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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탈출! 시골에서 - 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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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탈출! 시골에서 - 금낭화
  • 김학출(농부.교육희망네트워크 사무국장)
  • 승인 2012.06.0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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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출의 우리산하 야생화이야기


수줍은 듯 진분홍빛 꽃송이는 휘어진 줄기에 조랑조랑 매달리고, 끝이 양갈래로 갈라져 위로 살짝 올라간 하트 모양의 꽃잎 사이로 붉은 입술에 밥풀 알갱이가 붙어있는 모양.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풀 금낭화에 담긴 슬픈 전설 ....

매우 가난하게 살아가는 어머니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추수가 끝나고 아들은 혼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혼례라고 해야 가진 것이 없으니 이웃 사람들 몇 모셔놓고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자기 아들 잔치처럼 즐거워했습니다. 혼례를 무사히 마치고 세 식구는 오순도순 오막살이 초가집에서 정을 나누며 살게 되었습니다. 아들만큼이나 새로 들어온 며느리도 효성이 지극하였답니다. 그런데 행복한 이 집에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혼례식 비용으로 돈을 많이 빌려 쓴 때문입니다. 간소하게 치른다고 했지만 이것저것 차리고 또 새색시 옷이다 뭐다 해서 적지 않은 돈이 든 것입니다. 빚 걱정하던 아들은 고개 너머 이웃 마을의 오부자네로 머슴을 살러 떠났습니다. 혼례 때문에 빚진 것을 알고 있는 며느리는 고개 너머로 사라지는 남편을 그저 바라만 볼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이웃 마을로 떠나자 시어머니는 갑자기 며느리를 구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집에서 살지 못하고 남의 집에 머슴을 가게 된 것이 모두 며느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아들은 오부자네 일을 하면서도 늘 집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집에서는 어머니의 구박이 점점 심해져 며느리는 날마다 괴롭고 고통스러웠답니다.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밥을 하던 며느리는 뜸이 잘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솥뚜껑을 열고 밥알 몇 개를 떠내 씹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방안에 있던 시어머니는 부엌에서 솥뚜껑 여는 소리가 나자 몽둥이를 들고 뛰어나왔습니다. 시어머니는 이유도 묻지 않고 며느리를 몽둥이로 마구 내리쳤습니다. 밥 뜸을 확인하다 난데없이 몽둥이로 얻어맞게 된 며느리는 그 날부터 방안에 드러누워 앓기 시작했습니다. 맞은 것도 맞은 것이려니와 시어머니의 구박에 마음에 병이 난 때문이었습니다. 날마다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며 앓던 며느리는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남편은 정신없이 달려와 아내의 시신 앞에 통곡을 하였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마을 뒷산 소나무 숲 속에 묻어주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며느리의 무덤 가에는 처음 보는 풀들이 많이 돋아났습니다. 그 풀은 봄내 키를 늘이더니, 여름이 되자 꽃을 피웠습니다. 붉은 꽃잎 속에 하얀 꽃술을 달고 있는 꽃은 마치 며느리의 붉은 입술에 붙은 밥풀 알갱이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꽃을 며느리의 한이 서려 있는 꽃이라 하여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이런 슬픈 전설을 가진 반면 세뱃돈을 받아 넣던 비단 복주머니 모양과 비슷하고 꽃 속에 황금빛 꽃가루가 들어 있어 ‘금주머니꽃’이라는 뜻으로 금낭화라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또한 꽃의 생김새가 옛 여인들이 치마 속에 넣고 다니던 주머니와 비슷하여 ‘며느리주머니’, ‘며늘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낭화는 봄에 어린 잎을 채취하여 삶아서 나물로 먹거나 된장국의 국거리로 쓰기도 하며, 식물체가 경화되기 전에 채취하여 삶아서 말린 후 묵나물로 이용한다. 꽃으로 효소를 내면 이것 또한 향기좋은 차가 된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금낭(錦囊)이라고 하며, 피를 잘 고르고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종기 등의 치료에 쓴다.

꽃의 관상가치가 높은 식물로 절화용을 비롯하여 화단식재용, 초물분재, 지피식물류 등으로 이용가치가 높다. 씨로 번식하며 반그늘이면서 배수가 잘 되는 곳에서 기르면 몇 년을 두고 세력을 왕성하게 펼쳐 아름다운 자태를 펼친다. 키우기가 그리 까다롭지는 않지만 건조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물론 보기 좋다고 그대로 두면 포기가 작아지고 결국 없어지기도 하므로, 2~3년에 한 번씩 포기를 나누어 자리를 옮겨 주어야 번식도 되고 세력도 유지할 수 있다.

장독대 항아리 앞에 치렁 치렁 늘어진 금낭화 꽃이 마음을 부유하게 해주는 느낌은 야생화의 또 하나의 매력....

공주시 의당면 ‘솔이랑 결이랑 농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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