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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역에서 우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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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역에서 우리를 만나다
  • 고갑준
  • 승인 2012.06.08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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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학교 고갑준의 느린 삶, 나눔의 삶

지난 3개월간 화요일이면 서대전역에서 기차를 타고 김제역을 오갔다. 기차를 타고 오가며 사람 사는 정을 느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8시 5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가며 계룡 논산 함열 익산을 거쳐 가며 출퇴근하는 사람들, 등교하는 학생들, 장에 가는 아주머니들 좀 수다스럽다 싶지만 구수하게 들려오는 사투리 어느것 하나 정겹지 않은 것이 없다. 무궁화열차를 타면 그 옛날 비둘기호열차가 생각났다. 비둘기호를 타고 대전발 영시 오십분 기차에 몸을 싣고 장장 7시간을 달려부산에 도착 바다구경을 좀처럼 하기 힘든 우리들은 해운대백사장에 누워도 보고 뛰어 다니며 마냥 좋아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지금의 무궁화호는 그 옛날 비둘기호가 모든 역에 정차했던 것처럼 그렇게 역마다 다 쉬어간다. 시골에서 각자 사연을 담은 보따리 하나씩 들고 타고 내리는 그 모습이 정겹다. 무궁화 열차는 케이티엑스 열차보다 객실 의자간 거리와 폭이 넓어 참 편하고 좋다. 뒤로 의자가 많이 뉘어지는 것은 더 없이 좋다. 새로 나온 케이티엑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의자 번호가 1번에서부터 2, 3, 4, ~ 30, 40번으로 표시되어 있다.

전래놀이 지도사 수업을 마치고 오후 1시 김제역에서 서대전역으로 케이티엑스표를 사고 역 구매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사람들을 보게 된다. 큰 도시가 아닌 작은 시골역 같은 분위기의 김제역에서는 오늘도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역 구내 의자 내 옆자리에 할머니와 중년의 아들이 대화를 나눈다, 이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서울 사는 큰아들 집에 다니러 가는 노년의 어머니는 보자기 3개를 들고 있다. 시골에서 고향을 지키며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아들은 어머니께 좀 가벼운것 2개는 왼손으로 들고 무거운 거 하나는 오른손으로 들고 기차에 오르라고 이야기 한다. 형한테 전화해서 도착시간에 마중 나오라고 했다는 이야기로 안심을 시키는 듯하다. 도시나간 아들 손주들이 보고 싶은 한이 조금 있으면 풀리시겠지 싶은 생각을 해본다.

또 다른 한분을 유심히 보았다. 노년의 이 할아버지 옛날 양복을 잘 차려 입으셨다. 그 옛날 멋쟁이신사 였을 것이라 짐작이 되는 포스를 느낀다. 연세가 지긋하신 이분도 양손에 짐이 가득 들려있다. 케이티엑스 2호차에 올랐고 나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잠시 잠을 청해 볼까 하는 마음에 좁은 의자를 뒤로 조금 뉘이고 자세를 잡아 보려는 순간 그 할아버지의 모습이 들어 왔다. 그런데 다시 또 반대쪽으로 짐을 들고 가신다. 그러더니 다시 또 내가 있는 쪽으로 다시 오신다. 이미 할아버지의 불편한 심기가 느껴진다. 없어 30호가 없어를 연발 하시면서~ 어디 표를 보여주세요 하고 할아버지 표를 보았다. 아뿔사~ 나는 얼른 여기예요. 하고 옆자리를 가르키며 않으시라고 했다. 그렇게 자리를 찾는 소동은 일단락 됐지만 난 난데없이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랄까! 무궁화호에서는 30호가 있다. 그러나 새로 개발되어 빨리 달리고 의자가 좁은 케이티엑스는 3D라고 표시되어 있다. ABCD 배열로 표시되는 방식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바꾸게 되는 과정에 우리 국민의 정서를 고려했을까? 영어를 배우지 않은 우리네 부모님들은 어찌하라는 걸까 서양인들이 보기 편하면 세계화 되는 걸까! 씁쓸한 마음이다. 나는 이분께 마음으로 사죄를 드린다. 우리사회에서 아들세대로 살아가면서 당신이 기차 한번 맘 편히 탈 수 없는 환경을 만든, 아니 그렇게 되도록 방조한 책임을 통감하며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이런 표시방법을 누구나 알기 쉽게 무궁화 열차처럼 바꾸라고 요구
할 것이다.

나는 내일 졸업식을 위해 똑 같은 시간에 같은 열차로 김제를 간다.

가고 오며 이렇게 사람 사는 정을 느끼고 싶다.

어르신 !
당신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케이티액스 자리 표시 방식을 바꾸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고갑준*
놀이연구가, 마을축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고갑준은 1964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나 한남대학교와 동 대학원과 배재대학교 관광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일찍이 우리놀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민속놀이교실>을 운영하면서, 마을축제 복원에도 앞장서 중부권 일대를 아우르는 20여 회의 성공적인 마을축제 모델을 개척해 왔다. 여러 대학과 공공기관 등에서 <민속과 여가문화>, <전래놀이>, <가족생활놀이> 등을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강의하였고,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놀이캠프>를 기획하여 진행해 왔다. 한편 해마다 전국쌍륙대회를 개최하고, 전래놀이지도사 자격증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등 우리 전통놀이 발전과 보급의 최전선에서 늘 선봉에 서 왔다.
현재 한국전래놀이협회 회장이고 한국쌍륙협회 대표이며, 놀이의 영역을 가족생활놀이 공간으로 끌어들여 <아자카드>와 <공기윷> 등의 특허를 획득하였고, 놀이문화 나눔과 어울림의 메카인 사단법인 <아자학교>를 설립하여 ‘놀이가 문화의 중심’임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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