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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한 삶이 더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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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한 삶이 더 즐거워"
  • 이성원(연기새마을금고 이사장)
  • 승인 2012.05.29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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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청소년선도와 사회계몽 운동을 해온 이가 있다. 꼬박 50년간이다. 연기새마을금고 이성원 이사장은 1960년부터 지금까지 청소년을 바른길로 인도하고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구현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이 이사장이 청소년선도와 사회계몽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1960년 조치원역 철도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6.25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버려진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제공하고 호적도 없어 학교마저 들어갈 수 없는 ‘무호적자’를 위해 ‘호적갖기국민청원’을 하기도 했다. 세종포스트는 이성원 이사장의 청소년선도, 사회계몽 운동을 중심으로 연재를 한다. ‘시민참여 일간지’인 세종포스트는 이처럼 세종시민이 참여해 만드는 신문이다. <편집자 주>

조치원역에 거지들 우글우글
10-20명이 한패가 되어 여객 괴롭혀...
무관심과 냉대 속에 더욱 많아져
그들과 나와의 만남은 ‘관심’에서 비롯


사람에게는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그 운명이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혹은 사람이 어떤 사물이나 사건과 마주하면서 변하는 것이다. 필자도 어느덧 고희를 넘긴 나이로 지난 50년의 세월을 돌이켜보니 청소년과 함께 했고, 불우한 이웃과 손잡고 한 평생을 살아왔다. 나와 가족을 위한 삶보다는 남을 위한 삶을 살아왔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아놓고 보니 나를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삶보다 더 뿌듯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다고 자부한다. 요즘 사회는 이론 나의 삶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말이다. 결국 큰 물의를 일으키고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는 해악을 끼친 사람들의 삶은, 남보다는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산 사람들로 밝혀졌다.

필자가 1960년 조치원역 철도공무원으로 사회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조치원역 주변을 배회하면서 구걸생활을 하는 거지들과 만남으로써 50년 동안 살아온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6.25전쟁 후 버려진 고아가 전국적으로도 많았지만, 정부는 물론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인간답게 살도록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 다들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랬다’고 말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먹고살기 힘들어서...’라는 핑계는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범죄자의 공통점은 그의 삶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조치원역 주변에도 사회로부터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버려진 청소년과 거지들이 우글거렸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할 청소년들이 부모도 없고, 있다고 해도 먹고사는데 고단한 몰지각한 부모 그리고 냉담한 사회가 이들을 거지로 만들었다. 이들은 조치원 역 주변을 생활근거지로해서 여객에게 손을 내밀며 구걸을 하며 오로지 먹을 것에만 관심을 갖고 살았다.

이들은 삼삼오오로 짝을 지어 다니다가 열차표를 사려고 매표구에 줄지어 선 여객들에게 다가가 "한 푼만 줍쇼. 예!"라며 여객의 옷소매를 잡기도하고 심지어는 부녀자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늘어지기도 해 대합실을 소란스럽게 했다.

필자가 조치원역 철도 공무원으로 발령받아서 맨 먼저 한 일은 이들을 대합실 밖으로 내쫓는 일이었다.

이들을 내쫓으면 우르르 밖으로 도망갔다가 어느새 또다시 대합실로 숨어들어와 동냥질을 하곤 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하루는 이들을 모아서 조치원역 앞 막국수집에 데리고 가 국수를 사 먹이면서 "왜 더럽게 하고서 동냥질을 하느냐?"고 물으니 이들이 답변이 걸작이다. 깨끗한 모습으로 동냥질하면 동정심이 생기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더럽게 하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필자는 이들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면서 이따금 막국수와 빵을 사주며 친하게 지냈다. 거지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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