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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단한 권력자도 돌아갈 곳은 아내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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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단한 권력자도 돌아갈 곳은 아내의 곁
  • 송길룡
  • 승인 2012.07.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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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이야기] 케페우스(세페우스)

페르세우스가 괴물고래 케투스를 처치하고 돌아와 바위에 묶인 안드로메다 공주를 풀어준다. 해안가 백성들을 염려하여 신탁에 따라 자기 딸을 제물로 바쳐야 했던 케페우스 왕은 그 모습을 어떻게 보았을까? 아무리 권좌에 있은들 자신의 미약한 능력으로 어찌하지 못했던 일이 어느 용감한 청년에 의해 해결됐다. 왕은 위험에 빠진 딸도 구출되고 혼란에 휩싸인 백성들도 안심하게 됐다고 마냥 기쁘기만 했을까?

▲ 2012년 7월 4일 04시 새벽하늘의 케페우스자리

케페우스 왕은 페르세우스가 괴물고래와 싸우기 전에 던졌던 약속을 생각하고 성대한 결혼식 잔치를 준비한다. 괴물에게 넘겨줄 뻔했지만 고이고이 길러온 아름다운 딸을 누가 봐도 씩씩하고 건장한 청년에게 맡기는 것이니 아무도 시비를 걸 일이 아닌 그런 즐거운 잔치가 벌어진다. 왕은 딸의 미래를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으로 또 다른 고민거리에 시름겨워 한다. 왕은 괴물고래의 난리법석이 있기 오래 전에 벌써 안드로메다 공주의 결혼을 예정해 둔 사람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주의 예전 약혼자 피네우스가 느닷없이 결혼식장에 들이닥친다. 자신에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벌어지는 안드로메다의 결혼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상태로 말이다. 안드로메다 공주의 곁에서 축하객들의 인사를 받는 페르세우스를 흘깃 보고 피네우스는 왕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아무리 상황이 극심하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과 정한 약속을 그렇게 쉽게 파기할 수 있는지를 따져묻는다.

왕은 두 눈을 치켜뜨고 바라본 예전 예비 사위에게 호통을 친다. "내 딸의 결혼은 내가 결정한다. 아내의 죽음을 방치한 자에게 남편의 자격은 없다." 피네우스는 부하들에게 호령하여 각자 칼을 꺼내들게 한다. 잔치는 순식간에 살육의 장으로 변한다.

페르세우스가 웃음을 거둔다. 살기를 머금고 달려드는 전사들과 격투를 벌인다. 하지만 중과부적. 어느새 사방이 피네우스의 부하들로 포위되어 있다. 페르세우스는 더 이상 방도가 없음을 알고 최후의 방편으로 주머니에서 메두사의 머리를 치켜올린다. 그 머리를 본 전사들은 그대로 멈춘 채 돌이 된다.

피로 범벅이 된 결혼식장을 둘러보며 케페우스 왕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이런 난리통을 만들기 위해 권좌에 머물렀던 것일까? 그가 그동안 자기 주변과 백성을 위해 내렸던 결정들에 어떤 회한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케페우스는 아내의 죄로 자기를 벌하려 하던 포세이돈에게 도리어 간청하여 밤하늘의 별자리가 된다. 어떤 권능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은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것. 케페우스는 왕보다 남편이기를 더 원했는지 모른다.

▲ 존 플램스티드의 천체도(1729)에 그려진 케페우스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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