동물 구조와 동물복지 관련 제도가 허술하단 사실에 실망감을 표현했다.  

이 같은 사례가 비단 종촌동에서만 있지 않을테고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세종시의 동물 보호 시스템 재정비가 절실해보인다. 

실제 대전·청주 등 광역도시권에 있는 야생동물보호센터가 세종시에는 없다. 

대전 동물보호센터의 경우, 동물구조 신고가 들어오면 안전한 구조를 거쳐 입소 및 번호를 부여하고 진료 및 보호실을 배정 후 10일 후 시민들에게 분양 공고를 거친다. 

세종시는 다양한 반려동물 지원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보호와 관리에선 제자리 걸음으로 비춰진다. 외화내빈의 고담시가 아닌 명실상부한 명품 세종시가 되길 기대해본다. 

구조를 지켜본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너무 작고 귀엽고 너무 불쌍하네요. 내가 지켜주고 싶어요"라고. 

아이들이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고 건넨 이 말들이 우리가 되새겨야할 부분으로 다가왔다. 하루 빨리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반려동물 보호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아본다. 

22일 현재 길잃은 새끼 고양이들은 한 주민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22일 현재 길잃은 새끼 고양이들은 한 주민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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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날개 2019-10-22 10:37:26
고양이가 너무 짠하네요~~ 엄마품으로 돌아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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