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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괴물을 처단한 영웅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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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괴물을 처단한 영웅④
  • 송길룡
  • 승인 2012.08.07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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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이야기] 페르세우스

세리포스 섬은 폴리덱테스 왕의 성대한 잔치로 들썩인다. 섬에 살고 있는 모든 가문들뿐아니라 힘깨나 쓰는 인근지역 젊은이들을 모두 불러모은 가운데 왕은 오이노마오스의 딸 힙포다메이아와 결혼을 하기 위해 값진 선물들을 모으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저기서 자신의 충성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려는 듯이 큰소리로 세상의 희귀한 보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 결혼 예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다. 튼튼해서 멀리 달려갈 수 있는 말들을 얼마나 많이 선물로 주느냐가 결혼을 예비한 남자의 위세를 가늠해주는 것이다. 돈푼깨나 있는 집안에서 나온 초청객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자신이 내어줄 수 있는 말의 수효를 알린다. 그러면서 마음 편히 잔치분위기에 젖어든다.

페르세우스에게 이 잔치는 좀 다른 의미가 있다. 페르세우스가 시끌벅적한 행사장에 들어서며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어릴적부터 줄곧 왕이 자신의 엄마 다나에를 마음에 두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다시 없을 만큼 풍성하게 결혼 준비를 하는 왕의 모습을 보고 이제 그만 왕이 단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 드디어 별다른 위험과 사고 없이 왕의 욕정이 옭아맨 사슬들을 끊게 될 시점이 오게 된 것이다.

긴장을 풀고 주변 친구들과 떠들며 술을 마시던 페르세우스의 곁으로 온화한 모습이지만 어느 한편 비밀을 숨겨놓은 듯해 보이는 노인 하나가 다가온다. "자네는 가난해서 말 한 마리 마련하기 어렵지 않나. 지금껏 성심성의껏 돌봐준 왕을 위해 무슨 선물을 생각하지?" 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구도 가져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진귀한 보물을 마련해야 했다. 노인은 가볍게 툭 의견을 내놓는다. "아마도 고르고의 머리쯤이면 자네를 증명해보일 수 있을 게야."

폴리덱테스는 잔칫상 멀찌감치 떨어져앉아 수심에 잠긴 페르세우스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은밀한 미소를 짓는다. 페르세우스가 자신의 용력을 믿고 저 위험하고도 사악한 고르고 자매들을 찾아간다면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를 처치하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숱한 세월 애타게 기다려온 회심의 기회를 얻게 된다고 생각하니 이 집착 많은 왕은 잠시도 더 참을 수 없는 마음이 된다.

도대체 자신의 마음을 한순간에 소용돌이로 만들고 이토록 끊임없이 절절하게 만든 아름다움의 정체는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왕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국 하나의 아름다움 앞에서 자신의 힘이 무력함을 느끼고 또 다시 한숨을 내쉰다. 노인 변장을 풀고 다가온 마법사가 폴리덱테스의 귀에 속삭인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제 머지않아 그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이 올 것입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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