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선생께 드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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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선생께 드리는 편지
  • 유태희
  • 승인 2019.05.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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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태희 문화기획자 | 협동조합 '창작공동체 이도의 날개' 이사장
유태희 문화기획자 | 협동조합 '창작공동체 이도의 날개' 이사장

대한민국 외식업계는 위기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외식시장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인구증가율 덕에 2000년대 중반까지 팽창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고 인구증가율도 1%에 못 미치면서 성장이 둔화해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생은 충청도 사투리의 구수함과 친근감으로 대세 예능인으로 성장했지요. 외식업계를 돕는 선한 천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푸드트럭>에서는 문제점을 순식간에 짚어내고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전문가의 위엄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감탄시켰습니다. <골목식당>에서도 장사 시범을 보이며 도전자들이 따라 배우게 하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잘못된 것은 분명하고도 호되게 꾸짖음으로써 더욱 생생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역시 대한민국 요식업계의 ‘백사부’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생은 자랑스러운 충청인입니다. 2000년대 이후 창업한 기업인들 가운데 창조적 파괴, 혁신, 과감한 도전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기업인이기 때문입니다. 별명도 ‘백사부’ ‘백도둑’ ‘백길동’ ‘백서리’ 등 십여 가지에 이릅니다. 이제 별명 하나를 더 추가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글자 적어보겠습니다.

기원전 335년, 49살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로 돌아와 리케이온이란 학교를 설립하고 그곳에서 10년 동안 제자들을 길렀습니다. 당시 아리스토텔레스는 최고 권력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선생이었기에 풍부한 지원을 받아 세계 최대 도서관을 세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정치학>에서 “요리는 인간의 지식 중 종속적인 분야이고 노예에게나 알맞은 기술”이라고 서술한 걸 보면 고대의 요리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로마 시대에도 다르지 않아 인류 최초의 요리책으로 기록되는 당대의 유명한 미식가인 아피치우스(Apicius)의 레시피 모음집 <데 레 코퀴나리아>(요리에 대한 모든 것)>가 겨우 남겨져 있을 뿐입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더본코리아 제공

현대 대한민국의 대중은 마구 먹어대는 ‘먹방’의 추함이나 ‘삼시 세끼’라는 말로 표상되는, 삶의 가장 일상적인 부분 정도로 음식을 인식하고 있을 뿐입니다. 학문적 관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절을 통해 음식에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계 학계에서는 음식의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음식학(Food Studies)’이라는 독립된 학문 영역에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의 생산과 소비뿐만 아니라 그 행위에 나타난 철학, 역사, 사회적 기능과 상징, 국가 정책 등 매우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게 된 것이죠.

조선 중기의 학자 김성일이 쓴 <동자례(童子禮)>가 자부심으로 다가오는 까닭일 겁니다. 그중 ‘검속신심(檢束身心)’ 편에는 아이들이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는 것부터 옷을 갈아입고 손을 마주 잡으며 읍(揖)하고 절하는 것을 비롯해 음식(飮食)을 마시고 먹는 범절이 담겨 있습니다.

고루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가운데 대화하고 공감하는 우리 전통의 교육 방식 중 하나입니다. 더구나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시간적 여유가 태부족해진 현대의 사회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교육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는 이미 수많은 학술자료에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유아의 인성이나 언어 발달에서부터 중학생의 사회성이나 도덕성의 발달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밥상머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단순히 영양을 채워주는 시간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왕 내치신 김에 식사예절에 대한 부분도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리려고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모든 먹을거리는 생명입니다.

음식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성과 공이 쌓여 비로소 상에 올라옵니다. 정성과 공이 쌓이는 그 과정을 배워야 자신의 허물에서 비롯되는 온갖 탐욕을 버리고 육신에 바른 생각이 깃들 수 있겠지요. 이때 음식은 약이 되는 것입니다. 선생께서 그 의미를 헤아리게 해주십시오.

예절이 없는 문화는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문화는 현재의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언어를 배우고 의미를 배우는 것은 원래 만들어진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징이나 기호가 담론을 통해서, 즉 소통과 문화를 통해서 어떤 의미가 되는지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은 신호등의 색깔이 가지는 의미를 그 예로 들었습니다. 즉 적색 불은 ‘서시오’, 녹색불은 ‘가시오’라는 의미를 어떻게 습득하게 되느냐는 것입니다. 처음에 누군가가 신호등 색깔의 의미를 말해 준 사람이 있었겠죠.

음식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 음식문화의 선두에 서 계신 선생께서 그 첫 번째 화자가 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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