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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학부모회 조례 시기상조론… 학교 현장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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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학부모회 조례 시기상조론… 학교 현장 '후폭풍'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05.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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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제정 앞서 공론화 과정 미시행 반발, 학부모 통로 창구 확대·강화 이점도
세종시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간담회가 지난 30일 오후 7시 시의회 3층에서 열렸다. 사진은 간담회 모습.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 학부모회 법제화 조례 제정을 앞두고 물밑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조례 제정이 시기상조라는 현장 의견이 맞서면서다.

세종시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간담회가 30일 오후 7시 세종시의회 3층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례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인 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 박용희 의원과 교장·교원 5명, 학부모 대표 5명, 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조례 제정이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학부모회 권한·기능을 법적 테두리 안에 넣어 학부모 자치를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 대립됐다.

조례 제정에 앞서 학부모회 업무를 맡아야 할 학교나 교원, 일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도 지적됐다.  

#. 법제화 동의하지만… "세종은 시기상조"

학부모회 조례 제정 추진을 두고 주체 간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학교 측은 법제화라는 큰 흐름에는 동의하지만, 세종시 도시 특성 상 시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왼쪽부터) 강미애 세종교장협의회 수석부회장, 세종여고 이영길 교사, 늘봄초 정미자 교장, 소담초 정유숙 교사.

학부모회 조례는 현재 8개 시·도에서 제정해 운영 중이다. 올해는 전북과 광주 등 2곳이 갈등 끝에 조례를 추가 제정했다.

학교 현장은 학부모회 법제화 흐름에는 동의하지만, 시기를 두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설 학교가 많고, 저경력 교사들이 다수 포진한 학교 내에서 교원이 감당해야 할 업무 부담, 법제화에 따른 갈등 발생이 교육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미애 세종교장협의회 수석 부회장은 “학부모회는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도 당연히 운영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세종시 학교가 아직 정착이 안 돼 교사들이 신경적, 체력적인 소모가 많다. 법제화 시 조직부터 운영, 회계까지 교원들이 담당해야 할 업무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여고 이영길 교사도 “학부모회 법제화 논의는 국회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큰 흐름”이라며 “다만 세종시는 아직 7년밖에 되지 않은 도시고, 학교 현장도 갈등투성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주체만의 법제화가 아니라 다만 학생과 학부모, 교원 3주체 공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모회 법제화는 학부모 자치 발전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동시에 학교 현장에서의 갈등 동반도 우려되고 있다. 갈등 조정 기구 부재로 인한 혼란도 미리 대비해야 할 역효과로 꼽힌다.

늘봄초 정미자 교장은 “여러 교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학부모회와 학교 간 갈등 발생 시 조정 기구가 부재해 불필요한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며 “최근 학부모연합회 임원 선출 과정에서 보여졌듯이 아이들에게 쏟아야 할 교육력이 분산되는 일이 생길까 우려가 크다. 거의 번아웃 수준에 이른 교원들의 속사정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법제화 등 조례 추진에 앞서 학교 소통 문화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육 3주체 간 신뢰가 관건이라는 것.

소담초 정유숙 교사는 “학부모회를 제대로 경험하고 나면 학부모가 협력자로 함께 설 수 있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느끼게 된다”며 “돌아보면 소담초 학교 문화는 3주체 협약이나 형식을 벗은 학년별 간담회 등을 거쳐 만들어졌다. 보통의 학교에서는 순도 높은 의견을 취합해도 제대로 된 전달 통로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 민원으로 치부되는 의견 제시, 통로 역할 확대 기대

학부모회 또는 학부모 관련 단체 측에서는 학부모 자치 활성화, 의견 제시 통로 확대 등의 이점을 근거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왼쪽부터) 길경희 세종시학부모연합회장, 참학세종지부 윤영상 지부장, 참학세종지부 오지숙 고등부 대표자.

학부모회 운영진, 학부모 입장에서 느끼는 고충도 언급됐다. 원활한 학부모회 운영은 곧 학교 교장·교감 관리자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길경희 세종시학부모연합회장은 “7년 간 학부모회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학부모 참여 문화가 잘 정립된 학교도 있지만, 관리자 성향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라며 “학부모회 의견이 단순 민원으로 치부된다거나 법적 지위를 가진 운영위원회와 차별도 느낀다. 역할과 기능이 있는 만큼 지위 확보를 위해 법제화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회 법제화를 주장하는 측은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점으로 꼽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세종지부 윤영상 지부장은 “법적 지위 없이 의견을 제안하면 그것은 곧 민원이 돼 발목잡는다는 인식이 있어 속상하다”며 “학부모회는 오히려 학부모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상담해 학교에 전달하는 정화 역할도 할 수 있다. 시기와 관련해서는 학부모 조례를 시작으로 교사회 조례 등 차례대로 모범 사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 세종지부 오지숙 고등부 대표는 “학부모와 학교의 신뢰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학부모회가 법제화돼 활성화되고 좋은 선례가 많이 퍼질 수 있다. 학부모들과 교사 일대일 민원 창구가 학부모회를 통해 순화되는 이점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행 역할 규정 수준 머무른 조례안, 의견 미수렴 ‘후폭풍’

의원 대표 발의로 학부모회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 박용희 의원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박 의원이 추진 중인 조례안 초안이 현재 자치기구로 운영되고 있는 학부모회 기능과 역할을 규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 제정 추진에 앞서 학교와 일반 학부모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절차상 문제로 지적됐다.

늘봄초 정미자 교장은 “공식적인 공청회도 없이 조례가 추진되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 반발이 크다”며 “과정이나 절차가 민주적이지 않으면 향후 후폭풍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례안 5조 기능을 보면, 이미 모두 현장에서 원활히 시행되고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청도 현장 교사들의 심상치 않은 반발 기류를 인식하고 있다. 특히 교육 3주체 협약 등 수평적 학교 문화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부모회라는 한 조직을 우선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학교자치조례 제정 추진 당시 수렴한 학부모 의견은 학부모회와 교사회, 학생회가 같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학부모회 단독 법제화가 3주체 균열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용희 의원은 “세종시가 만들어지는 도시라는 측면에서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로 만들어지는 도시기 때문에 조례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며 “국회가 언제 정상화 돼 법이 통과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교육 3주체를 이야기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결정권은 여전히 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례안은 내달 12일 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에서 논의돼 오는 20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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