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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입양'[인터뷰] 세종시 입양 가족 심한숙·박요한 부부
세종시 입양 가족 심한숙, 박요한 부부.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가족을 만드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입양이다. 세종시에도 입양으로 가족이 된 157명의 아이들이 산다.

2012년 출범 당시 29명에 불과했던 세종시 입양아동 수는 매년 증가해 올해 6월 기준 157명(441%)으로 늘어났다. 세종시 인구 증가 폭과 비교하면 꽤 가파른 추세다.

혈연주의는 아직도 굳건히 한국 사회에 뿌리박혀 있지만, 공개입양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입양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공개하거나 주위에 입양 가족임을 알리는 경우가 늘었다.

세종시 이주 6년차 심한숙, 박요한 부부도 가족이 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입양을 택했다. 이곳에 정착한 뒤 정기적 자조 모임(self-help group)을 통해 또다른 입양 가정들과 연대·소통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존재론적 물음에 직면한다. 한국 사회에서 출산이 아닌 입양으로 가족 관계를 맺은 아이들은 이 시기 누구보다 큰 성장통을 겪는다. 세종시가 진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어떤 작은 걸음이 필요할까.

#. 한 사람의 관심, 밖으로 나온 입양 가정

심한숙, 박요한 부부와 두 자녀가 함께 찍은 가족 사진.

부부는 결혼 전부터 입양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결혼해서는 입양을 결심했다. 하지만 실제 입양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걸렸다. 출산을 통해 먼저 가족이 된, 첫째 아들에 대한 설득 과정을 거치면서다.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비로소 입양을 통해 동생이 생기는 일에 동의했다. 중학교 때 여동생을 만난 첫째 아들은 올해 18살, 세종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둘째 딸은 지난 2016년 4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만났다. 태어난 지 100일쯤 지났을 때 비로소 세 사람에게 왔다.

아내 심 씨는 “첫째 아이와 초등학생 때부터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동의를 거쳤다”며 “예뻐하면서도 아직은 놀아주는 방식이 조금 서툴다”고 말했다.

공개 입양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자조 모임도 활성화되고 있다. 세종시에도 4~5세 또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12여 가정이 정기적으로 모인다.

심 씨는 “2011년 입양특례법 제정으로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졌지만, 현재 통계로 보면 과거와 달리 해외 입양보다 국내 입양이 훨씬 늘어난 상황”이라며 “처음 입양한 후 둘째, 셋째 아이까지 입양하는 가정을 보면서 아이에게 형제애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은 게 입양 부모들의 똑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입양 자조 모임이 활성화된 계기는 지난 2017년 세종시 입양가정 조례안 발의를 준비하면서다. 특히 한 기관장의 관심이 세종시 입양 가족을 세상 밖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

심 씨는 “세종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하미용 센터장님과 연이 닿으면서 입양 가족들이 자신감과 힘을 얻게 됐다”며 “자조 모임은 입양 가정에게 중요한 의미다. 아이들이 함께 자라며 언젠가 입양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서로 연대하고 격려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형식적인’ 세종시 입양 지원 조례

2016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둘째 딸을 입양한 심한숙 씨.

시는 지난 2017년 12월 ‘세종특별자치시 입양가정 지원 조례’를 발의했다. 전국 대부분의 시·도에 모두 입양가정 조례안이 제정돼있지만, 세종시 조례는 유독 허술하고 변변찮다. 입양축하금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책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다.

입양가정 지원사업 항목에 입양가정 지원 정책 수립·시행, 입양 사후관리 절차 구축·운영, 입양 교육·홍보·모범사례 발굴, 입양의 날·입양 주간 행사 실시, 입양 실태조사·기본계획 수립 등을 규정한 타 지자체와 비교되는 이유다.

아내 심 씨는 "현행 조례안은 실제 입양 부모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입양 정책 기본 계획 수립, 교육, 입양의 날 행사 등 입양에 대한 홍보까지 책무에 포함돼야 조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고, 입양 문화 개선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양 문화 개선 움직임에 가장 선진적인 곳은 바로 제주도다. 최근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입양문화 조성 및 입양가정 지원 조례’가 그 예다.

부부는 “제주도의 경우 실제 입양가족이 조례 발의 과정에 참여하면서 실효성 있는 입양 조례가 만들어졌다”며 “현재 세종시 조례안은 축하금 정도만 명시된 상태로 단지 출산 장려금과 입양 축하금이 분리됐다는 점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반쪽짜리 조례안으로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다양한 가족 형태, 편견 없애야

남편 박요한 씨. 최근 제주도 사례를 시작으로 입양 문화 개선에 대한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올해 초 전국 입양가정 구성원들의 주목을 끈 조례가 있었다. 제주도의회 송창권 의원이 발의한 '제주도교육청 반편견 입양교육 활성화 조례'다. 해당 조례는 한국지방자치학회 주관 '제15외 우수조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입양은 늘 자극적인 소재로 소모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매체를 접하며 커온 아이들이 입양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심 씨는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대중매체를 접하는 아이들, 이를 보고 자란 어른들까지도 입양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장애, 다문화,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입양에 있어서는 체감이 더디다”고 말했다.

남편 박 씨는 “제주도의회 조례안 발의는 입양 가정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반가운 일”이라며 “제주도 사례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진다면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히고, 사회적 편견을 깨트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 편견 강사 양성과 교육은 현재 (사)한국입양홍보회에서 맡고 있다. 현재 남편 박 씨도 반편견 교육 강사 수료를 앞두고 있다.

박 씨는 “장애 인식 개선, 성교육 등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 필수로 여겨지지만, 입양 관련 교육은 따로 다루기가 어렵다”며 “세종에도 강사 수료를 하신 분들이 계신다. 현장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찾아가는 교육도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손잡고 함께 걷는 연대의 장

오는 9월 28일 오전 10시 세종호수공원에서 특별한 걷기 행사가 열린다. 일명 ‘제1회 징검다리 입양가족 건강 걷기대회’. 입양 가정 100가족이 일반 가정 50가정 구성원들과 함께 걷는 행사다.

부부는 “입양에 대해 소개하고,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 싶어 기획한 행사”라며 “일반 가정들과 소통하고, 또 아직 망설이고 있는 가정들도 함께 나와 입양 가정 모임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세종시가 진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제안도 했다. 전국 최초 입양가족 지원센터 건립, 입양 가정 어린이 합창단 창립 등이다.

부부는 “입양 가족 지원센터를 최초로 건립할 수도 있고, 현재 타 지자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어린이 합창단을 출범시켜도 좋을 것”이라며 “매년 5월 11일 입양의 날을 기해 각 지자체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있지만, 국민적 체감은 높지 않다. 한 명의 아이라도 시설로 가지 않고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부부는 “입양 가정임을 밝혔을 때, 좋은 일, 훌륭한 일을 했다는 말이 아직도 거침없이 나오는 사회”라며 “입양이 가족이 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라는 사실을, 그래서 특별하거나 훌륭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야 입양 문화도 잘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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