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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봉에 오르면 세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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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봉에 오르면 세상이 보인다
  • 김수현
  • 승인 2012.08.15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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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강이야기] 노고봉 1


부강약수와 육철식 시비


부강사람들에게 노고봉(老姑峰)은 아버지와 같이 기댈 수 있는 주산(柱山)이었고, 어머니의 품과 같은 모산(母山)이었다.
역사적으로 삼국시대의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노고봉은 부강사람들의 안위와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했고, 예전처럼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부강사람들의 젖줄인 부강약수가 초입에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노고봉은 높이 305.1m의 산으로 부강면 등곡리와 문곡리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할미봉’ 또는 ‘노고성’이라 불리기도 하고, 정상부에는 둘레 193.7m의 노고봉 산성이 흔적을 남기고 있다.
노고봉은 부강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산행코스로 무난하게 다가오지만, 처음 산에 안기는 외지사람들에게는 짧은 구간거리지만 쉽게 정상을 내주지 않는 자존감이 강한 산이기도 하다.
노고봉 정상에서는 남쪽으로는 신탄진과 대전, 북쪽으로는 부강 전역을 넘어 조치원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부강을 알기 위해서는 노고봉을 올라봐야 한다. ‘고구려 산성 탐방길’로 불리기도 하는 노고봉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부강 약수

노고봉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노고봉 주차장을 정면으로 오른쪽 아래에 위치해 있다. 불과 3,40년 전만 해도 부강약수를 맛보기 위해 대전에 임시열차를 운행할 정도였고, 부강역에서 약수터 2km의 거리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쓸쓸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하다.
부강약수는 고구려 장군 연개소문이 금강을 거쳐 부강에 왔을 때 이 약수를 먹었다는 전설이 있다. 조선시대 역사지리서 동국여지승람(1481년) 및 신증동국여지승람(1531년)에는 초천이라 하여 맛이 후추처럼 맵고 이 물에 목욕하면 병이 낫는다고 기록돼 있다.
2004년 먹는 물로 부적합하다는 수질검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옛 명성을 잃어가기 시작했으나, 2011년 충청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해 수질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부강약수에는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고, 일반 세균과 대장균, 수은, 납 등도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불소와 철분의 함량이 많아 1일 850ml 이내의 섭취가 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철식 시비

노고봉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부강사람들의 생명줄이었던 금강이 한눈에 훤히 내려다 보인다. 잠시 휴식과 함께 숨고르기에 적합한 곳이다.
육철식 시인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6.25전쟁과 분단이라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에 투영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부강 출신으로 지금도 부강에 생존해 있는 육 시인은 강동정치학원을 거쳐 52년 백운산에서 체포돼 권총자살을 시도하는 등 파란만장한 빨치산 활동을 담은 자전적 수기 ‘강동정치학원-빨치산’을 출간하였고, 91년 시집 ‘봄을 기다리는 낙엽’을 내놓기도 했다.
강동정치학원은 1947년 9월 미군정의 단속을 피해 월북한 남로당 간부들이 평안남도 강동군에 세웠던 군사정치 학교로 대남 공작원과 유격 전문요원을 양성했던 곳이다.
육철식 시인은 북에서는 버림을 받고, 남에서는 저주를 받은 무덤도 없이 사라져 간 영혼들의 산증인으로 현대사의 비극을 증명하고 있다.


산아! 그리운 산아!
육철식

행여 보일까 산에 오르네
이어지는 구비 따라 남긴 사연들
뻗어내린 능선 따라 님의 발자국
꽃이 되여 아름답게 피여서 웃고
산새 되여 다정히 속삭여주네

산에 올라 바라보는 저 하늘가엔
흰 구름에 님의 얼굴 떠서 오가고
그 목소리 맴돌고 올 줄 모르네
바람에 날려 오는 낙엽만이
엎드린 머리 위에 떨어지누나

소망길 염원의길 소망의길
님들이 심어놓은 꽃길을 따라
가랑잎 떨어지어 쌓인길 따라
가신 님의 부르짖음 메아리치는
정상에서 불러보는 그 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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