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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괴물을 처단한 영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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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괴물을 처단한 영웅(2)
  • 송길룡
  • 승인 2012.07.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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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이야기] 페르세우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비정하게도 자기 딸과 외손자를 궤짝에 넣어 바다에 내던진다. 외손자에 의해 죽음을 당하리라는 신탁을 거스르자면 핏덩이 같은 외손자를 당장에 죽여야 했지만 제우스로부터 태어난 아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파도에 출렁거리는 궤짝. "내가 내 손자를 죽이는 게 아니야. 모든 생명을 집어삼키는 바다가 죽이는 거지." 아크리시오스는 하늘 위 뭉게구름을 보며 옹졸하게 변명한다.

궤짝은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서 그 빈틈으로 바닷물이 새어들어오는 줄 알았다. 다나에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 빈틈으로 바닷물이 아니라 하늘빛이 비쳐들어온다. 바다의 요정들이 어디선가 자애로운 신의 명령을 받아온 것일까. 궤짝이 가볍게 누군가의 손들로 떠받들린 듯하다. 궤짝은 한 뼘만큼만 바닷물에 가라앉았을 뿐 유유히 파도 위를 둥실거린다. 저 멀리 뭉게구름으로부터 흩어져온 미풍의 입김을 받으며 이 작은 구명선은 살랑살랑 물결 고운 바다 위를 실려간다.

▲ 세리포스 섬이 속해있는 키클라데스 제도. 자료=위키백과.

펠로폰네소스 반도 동쪽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군도를 이루며 동방으로 이어지는 바다의 길목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키클라데스 제도라 불리는 이 섬들의 바다 서쪽 한편에 세리포스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의 해변 저편에 난파선에서 떨어져나왔는지 큼지막한 상자가 모래사장 위에서 햇살을 받으며 반짝인다.

낚시도구와 그물을 챙겨 해변가에 나온 어부 딕티스는 전날밤 꾸었던 꿈을 되살리며 그 상자에 다가간다. 물 한 방울 젖은 흔적 없는 작은 배, 파도를 스치며 구름이 끌고온 신비로운 그 궤짝. 꿈에서 보았던 그 궤짝이다. 그는 언뜻 갓난아기의 칭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듯 느껴진다. 궤짝에 귀를 대고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던 그는 황급하게 궤짝의 자물쇠를 뜯어내기 시작한다.

아무런 욕심 없이 사는 동생 딕티스를 미련스럽고 답답하게 여긴 세리포스 섬의 왕 폴리덱테스는 한동안 동생이 사는 해안가를 찾지 않았다. 그런데 희한한 소문이 돌았다. 어리숙하고 착해 빠진 딕티스가 아내를 얻고 아들까지 낳아 기르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폴리덱테스는 사람을 시켜 알아보도록 한다. 그 소문이 모두 사실이지만 동생이 결혼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동생이 사는 어촌의 초라한 집을 찾아간다.

의도치 않은 사랑의 감정이 때로는 불화와 반목을 낳는 모양이다. 자신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욕심 많은 왕 폴리덱테스는 소박하게 차려입은 다나에 공주의 단아한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동시에 위험스러운 욕망의 음모도 은밀하게 싹터오른다. ((다음에 계속))

▲ 요한 보드의 천상지도(1801)에 그려진 페르세우스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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