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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괴물을 처단한 영웅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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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괴물을 처단한 영웅⑥
  • 송길룡
  • 승인 2012.09.17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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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드디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갈지도 모를 곳으로 페르세우스는 여행길을 오른다. 그를 애틋하게 여긴 신들이 이끌어주고 밀어주고 망망한 대륙과 대해를 거쳐 그를 목적지 포르키스로 데려다준다.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이는 신들의 입김소리를 들으며 페르세우스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닥을 잡았다. 운명의 땅 포르키스까지 왔는데 이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지? 우선 백발 요정 그라이아이 노파들을 만나서 귀중한 물건들을 손에 넣어야 해. 수근수근 재잘재잘 온갖 의견이 교차한다. 자기 스스로는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는 누군가의 작전회의가 그의 귀에 쏟아져 들어온다.

그라이아이들은 노쇠의 저주를 받아 태어나면서부터 하얗게 샌 머리를 가져야 했다. 눈이 흐리멍텅하고 이가 말랑말랑 약해서 가뜩이나 천성으로 주의력이 깊지 못한 그들은 그만 그동안 살아오며 눈과 이를 모두 잃어버렸다. 그들은 울며불며 신들에게 애원을 했다. "단 하나만이라도 좋으니 저희에게 눈과 이를 주세요." 신들로부터 겨우 얻어낸 하나의 눈알과 하나의 이. 어쨌거나 그들은 그것으로도 감지덕지하며 서로서로 사이좋게 돌려쓰고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몰래 다가가 그라이아이들의 식사 장면을 훔쳐본다. 첫째 그라이아이가 식탁에 있는 음식을 한 입 먹고나자 눈알을 빼고 이를 빼서 손으로 둘째에게 건네준다. 둘째가 손으로 받아 자기 눈구멍에 눈알을 끼우고 잇몸에 이를 끼운다. 음식을 한 입 먹고는 눈알과 이를 빼서 셋째에게, 셋째는 넷째에게… 이렇게 끝까지 돌아서 다시 첫째의 손에 눈알과 이가 전해진다.

페르세우스는 슬금슬금 다가가 첫째와 둘째 사이에 끼어든다. 첫째가 눈알과 이를 손으로 건넬 때 둘째의 손 바로 위에서 받아 가로챈다. 그것도 모르고 둘째는 한참 기다리다 말한다. "혼자만 계속 먹지말고 빨리 나한테 눈과 이를 달란 말이야. 다들 기다리잖아." 그제서야 페르세우스는 껄껄 웃으며 자기가 눈과 이를 가졌노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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