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농부가 된 선생 송대헌
상태바
농부가 된 선생 송대헌
  • 송대헌
  • 승인 2012.05.24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는 그냥 송선생입니다... 학교 교사였죠... 하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저를 선생으로 부릅니다. 지금은 상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학교나 전교조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하면 강의를 하러 갑니다. 교육관련 법령에 대해 혼자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상담을 받기도합니다. 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 여러번 해고된 경험이 있어서... 선생님들의 교권상담을 가끔 합니다. 그리고 참교육학부모회도 도와줍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의 억울한 이야기도 들어 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지금은 가장 많은 시간을 농사짓는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밭에서 흙을 만질 때 가장 즐겁습니다.

1.
초보 농부는 우선 책을 읽습니다. 옆 화령 도서관에 가면 농사관련 책이 많습니다. 일단 책으로 기초 지식을 갈고 닦은 후에 호미를 들고 나갑니다. 책에 보니 당근이 좋다하여 당근을 심기로 했습니다.

책에서 오촌당근이 좋다 하여 작은 봉지 두개를 심었습니다. 땅을 곱게 다듬어 놓고 정성을 다해서 심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위에 신문지를 덮었습니다.

워낙 날씨가 가물어서 물을 조리개로 듬뿍 주었습니다. 물주고 또 주고 며칠을 신문지를 들춰 보면서 싹이 나왔나 살폈습니다. 그런데 점점 책에서 본 당근 이파리 모양의 새싹은 나오질 않고 고운 풀만 소복이 자라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도 당근 새싹이 나오겠지 하면서 기다려도 풀만 계속 나옵니다. 고민 고민하다가 그 풀을 박박 밀어버리고 다시 씨를 뿌렸습니다. 다시 물 주고 신문지 덮어놓고...이렇게 하기를 몇일이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괜찮겠지..

신문지를 열어보니, 아니. 이럴수가 이번에도 당근 싹은 없이 풀이 소복이 났어요. 분명히 책에서 당근 이파리를 보았는데 그런 이파리는 보이질 않고 풀만 소복하게 났어요

바로 그때! 마을 할머니가 오시더니..‘뭐 심었어’ 하십니다. 창피해서 그냥 신문지로 덮으려고 했는데 보시더니...‘당근 심었네’ 하시네요. 그러면서 ‘당근 잘 났네?’ 이러시네요.

그. 순. 간

앗! 그렇다면 그 소복한 풀이 바로 당근?

당근 처음 클 때는 풀이파리처럼 생긴 것이 두가닥 올라옵니다. 영낙없는 풀입니다. 그런데 당근 옆에 생기는 풀(잡초) 역시 당근하고 비슷하게 올라옵니다. 약간 풀잎이 넓죠. 당근 새싹도 모르고 당근을 심었다가 애꿋은 씨만 낭비 했습니다.

책이 문제입니다. 책에는 커다란 당근 이파리는 보여주지만 새싹 사진은 안 보여주거든요. 책이 문젭니다. 책이...

2.
우리 밭 중에서 마을쪽 길가에 있는 것은 내 마음대로 농사짓기 어렵습니다. 지나다니는 동네 어르신들이 일일이 코치를 하시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농사 방법을 정할 수 없습니다.

작년 감자를 심으려고 밭을 일구고 감자 바구니를 들고 막 호미를 땅에 꽂는데, 지나가시던 어르신이 ‘비닐 안 덮고 심나?’ 하십니다. 그러시면서 ‘내 덮어 줄까? 우리 집에 가서 비닐 가져오지’ 하시면서 비닐 가지러 가시려고 하십니다.

그래서 ‘아니요. 저도 비닐 치려고 했어요’ 하면서 집에 들어가서 비닐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 어르신이 비닐치기 코치를 마치고 가실 때까지 두 골을 비닐로 덮고 감자를 심었습니다. 비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어르신에게 ‘환경이 어떠니..’하는 이야기로 논쟁하게 되면 무척 서운해 하실 것이므로 그 분의 뜻을 존중해서 그렇게 했지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심으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어르신이 지나시다가 ‘비닐 안쳐도 감자 먹을 수 있어’ 그러시면서 ‘좀 늦게 캐면 되’ 그러시면서 당신께서도 비닐 안하고 해 본적이 있다고 하십니다.

허걱. 이번에는 비닐을 안 치고 그냥 심어야 할 판입니다. 그래서 나머지 세골에는 비닐을 씌우지 않고 그냥 심었습니다. 그래서 그 해 감자는 2골은 비닐 씌우고, 3골은 비닐없이 ‘친환경’으로 감자를 키웠습니다. 시골동네 초보 농부의 길가 밭은 독립적인 농사가 안됩니다. 워낙 코치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