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청문회서 엿본 ‘4개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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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청문회서 엿본 ‘4개의 단상’ 
  • 이계홍
  • 승인 2019.09.1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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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보수언론의 폭로전, 서울대 학생들의 시위, 사회주의 프레임, 총장 장기집권… 우리 사회 숙제 여실히 부각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이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을 받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문회는 숱한 화제를 뿌리며 우리 사회에 많은 의미를 던졌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바뀌어야할 ‘4개의 단상’을 목도했다. 보수언론의 무자비한 폭로전과 서울대 학생들의 시위, 사회주의 프레임, 25년간 총장 독재 키워드로 요약해본다. 

#. 전무후무한 ‘110만 건’ 보도, 보수언론의 무자비한 폭로전 

조국 법무부장관 청문회 주역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필자는 보수언론과 흔히 말하는 스카이대학, 그중에서도 서울대 그리고 자유한국당의 김진태 의원, 25년동안 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인 최성해 동양대 총장을 필자 나름 의미있는(?) ‘청문회 스타’로 봤다. 

다 이해하겠는데 왜 하필 김진태 의원이냐고 물을 것 같아서 미리 밝히자면, 청문회 과정에서 그가 “사회주의자 아니냐”고 조국 후보자에게 따져 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재미있지 않은가?

보수언론은 청문회 주역 중 주역이다.  

장관 후보자 검증을 위해 한달동안 모든 언론이 110만 건이 넘는 조국 신상털이 기사를 냈다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 청문회에서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 인류가 생긴 이래, 아마도 지구가 생성된 이래 최초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인류사적 독보적 기록을 남겼다고 본다. 이를 주도한 매체들이 유력 신문으로 분류되는 ‘조중동’과 ‘종편’이다. 

이들 매체가 이토록 집요하고도 거칠게, 가히 폭력적으로 조국 후보자의 뒤를 턴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어느 몇 가지를 대면 거기에 속박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더 많은 상상력을 방해한다. 

‘단독’ ‘특종’ ‘폭로’라는 이름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까발리고 밟고 부순 그것을 말하기엔 사실은 잔상스럽고 너절해보인다. 그래서 모호성으로 답을 대신한다. 

자유한국당은 철두철미 보수 매체의 행동대였다. 청문회에 관한 한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이 임무 교대를 했다. 무대를 깔았지만 조연은 자유한국당이었다. 

그렇다면 10년 후 오늘의 언론을 돌아보면 어떻게 비춰질까. 아니 10년까지 갈 것도 없다. 1, 2년 후 오늘을 돌아볼 때, 혹 집단 광기에 사로잡혔다고 평가되지 않을까. 이것이 조국 청문회의 첫 번째 풍경이다. 

#. 서울대생들의 시위,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두 번째 단상은 스카이대학, 그중에서도 서울대 학생들의 시위 장면이다. 

저 시퍼런 군부독재 시절의 70년대와 80년대, 그들 선배들이 독한 최루탄을 마시며 독재타도를 외치던 절규와는 너무도 차이 나는 모습이다. 의로운 일을 하는데 왜 굳이 마스크를 착용하는가. 

선배들은 최루가스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최루가스는커녕 어떤 유해한 것도 터뜨려지지 않았다. 

태극기 부대나 보수단체가 “문재인을 체포하자” “문재인 척살 결사대를 결성하자”고 외쳐도 잡아가지 않는 세상이다. 심지어 문재인을 죽이자고 떠들어도 내버려둔다. 옛 권위주의 체제였다면 어땠을까?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하거나말거나 내버려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워서 마스크를 쓴다? 

정의롭게 나섰다면 어떤 영웅심리로라도 얼굴 내놓고 나서는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닌가. 특히 청춘기의 청년은 자기 아우라와 깃발을 내세우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굳이 마스크를 쓴다. 뭔가 창피하고 쪽팔린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시위를 하지? 그것 하나로 시위의 도덕성을 말해주는 것 아닌가?  그래서 한마디 하고 싶다. 

서울대학은 중산층 이상, 고학력 엘리트 계급의 특권 세습 ‘특수학교화’한 대학이 돼버렸다고 탄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녀들에게 학벌 세습을 하는 조국과 다를 바 없는 환경의 ‘스카이 캐슬‘. 갈수록 지방 중소도시 아이들은 서울대학을 꿈도 꾸지 못하는 차별과 열악한 교육환경과 불평등 구조. 

그런 현실을 한번이라도 대신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이기적 사고가 아니라 공동체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이상을 꿈꾸는 대학생으로서 함께 고민해본 적은 없는가. 

보다시피 가진 자, 엘리트 부모 중심의 대입제도가 편성되고, 거기에 편입되지 못한 학생들은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된다. 그에 대한 각성으로 이런 입시제도 개선 피켓을 들어볼 수 없는가. 

조국이 서민 학생들에 비해 특혜 특권적 지위에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오늘의 서울대생들이 그보다 수십 배 특권 반칙을 행한 불법 세력을 보고 묵인해온 이유는 뭔가. 

조국이 가진 자의 혜택과 이익을 본 입장에서도 사회의 악습구조 타파와 검찰 사법개혁의 전사가 되겠다고 나섰다면 응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탐욕의 집단에 매몰된 사람보다는 상대적 선도(鮮度)가 있지 않은가. 

세상에 온전하고 완전한 사람은 없다. 상대적 비교 우위를 판단의 준거로 삼을 수밖에 없다. 

서울대학생이라면 적어도 세상의 맥락을 짚을 줄 알았다. 남보다 더 많이 책을 보고, 더 많이 공부를 해서 한국 최고의 대학에 들어갔다면 사회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빈약하지는 않다고 봤다.

그런데 초라하다. 미래를 짊어지고 갈 재목들이 더 부패한 세력과 일방적 편파보도 매체의 시각으로 사물을 본다. 그래서 절망스럽다. 어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이상을 꿈꾸는 신비감이 사라졌다고 탄식했다. 

그간의 서울대 학생들의 행동 중 오늘이 바로 가장 생각 없는 행동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쓸쓸해했다.

서울대 학부생은 75%가 장학금을 받고, 대학원생은 90% 가까이가 장학 혜택을 입는다고 한다. 서울대 학생들의 60% 이상이 중상류층인데도 그렇다. 

지방대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생각해보면 마음 한 켠이 저려온다. 출발선부터가 환경이 이렇게 다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고, 나라의 부패하고 타락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꿈을 꾼다면, 그보다 더한 장학금을 주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생 역시 이 나라를 이끌어갈 우리의 듬직한 대들보 아닌가. 

좋은 환경, 좋은 부모를 만나 기득권 편에 섰기 때문에, 학벌 자체로써 기득권이 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안주하는 ‘작은 서울대생’이 아니라면 미래 투자 차원에서 더 큰 지원을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 김진태 의원의 ‘사회주의’ 프레임, 무지에서 비롯한 처사 

세 번째로 김진태 의원의 발언에 주목해본다. 

그는 이번 청문회에서 ‘악바리’처럼 나서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유심히 살펴봤던 것은 ‘사회주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조국 후보자에게 “80년대 운동권 시절, 사노맹에 가입한 것이냐”고 묻고 “지금도 사회주의를 신봉하느냐”고 따졌다. 

사회주의 자체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저 견고한 장벽. 빨갱이 증후군을 다시 소환하겠다는  추궁. 아니면 말고 식의 흘리고 넘어가는 힐난식 질문. 

사회주의는 지구 자본주의의 독식구조에 대한 반성으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필자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식의 지식 밖에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서구사회에서 이것은 문제거리가 안 된다. 사회주의 가지고 시비 건다면 미친 사람 말을 들을 것이다. 

문제거리가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건드려보는 것은 극우세력에게 혹시나 공격할 밑밥을 던져주기 위해서 유도해보는 질문이 아닌가. 분단 체제하에선 체제 경쟁의 도구로 이용되는가 하면, 인권유린의 흉기로도 사용됐던 프레임이다. 

그러나 대명천지인 지금 그런 정도는 극복할 때가 되지 않았나?

사회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해온 사회주의를 여전히 프롤레타리아 독재만이 사회주의의 초상인 양 몰아가는 것은 국민지성을 너무 얕본 독선이다. 

토지 공개념과 기초연금, 건강보험 등 복지개념도 사회주의의 한 유형에서 파생된 정책 아닌가. 그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과 정서 내부에 깊이 침투해왔다. 이것을 두고 우리 모두를 사회주의자로 규정하는 비약을 김 의원이 범했다.  

#. 가짜 ‘교육학박사’ 학위로 25년간 총장 장기 집권 

마지막으로 동양대 총장 최성해 교육학 박사 이야기를 꺼낸다. 

동양대가 발급하는 표창장 중 자신의 ‘교육학 박사’ 직인이 찍히지 않은 것은 모두 가짜라고 최 총장이 직접 말했다. 그런데 그 교육학 박사가 바로 가짜박사였다.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어디 있나. 자신의 교육학박사 직인이 없는 것은 절대 가짜라고 말해놓고 자신의 교육학박사 학위가 가짜라니, 두 번 생각해도 어리벙벙해진다.  

더욱이 최성해 ‘교육학 박사‘는 25년동안이나 대학 총장 자리에 앉아 있다. 사기업도 아니고, 그래도 대학인데 어떻게 4반세기 동안 총장 자리에 앉아 있을까. 북한 세습체제도 아니고 25년 동안이라니, 이 또한 어리둥절해진다.     

#. 조국 청문회 진풍경, '세상 변화'의 시발점 되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국 청문회. 필자는 이 과정을 4개의 단상으로 표현해봤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들이자 바꿔가야할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목들이다.  

이계홍 본지 주필.
이계홍 본지 주필.

이제는 세상이 바르게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나뉨 없이, 차별 없이 공평하게, 그리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변화를 밀고 가는 투쟁에서 나온다. 덫을 놓고 방해하는 세력이 있지만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밀고 가는 힘이다. 그 힘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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