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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피해 농가가 언론을 꺼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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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피해 농가가 언론을 꺼리는 이유?
  • 김수현
  • 승인 2012.09.0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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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8개국에 수출하는 부강 ‘금강배’ 피해현장을 가다


부강의 ‘금강배’는 80% 이상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네시아, 대만, 체코, 뉴질랜드 8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고 당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금강변이 위치한 세종시 부강면 금호리 일대의 ‘금강배’는 천혜의 토질과 금강의 시원한 바람,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농부의 열정이 조화를 이뤄 빚어낸 결과물이다.

현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 공통적으로 바로 탄식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낙과한 배를 바라보며 하늘의 잔인함에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깐, 이 많은 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고, 보상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 것인지 후속 대책에 대한 막막함으로 다시 한 번 큰 한숨을 내쉬게 된다.

오평수 금호1리 이장은 보험사 직원들과 함께 피해현장을 방문하며 현지 조사작업을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저러한 통계적 접근으로 농민 분들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낼 수 있을지 상식적으로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소한의 보상을 위해서는 수공업적 노력 또한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내민다.

현장에서 만난 소 모씨(70세)는 처음에는 언론에 실리는 것을 반기질 않았다. 언론에 나온다고 해서 피해농가의 근심이 사라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피해상황→ 작황 감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판에 박힌 언론의 기사가 결과적으로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농가에게 이중고를 안겨준다는 것이었다.

소 모씨의 눈에는 근심이 잔뜩 서려 있었다.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막막한 상황이기도 하고, 대책이란 것도 거의 대부분 형식논리에 그치고 있었다.

땅에 떨어진 낙과가 알이 튼실하고 상품성이 뛰어난 것이기 때문에 50%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피해액은 70% 이상을 넘는다는 점, 특히나 ‘금강배’는 친환경 농산물이기 때문에 농민들의 노력과 정성이 포함되어 낙과로 인한 피해액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설명할 때는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보험이란 것이 실질적으로는 일부 보상만 가능한 것이고, 세종시 원예유통과에서 전화로 온 대책이란 것이 낙과한 20kg의 배를 4500원에 매입하여 식품 가공업체에 알선을 해준다는 것인데, 운반비와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 이 금액에 넘기는 것도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오면서도 한숨은 가시질 않았다. ‘하늘로부터 고통을 받고, 자본주의 논리로부터 고통을 받는’ 농부들의 이중고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군부대에서 수해복구 지원에 나온다는 얘기를 전한다. 하늘의 잔인함도, 국가와 지자체가 포괄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허술함도, 보험이란 형식논리의 미비함도, 소비심리를 쥐락펴락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성 앞에 탄식만 하며 세월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스템이 수용하지 못하면 사람에게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 속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어찌보면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위정자의 역할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를테면 일방적인 치적 위주로만 SNS(Social Network Service :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쌍방향 소통매체)를 이용하지 말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조정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철의 냉방 문제까지 트위터를 통해 다중의 지혜로 해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주목하기를 바란다.

▲ 과수 피해에 대해 협의하는 농민들과 보험사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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