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주민자치회 전환 진통, 이상과 현실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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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주민자치회 전환 진통, 이상과 현실 괴리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07.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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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민자치위 '임기 보장' 요구, 행정심판 분쟁 비화… 정치 도구화 우려도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로 자치분권, 주민참여 실질화를 공약했다. 이번 20대 국회에 상정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도 주민자치회 운영조항이 포함됐다. 전국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 중인 주민자치회는 예산권과 행정결정권까지 갖게 되면서 역할과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주민자치, 시민주권 선도의 중심에 세종특별자치시가 있다. 시정 3기 이춘희 시장의 핵심 가치도 ‘시민주권특별자치시’로 집약된다.

최근 주민자치회 전환이 추진되면서 세종시에도 다양한 갈등이 표면화됐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일었던 논란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지적도, 실질적 주민자치에 적응해 나가는 시행착오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종형 주민자치 모델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참여 주체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주민자치회 도입에 따른 진통, 이를 연구한 연구원을 만나 두 차례에 걸쳐 발전적인 주민자치회 운영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上. 세종시 주민자치회 전환 진통, 이상과 현실 괴리

下. 민초들의 아우성 '주민자치회', 제 역할 하려면 <끝>

지난 2일 열린 세종시 주민자치회 출범식 현장. (사진=세종시)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새로운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의 장, 주민자치회가 세종에서 닻을 올렸다. 동시에 잡음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상적인 세종형 주민자치회 이론 모델을 정립했지만, 실제 참여 주체들의 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시에 따르면, 지난 2일자로 한솔, 도담, 장군면 3곳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도입 초기부터 법적, 행정적 분쟁 등 갈등이 표면화된 곳도 생겼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동장과의 권력 다툼, 정치 수단화, 관변 단체 변질 등의 논란이 주민자치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A동 전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B 씨 외 1명은 최근 법원에 주민자치회 전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내년 3월 1일까지 예정됐던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임기를 보장하라는 요구에서다.

법원은 지난 6월 가처분 신청을 최종 기각했으나 이들은 4500여 만 원의 잔액이 든 수강료 통장 인계를 거부하고, 시와 해당 동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A동 전 주민자치위원장 B 씨는 “주민자치회 전환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 3월 1일까지 약속했던 임기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며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동장과의 갈등 등 말 못할 속사정도 많았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주민자치회 전환은 주민자치위원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원하는 곳에 우선 실시한 것”이라며 “자치회 출범에 앞서 조례를 정비했고, 공개 추첨을 거쳐 새 위원들을 위촉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A동 동장은 “주민 수강료 통장이 주민자치회로 인계되지 않으면서 하반기 주민자치 프로그램 강사료 지불 등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일부 위원(2명)들에 의해 행정심판이 접수돼 동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행 초기부터 ‘사적 수단화’ 우려

올해 한솔, 장군, 도담 3곳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사진은 위원 모집 포스터. (자료=세종시)

이번 주민자치회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논란은 또 다른 시사점을 남겼다. 주민자치회가 신생 관변단체로 변질되거나 정치 수단화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A동 주민자치회장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동장, 지방의회 의원 개입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달 초 각각 특정 인물을 회장으로 밀어주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거나, 공개추첨 방식인 위원 선정 시기에 앞서 당원들에게 위원 참여를 독려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조례 제13조(위원의 의무 등)에 따르면, ‘위원은 직무 수행 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모든 활동은 공익 실현의 목적에 적합하여야 하며, 사익을 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했다.

제11조 위원의 해촉 사유에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거나 권한을 남용한 경우’가 담겨있다. 이미 조례에도 주민자치회의 정치 수단화를 우려, 제재 조항을 못 박은 셈이다.

시민 C 씨는 “세종시가 시민주권특별자치시를 표방하며 선도적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실제 참여하는 주체 모두가 성숙된 자치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하다”며 “주민자치 의미를 벗어나 사사로운 이익이 개입하면서 취지를 흐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의회 의원의 주민자치회 참여 논쟁도 분분하다. 행정안전부 조례 표준안에는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자치회 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방의회 의원의 경우, 의결권을 갖지 않은 고문으로 참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실제 올해 초 서울 동대문구 일부 동에서는 구의원이 주민자치회에 고문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례에 반대, 개정 요구 서명 운동이 일어나는 등 반발이 있었다.

지역 정치계 관계자는 “지방의회 의원의 주민자치회 참여는 주민 의견이 의회를 통해 실현되도록 하는 중간 다리 역할도 하지만, 반대로 의원의 영향력이 행사되거나 한쪽 정당의 의사가 반영되는 등 역기능도 생길 수 있다”며 “주민자치회의 권한과 위상이 커지면서 이를 정치적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이들의 참여가 예견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무보수 명예직과 보상 논쟁도 여전 

지속적으로 갈등이 생기는 지점은 위원의 신분과 보상에 대한 논쟁이다.

시는 조례에 의거, 과거 주민자치위원회 위원과 현 주민자치회 위원에 대한 신분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명시했다. 이는 타 지자체 모두 동일한 원칙이다. 다만, 필요한 경우 봉사 실비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 신분과 보상에 대한 논란은 주민자치위원회 운영 때부터 불거졌다. 주민자치프로그램 수강료(수입) 수입·지출과 관련해 갈등을 빚는 사례가 생기면서다.

정기회의나 자치 프로그램 운영 등 일반적인 실비 지급이 가능한 활동 외에 이·통장 수준의 활동비를 요구하거나 수강료 수입을 회식비 등의 명목으로 사용하는 등의 논란은 조례 개정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시 관계자는 “무보수 명예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사례로 동과 갈등이 생긴 곳도 있었다”며 “일부 지역은 원활하게 잘 운영되고 있지만, 주민센터 관련 조례 정비 이후에도 종종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4월 주민자치회 출범을 추진하면서 ‘세종특별자치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전부 개정하고, 주민자치회 운영원칙과 기능 등을 규정했다.

제4조에 명시된 주민자치회 운영원칙 제5항에 따르면, 주민자치회 위원은 ‘무보수 명예직’ 신분으로 규정된다.

김흥주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원들이 주민 자치, 마을계획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행정으로부터 구속되지 않아야 하고, 이는 물질(돈)에 귀속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며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당위성은 주민자치회 운영 방향에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영선 법무법인 세종로 대표 변호사는 “주민자치회에서 발생한 갈등은 시와 동 입장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시 산하에 외부 인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주민자치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중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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