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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들의 아우성 '주민자치회', 제 역할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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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들의 아우성 '주민자치회', 제 역할 하려면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07.23 14: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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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흥주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로 자치분권, 주민참여 실질화를 공약했다. 이번 20대 국회에 상정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도 주민자치회 운영조항이 포함됐다. 전국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 중인 주민자치회는 예산권과 행정결정권까지 갖게 되면서 역할과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주민자치, 시민주권 선도의 중심에 세종특별자치시가 있다. 시정 3기 이춘희 시장의 핵심 가치도 ‘시민주권특별자치시’로 집약된다.

최근 주민자치회 전환이 추진되면서 세종시에도 다양한 갈등이 표면화됐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일었던 논란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지적도, 실질적 주민자치에 적응해 나가는 시행착오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종형 주민자치 모델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참여 주체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주민자치회 도입에 따른 진통, 이를 연구한 연구원을 만나 두 차례에 걸쳐 발전적인 주민자치회 운영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上. 세종시 주민자치회 전환 진통, 이상과 현실 괴리

下. 민초들의 아우성 '주민자치회', 제 역할 하려면 <끝>

대전세종연구원 세종연구실 김흥주 연구위원.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남긴 말에는 ‘주민자치’ 핵심 가치가 들어있다. 

지난 2일 세종시 주민자치회가 출범했다. 동시에 다양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임기 보장 문제가 행정 심판으로 치달았고, 위원 선출을 앞두고 단체를 사적 수단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일련의 문제는 이미 올해 초 예견되기도 했다. 대전세종연구원 세종연구실 김흥주 연구위원이 발표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의 평가와 향후 발전과제: 부강면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2013년 주민자치회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부강면 주민자치회 사례를 토대로 향후 주민자치회 운영 시사점을 담은 연구를 진행했다.

주민자치회와 읍면동과의 관계, 무보수 명예직 신분의 당위성, 위원 선출 방식과 지방의회와의 협력 필요성까지. 세종형 주민자치를 연구해 온 전문가의 정책적 제언과 향후 풀어야 할 과제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ㅡ 세종형 주민자치 모델을 연구해왔다. 올해 시작한 주민자치회 전환 사업은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읍·면·동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연구자 입장에서 본 세종시 주민자치 수준은 어떠한가.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센터 자치 프로그램 운영 수준의 업무를 수행했다. 주민자치 기제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흘러온 역사를 봤을 때, 주민자치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담겼듯이 주민자치회 기능 확대 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상태다. 

세종시는 타 지역보다 선제적으로 주민자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읍면동장 시민추천제 시행, 참여예산제 운영,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최근 주민자치회 전환까지 다양한 정책이 연계돼 하나의 철학을 담고 있다. 세종시가 가진 단층제라는 특성은 주민자치 실현에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 사회적 자본은 약하지만, 우수한 인적 자본을 갖고 있어 주민자치 활성화가 기대되는 곳 중 하나다.”

ㅡ 주민자치회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리라 보나.

“마을공동체는 매우 다양하다. 주민자치회도 이 중 하나다. 풀뿌리는 말 그대로 엉키고 설킨 형태다. 이 풀뿌리가 곧 지역에서는 ‘사회적 자본’이 된다. 다양한 사회적 자본들은 마을공동체 단위에서 결속돼있다. 동시에 결속된 자본들은 배타적일 수 밖에 없다. 배타성을 가진 각각의 풀뿌리 조직들을 연계할 수 있는 매개가 바로 주민자치회다.

정부와 무관하게 스스로 서비스를 생산하는 주민들만의 활동 무대가 ‘민초의 공간’이라면, ‘초대된 공간’은 주민이 스스로 도출한 의제에 대해 정부의 협력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치의 의미를 가진다.

민초의 공간에서는 아무리 얘기해도 아우성에 그쳤다. 주민자치회는 앞으로 민초의 공간에서 만들어진 의견을 초대된 공간으로 올려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마을 공동체와 읍면동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초의 공간에서 수렴된 의견을 초대된 공간으로 올려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자료=대전세종연구원)

ㅡ 이달 주민자치회 전환이 추진되면서 다양한 갈등이 표면화됐다. 연구 보고서에서 이미 예견했던 쟁점들이 실제 현실화됐다.

“좋은 취지, 잘 정비된 제도에도 쟁점은 언제나 생긴다. 연구 당시에는 주민자치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듣고, 봤던 사례들을 참고했다. 각 주체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협치는 반드시 갈등을 수반한다. 이 갈등을 어떻게 조정해 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ㅡ 주민자치회 위원의 신분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규정된다. 실제 현장에서 이 신분이 갈등 요인이 되고 있고, 연구에서도 이 원칙을 굉장히 중요시 다뤘다. 이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보수 명예직 신분은 역할 당위성 문제와 직결된다. 시 산하 위원회 활동 수당 또는 이·통장 수당과 비교하면서 보수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는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이·통장은 읍·면·동의 하부 행정 인력으로 지시와 이행의 관계다. 10급 공무원으로도 불리는 이들과 주민자치조직은 비교 선상에 놓일 수 없다.

위원 고유 역할인 주민자치, 마을계획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보수(돈)로부터 귀속되지 않아야 한다. 지역 민의를 반영한다는 당위적인 측면에서 무보수 명예직 원칙이 잘 지켜져야 행정 구속력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고, 주민 의견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ㅡ 지방의회와의 관계도 주목하고 있다. 고문으로 참여하는 지방의회 의원과의 협력적 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주민자치회가 지방의회 의원들로 하여금 긴장을 일으키게 하는 기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맞수가 될 수 있는 누군가가 주민자치회에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현재는 조례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고문으로 위촉하고 있지만, 당연직 위원으로 활동하고 싶은 욕구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치적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하면, 주민자치회의 목적과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하지만 동시에 주민자치회의 마을계획, 예산 수립안 등은 시의회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의원 입장에서도 주민자치회는 지역 민의를 전달받는 주요 통로가 되고, 중요 의제를 수립할 수 있는 장이 된다. 두 주체는 협력적 관계 정립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서로가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각자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기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를 보완해나갈 수 있다.”

ㅡ 세종시는 주민자치회 전환과 함께 공개 추첨 방식으로 위원을 새로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임기 보장과 관련된 행정 심판이 청구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향후 선출 방식과 관련된 시사점이 있다면.

“서울시 등 타 지자체 사례를 보면 위원 선출 방식이 다양한 편이다. 공개모집에 의한 전체 공개 추첨과 경력과 전문성을 고려한 공개모집 추첨, 지역 특성에 맞는 자율적 방식 등으로 나뉜다. 세종시는 첫 시행을 앞두고 공개추첨 방식을 택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기존 자생단체 또는 주민자치위원회가 단체를 장악할 가능성을 염두해 모든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의도적인 설계를 할 필요성도 있다.

다만, 향후에는 경력직을 고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지 않나 싶다.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지역 공동체 주축 조직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마을 발전위원회, 각종 협의회, 자율방범대, 녹색어머니회 등 다양한 마을공동체, 직능단체들의 협력 없이는 정착이 쉽지 않다. 경력 및 전문성을 고려해 선출할 수 있는 방식을 병행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하는 방안도 앞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김흥주 연구위원이 주민자치회 위원의 신분, 지방의회와의 협력적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ㅡ 이상적인 주민자치 모델 정립만큼 중요한 것이 참여하는 각 주체들의 인식과 역량이다. 사전 교육, 수시 교육, 사후 교육 등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세종에서는 주민주권대학, 마을공동체 교육 등을 통해 주민자치 역량 강화가 진행되고 있다. 풀뿌리 주민자치가 무엇이고, 세종형 주민자치 모델은 어떤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설계됐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사전 교육이나 사후 교육이냐를 놓고 우선은 사후 교육 방침을 택했다. 행정안전부 방침은 사전 교육 수료자에 한해 위원을 선출하도록 했는데, 국회의원, 시의원 입후보에 앞서 사전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사전교육은 참여를 제한하는 과도한 규제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예산이나 분과위원회별 교육, 마을계획 등과 관련한 사후·상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ㅡ 이번 연구 과정에서 추가 제언으로 ‘도시형 주민자치회 모델 검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는데.

“세종시는 90% 이상이 공동주택 거주 형태다. 법에 근거해 입주자대표회의 기구가 존재하고, 공동주택 주거 단위에서는 입대의가 마을공동체 주축 조직이 된다.

이들은 직접 선거로 선출되고, 부녀회나 노인회 등 자치를 경험해 봤다는 점에서 좋은 인력일 수 있다. 특히 세종시는 아파트 단지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입대의가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면, 공동주택 주거 형태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ㅡ 끝으로 주민자치회 실질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주민자치회가 주민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조직의 존재 이유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껏 마을공동체는 문화, 사회, 봉사 활동이 위주였다. 문제 해결형 조직이 돼야 존립 당위성이 생긴다.

주민 간 소통과 신뢰도 중요하다. 위원들의 역량 강화 교육, 공동체, 주민 의식 함양, 정책 발굴 능력도 높여야 한다.

정책 추진 주체인 시는 이론적 주민자치회 모형 틀이 제대로 정립될 수 있도록 견지해야 한다. 마을의 대표 조직으로서의 기능과 권한을 부여하고, 딱딱한 규정보다는 자율적으로 유연하게 기능을 적용할 수 있게끔 지원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읍면동 단위 행정과 협력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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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근수 2019-07-23 15:15:09
지방자치제가 시작된지오래 되엇는데 아직도 정착이 안된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실천의지가 문제입니다.
세종특별시가 앞장서서 지방자치제가 정착될수 있도록 계속적인 연구개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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