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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대한민국 중증외상치료, 이국종 세종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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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대한민국 중증외상치료, 이국종 세종 강연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06.11 1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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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공무원 강의, “시스템 변화는 곧 사람으로부터 온다”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소장이 11일 세종포스트빌딩 5층 청암아트홀에서 인사혁신처 공무원 대상 강연을 하고 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장이 공무원들을 만나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시스템 발전의 핵심이 ‘사람’임을 강조했다.

이번 공직자 강연은 인사혁신처 주관으로 11일 오후 3시 어진동 세종포스트빌딩 5층 청암아트홀에서 열렸다. 강연 주제는 ‘Trauma surgery(외상외과)’다. 공무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 외과 전문의로 1995년 아주대 의과대학을 졸업해 2002년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미국 UC 샌디에이고, 2007년 런던로열병원 외상센터에서 연수하며 선진 의료 시스템을 경험했다.

이후 그가 2005년 발표한 논문 <중증외상센터 설립 방안>은 국내 중증외상센터 건립의 초석이 됐다. 중증외상치료 시스템의 중요성은 지난 2011년 그의 의료팀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전국 거점 지역에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되는 계기가 됐다. 최근 그는 저서 ‘골든아워’를 출간,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인사혁신처 공무원들이 11일 이국종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이날 이 교수는 국내 중증외상 분야 의료진들이 겪는 냉혹한 현실과 의료 시스템 혁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국내 의료 시스템의 변화는 사람, 즉 인사로부터 힘을 얻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병원 응급의료체계 정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현 이재열 서울소방재난본부장, 중증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닥터헬기 도입에 앞장선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등이 그 예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환자 응급 치료 체계에 있어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여전히 창피한 수준”이라며 “한국 의료시스템이 크게 발전한 것 같아도 사실 사상누각과 다름없다. 의료 내공은 곧 중증외상환자를 얼마나 살려내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4년 중증외상센터와 관련된 복지부 용역을 수행했고, 최초로 지자체별 중증외상환자 발생 현황을 분석했다. 꿈과 희망이 가득 차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에 대해 외칠 때 다들 미친 사람 취급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들어주는 몇 사람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체감과 달리 중증외상의료시스템 발전이 더딘 점도 언급했다. 응급 헬기 운용 시스템이 잘 갖춰진 런던의 emergency room to roadside(길거리 응급실), 일본의 ER with wing(날개 단 응급실) 등과 비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

이 교수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동을 많이 나가는데, 2010년 서울 시내 소방서 옥상에 유일하게 설치됐던 거점 헬기 착륙장이 2016년 돌연 없어졌다”며 “아파트 주민 민원으로 인해 개천 바닥으로 쫓기듯 옮겨졌다. 동네 광장이나 도심 어디든 이착륙이 가능한 나라들에 비하면 역행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아주대 병원 앞 길바닥 헬기장 사례도 설명했다. 2004년 임시 이착륙시설로 길바닥에 만든 헬기 착륙지는 석해균 선장 치료 사건 이후 2012년에 돼서야 8m씩 착륙 공간이 늘어났다. 

지난해 아주대병원 헬기 운용 횟수는 300회를 돌파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군들이 환자의 대부분이고, 이들이 종종 한국인을 태워오기도 한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는 응급의료센터의 상위 개념으로 중증외상진료 특화 치료”라며 “일반 응급실과 다른 역할을 유지하는 데 절박함이 있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은 의료진들에게 결국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외상센터는 단순히 의사들이 요구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과 관료들의 힘으로 만든 것”이라며 “이 동력은 곧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느냐, 인사에서 나온다. 공직자들이 만드는 정책은 결국 국가를 바뀌게 하고, 우리 같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몸으로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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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19-06-11 18:05:58
대환영합니다.
이렇게 세종시로 국내외 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연하고 정책 토론하는 문화를 정립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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