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청춘의 상징 거리’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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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청춘의 상징 거리’를 만들자
  • 이계홍
  • 승인 2019.08.1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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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집합·다양·호환·상징성 있는 놀이문화 공간으로 젊은이 견인해야

젊은이가 소비의 주체가 된 시대… ‘기회의 땅’ 세종시 이점 십분 활용해야
내년 완공과 함께 중앙녹지공간으로 연결될 나성동 도시상징광장 조감도.
올해 말 완공과 함께 중앙녹지공간으로 연결될 나성동 도시상징광장 조감도. 이곳은 세종시 신도시 대표 특화거리로 구상되고 있다. 

세종시에 ‘청춘의 거리’가 없다. 젊음을 발산하는 ‘해방구’가 없다. 본지는 이에 대한 이슈 추적으로 이틀간에 걸쳐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인구 35만을 향해가는 대한민국 계획도시이자 행정복합도시인 세종시가 청소년부터 20·30세대를 넘어 중장년층까지 젊음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빈약하다는 데 착안한 기획이다. 

전국 시도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청춘의 도시(평균 연령 약 32세)이나, 이와 걸맞지 않은 도시상을 안고 있다는데 문제인식을 품었다. 

앞선 이슈 추적 2편이 20대 이상 성인들의 놀이와 소통의 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필자는 청소년부터 젊은층으로 범위를 좁혀 논지를 전개하고자 한다. 

#. 소비 주체는 ‘어른’ 아닌 ‘청소년과 젊은층’ 

소비 주체인 젊은층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도시 성장 과정에 놓인 세종시 현주소다.  

한국 사회의 소비 주체는 단군 이래 1980년대까지 근 5000년 동안 어른 중심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가족구성원이 핵가족화로 이행되면서, 소비 패턴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소비의 주체가 청소년으로 바뀐 것이다. 

부모는 못먹고 못입고 못보고 자랐어도 자식이 한두 명 뿐인 오늘날,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결핍의 아픔’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데서 비롯한 현상이다. 

요즘 신문·방송을 보면 성인 가요는 급속도로 퇴조하고, 대신 청소년과 젊은이를 위한 음악 프로그램이 대폭 확대 편성됐다. 

소비가 있으면 공급도 따라가게 마련이다. 90년대 초 서태지와 아이들을 시작으로 HOT, GOD, 소녀시대, 핑클, 레드벨벳, 엑소, 방탄소년단 등 K팝 그룹이 방송을 장악하고, 마침내 K팝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매체도 이들의 기호를 따라가야 시청율을 확보하고, 먹고 사는 길이 열렸다. 

#. 내 집이 없어도 외제 자동차나 값비싼 피규어를 산다 

이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들이 제공한 물적 토대를 자양분삼아 성장했다. 80년대 어른 고급 구두값보다 비싼 나이키, 아디다스 운동화에서부터 나만의 개성있는 의상, 맞춤형 화장품, 장난감, 외제 학용품과 CD와 영화 등을 어려움 없이 구하면서 소비문화를 화려하게 열었다. 

지금은 초등학생도 화장할만큼 미용 소비 주체가 되어 기업은 어린이에게까지 판촉을 맞추는 추세다. 절약으로 인생의 승부를 걸어온 어른 세대 호주머니를 털기는 만만치 않다. 

오늘날 청소년은 부모에게 물건을 사달라고 졸라서 안들어주면 기어이 실력행사로 관철한다. 

옛날의 청소년은 체념하거나 포기하지만 요즘 세대는 해결해주지 않으면 집안을 거덜낼 정도로 안하무인이다. 하나 뿐인 자식인지라 부모는 이런 아이를 이길 수 없다. 

혹시나 잘못되면 종이 소멸되니 공부하는 것, 노는 것, 갖는 것을 100% 들어줄 수밖에 없다. 하나 뿐인 그들은 예전 가족의 부속품이거나 보조품이 아니라 ‘가정의 문화재’가 됐다. 

이런 거대 소비 주체를 수용한 곳이 90년대 압구정동을 시작으로 신촌, 홍대거리, 건대 앞 문화거리다. 

압구정 오렌지족을 시작으로 밀레니엄세대, X세대, N세대, G세대, Z세대까지 왔다.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에 따르면, 90년대 중반 이후 세대인 Z세대는 외계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예측하기 어렵고 무엇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기물을 부숴버리는 성급한 막무가내 소비층이다. 바로 오늘의 청소년들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고 경험과 함께 소비를 중시하며, 내 집이 없어도 외제 자동차나 값비싼 피규어를 사고, 브랜드나 내구성보다 디자인이나 개성을 보고 제품을 선택한다. 

그들의 아버지 세대는 낡고 좁은 무교동 낙지집이나 청진동 해장국집에서 빈대떡과 해장국 하나로 쓰라린 위장을 달래며 소주를 목에 털어넣는 꾀죄죄한 군상이었다면, 요즘의 청춘은 소비 패턴이나 스케일이 쪼잔하지 않고 액수도 그 수십 배다. 

그들 스스로 아르바이트 등으로 수입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청년 취업 부진과 88만원 세대라는 자학도 있지만, 씀씀이만은 옛날 아버지의 궁상스런 모습이 아니다. 

#. 젊음의 놀이광장 활성화를 위한 제언

미래 세종시 중심상업지가 될 나성동 일대 지구단위 계획도. (제공=행복청)
미래 세종시 중심상업지가 될 나성동 일대 지구단위 계획도. (제공=행복청)

이들을 견인하는 마당이 세종시에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상권도 살지 못하고, 세종시 세수 확보와 지역발전에 난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집합성이다. 젊은이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은 상업적 관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울처럼 인구 천만이 넘는 곳에서는 상업적 차원에서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집합성을 강구할 수 있지만, 계획도시인 세종시는 행정의 정책적 유도가 없으면 조성이 무망하다. 집합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

시가 구상 중인 조치원읍 청년 특화거리 조성이나 나성동 청년 창업공간 마련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있고 속도감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 구상도. (제공=세종시)
홍익대와 고려대가 위치한 조치원에도 청년 특화거리 조성 필요성은 일찌감치 제기돼왔다. 사진은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 구상도. 

둘째 다양성과 다원성이다. 

요즘 젊은이는 옛날의 아버지 세대가 아니다. 청진동 해장국집과 무교동 낙지집 하나만으로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계층이 아니다. 다양한 모든 것들이 집산하는 곳에서 청춘들이 그중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세대다. 

다원화한 인종, 취향, 계층이 모이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연극 공연장이 있고, 비보이 클럽이 있고, 영화관이 있고, 디스코장이 있어야 한다. 숙박업, 노래방, PC방도 있어야 한다. 대중음악, K팝, 국악, 무용 등 실험 예술이 있어야 한다. 품바가 있는가 하면 재즈가 있고, 펑키 스타일도 있어야 한다. 

혹 퇴폐와 타락으로 흐를 것이라고? 흐르면 어떤가. 성인들 역시 퇴폐와 타락과 좌절과 허무의 계절을 통과해온 세대 아닌가. 

세상의 모든 인간은 청소년기를 거친다. 이때 방황하지 않은 청춘은 없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불안해하고 떠나간 애인에게 좌절하고, 고시와 취업 실패에 절망하기도 한다. 그럴 때 퇴폐에 빠지고 타락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 있다.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살인이 날 수도 있다. 그래서 5,000년전의 이집트 피라미드에는 “요즘 젊은 것들이 타락해서 사회문제”라는 자탄의 낙서가 씌어져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그도 어느 시기, 자정의 과정을 거쳐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것이다. 영영 타락한 사람보다 거기에서 빠져나온 청춘이 더 많을 것이다. 

어진동 방축천변 상업 특화거리도 미래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구역으로 구상되고 있다. 사진은 방축천 음악분수 현장. 

셋째 상징성이다. 

서울의 젊음의 거리 하면 홍대 거리와 강남역, 건대 앞 문화거리, 동숭동 연극거리가 떠오른다. 그곳에 가면 문화를 만날 수 있고, 청춘을 만날 수 있다. 약속하지 않아도 나오지 않으면 못배기는 중독자 친구는 물론, 미리 동아리들이 약속해 만나는 친구들도 있다. 실연당한 애인을 만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추억의 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브랜드화했다. 

세종시도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구역이나 특화거리 등을 적극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같은 구상이 현실 무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민선 2기에 추진하던 청년 푸드트럭 특화거리 등도 고려해볼만하나, 제도적 장벽에 막혀 진전되지 못했다.  

#. 집집마다 청소년, 이들이 광장에 나오지 않는 이유 

한때 청년 창업과 상권 활성화 시너지를 위한 푸트트럭 특화가 고려됐으나, 현재는 제도적 장벽에 막혀 지지부진하다.

세종시는 청춘의 거리를 조성하는 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 

각 집마다 청소년과 대학생이 있지만 횡적 유대가 분절되어 있다. 이들을 모이게 하는 장소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방에 갇혀 지내다가 욕구가 솟구치면 인근 소재 대학 캠퍼스로 간다고 한다. 

대전과 청주, 공주, 조치원 대학가로 간다. 일부는 서울로도 진출한다고 한다. 이러니 세종시 중앙 및 지방 행정청사 소속 젊은 공무원들도 지역을 찾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세종시가 이들을 집합시킬 공간과 컨텐츠가 절대 부족한 탓이다.

연동면 문화예술창작소, 조치원읍 옛 한림제지 건물의 문화재생공간 및 문화정원, 어진동 음악창작소 등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조금씩 선보이고 있으나, 이는 매니아층에 한정된 요소로 보인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공간이 없단 뜻이다. 

조치원 새내1,2길도 상업 특화거리 조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넷째 행정의 전폭적인 지원책이다. 

한때 각 지자체마다 특화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붐이었다. 그러나 성공했다기보다 실패한 경우가 많다. 단순히 지역 특성을 염두에 두고 상업성만을 강조할 뿐, 문화적 철학적 컨셉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장삿속으로 단시일내에 효과를 보겠다는 성과주의 때문이기도 하다. 

홍대 거리가 청춘의 거리로 상징화한 것은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홍대 미대를 중심으로 젊은 미술인들의 앙가주망(사회참여)이 70년대 유신독재에 항거하며 거리에서 실험미술을 통한 저항과 방황과 좌절의 몸짓을 보일 때, 그 자양분을 먹고 자랐다. 

민주화 과정을 거쳐 보다 다양하고 개성적인 젊은이 열정이 분출하면서 오늘의 홍대거리가 형성됐다. 그런 역사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행정당국은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실적주의가 아니라 여건을 만들고, 성과에 관계없이 행정지원을 해줘야 한다. 어린이부터 3,40대까지 젊은 연령 분포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문화가 꽃피는 컨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과 미래의 약속들이 분출하는 거리,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는 거리, 마시고 먹고 보고 즐기고 행동하는 거리를 제공하는 디지털 문화산업의 거리다. 단순히 골목 뒤편의 먹자골목 따위로 젊은이 거리를 국한한다면 필시 실패할 것이다.  

올해 말 차없는 거리인 나성동 ‘도시상징광장’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지 주목되는 이유다. 

#. 거리의 보도블록·간판·상징조각 등 외형의 변화부터

행정 지원 문제는 거리의 보도 블록 하나, 간판, 상징조각 등 외형의 변화부터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상업하는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야한다. 청춘의 거리가 조성되고 이들이 이곳에 쏟아질 때까지 출혈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함께 기여자로 보고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세수 지원은 물론이다.  

세종시의 젊은이 거리는 쉽게 디자인할 수 있다.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는 기왕의 구도심이나 슬럼화된 곳을 특화거리로 조성하려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신생 계획도시 세종시는 기존 대도시가 겪는 그런 고민에서 자유롭다. 상상만 집어넣으면 되는 것이다. 

이계홍 본지 주필.
이계홍 본지 주필.

상상력으로 젊은이가 충만한 거리를 조성할 때가 되었다. 기왕 조성하려고 한 곳에 행정력이 촘촘히 가닿으면 그 길은 가속화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복고 DJ클럽’ 형태의 나성동 감성주점 3곳에 열광하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세종시 제1호 젊음의 거리, 어디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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