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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도로와 '사투' 벌이는 세종시 지하차도 용역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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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도로와 '사투' 벌이는 세종시 지하차도 용역근로자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05.21 1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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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진·소음 견디며 국도 1호선 365일 점검, 사오리·주추터널 사고 실시간 출동

장대터널은 연장 1km가 넘는 터널을 말한다. 전국 200여개 장대터널 중 세종시에는 사오리·주추터널 2곳이 포함된다. 두 터널을 합친 연장 구간은 4.6km로 국내 최장 지하차도에 이름을 올렸다.

매년 수십여 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터널. 세종시 지하차도 관리사무소 용역근로자들은 매일 이곳을 오간다. 소음과 분진, 사고차량 운전자와의 실랑이까지.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맞춰 이들의 근무 환경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上. 죽음의 도로와 ‘사투’ 세종시 지하차도 용역근로자

세종시 지하차도 관리사무소 용역근로자들이 지난 20일 사오리터널 내부에 진입해 총 62개에 달하는 소화전을 점검하고 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죽음의 도로'라 불리는 세종시 1번국도 지하차도를 매일같이 오가는 사람들이 있다. 세종시 지하차도 관리사무소 용역근로자들이다.

세종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주추(2.8km)·사오리(1.8km) 지하차도는 각각 2.8km, 1.8km 길이다. 총 연장 4.6㎞, 국내 최장 지하차도이자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규정하는 1종 시설물에 속한다.

동시에 매년 수십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터널이기도 하다.

시는 2013년부터 주추·사오리 터널 관리를 민간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용역은 2년 마다 새롭게 발주된다. 올해 5월부터는 비알티(BRT) 지하차도 6개소, 한누리대교와 한두리대교 등 교량 등 총 17개소 시설물을 관리하는 업무를 과업에 담았다.

김민준 관리소장은 “시설물 순회 점검, 교통상황 및 사고 발생 모니터링, 전기·기계·통신 등 각종 설비 조작, 낙하물 수거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며 “21명의 직원들이 4개조로 움직이면서 연중무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365일 분진과 소음, 사고 위험 시달려 

세종시 지하차도 관리사무소 용역근로자가 사오리 지하차도 입구 부근에서 안전 유도를 하고 있다.

매일 터널 안을 순찰하는 근로자를 따라다니는 것은 첫째, 안전 문제다. 업무 중 통행차량에 의한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크다. 터널 내 분진이나 매연으로 인한 호흡기 건강, 통신·전기 설비에 의한 전자파 노출 우려도 크다.

순찰과 점검 등은 일별, 월별, 분기별, 연도별 작성된 목록표에 의해 실시된다. 지난 20일 오후에는 주추·사오리 터널 소화기 점검이 실시됐다. 조원들은 차량을 타고 터널 안으로 이동해 3차선에 차를 세우고, 차례대로 소화전을 점검했다. 사오리터널 입구 방음터널 공사로 입구는 더 번잡했다.

사오리 터널 소화전은 양방향 총 62개, 주추 터널은 98개다. 각 방향에 한 사람씩 배치돼 일한다. 끊임없이 달리는 차량 소리가 터널 안을 울려 귀가 먹먹하고, 발걸음을 뗄 때마다 정강이까지 먼지가 일어난다.

근로자 A 씨는 “사오리, 주추지하차도는 교대로 하루 4회씩 순찰하고, 사고라도 나면 터널 안에 1시간 넘게 머물기도 한다”며 “통행량, 속도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이다. 어느 터널이든 마찬가지지만 먼지와 소음이 심한데, 전국 시설관리직이 가진 숙명 아니겠냐”고 했다.

터널 사고는 대부분 부주의 운전에 의해 발생된다.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여 뒤차가 연속해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들에 따르면, 세종시는 특히 공사차량이 많아 지게차, 포크레인 등 저속 주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실시간 시시티브이(CCTV) 모니터링으로 사고가 감지되면, 즉시 근로자들이 출동한다. 가장 난감하고 어려울 때는 사고 처리 과정에서 부딪히는 운전자와의 실랑이다.

근로자 B 씨는 “터널 사고는 2차 사고 위험이 크지만, 보험사가 올 때까지 절대 차를 못 빼겠다는 분들과 종종 실랑이가 일어난다”며 “사고 처리를 위해 차선을 막고 안전 유도를 해보면 코앞까지 차가 달려와 공포심을 느낄 때도 많다”고 했다.

사고 당사자들이 차를 옮기지 않아 처리가 늦어지면 관리사무소로 민원 전화가 빗발친다. “차가 왜 밀리냐”부터 “언제, 어느 지점에서 사고가 났느냐” 묻는 전화도 동시에 응대해야 한다.

#.야생동물 사체처리, 낙하물 수거까지

김민준 관리소장이 사무실 내에 설치된 터널 내 시시티브이(CCTV) 모니터링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사고 발생 사항 등을 확인한다.

고라니 등 야생동물 활동 시즌이 될 때면 덩달아 근로자들도 바빠진다. 터널이나 교량 등 관리구역 내에 일어난 동물 사체처리까지 도맡고 있기 때문.

사고 발생 예방을 위한 낙하물 수거도 이들의 업무다. 가벼운 종이 박스를 포함해 제대로 적재하지 않은 공사 차량에서 떨어진 쇳덩어리, 타이어 등도 도로에 떨어진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하면 즉시 출동하지만, 200~250m 구간으로 설치된 CCTV 끝 지점에 걸쳐질 때면 확인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근로자 A 씨는 “부피가 큰 낙하물은 사고 유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카메라에 찍히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치운다”며 “다만 악의적으로 쓰레기를 창문 밖으로 버리는 경우도 있고, 또 단순 청소에 해당하는 업무까지 맡게 되는 경우 어려운 점도 있다”고 했다.

올해는 근로자들이 담당해야 할 업무 범위가 확대됐다. 기존 사오리, 주추터널을 포함한 2개소에서 교량과 지하차도 등을 포함해 약 17개소로 과업이 늘어난 것. 특히 종촌동 관리사무소부터 가장 멀리 위치한 대곡터널은 약 35km 떨어져있다. 근로자들의 업무 가중, 유사시 초동 대처 신속성 등이 우려되는 이유다.

김민준 관리소장은 “관리 시설물이 늘어나면서 기존 3교대에서 4교대로, 4명의 직원들을 더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비알티 지하차도 등을 포함해 LH로부터 세종시로 시설물이 이관되면 관리할 곳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도로과 관계자는 “관리사무소 업무는 주추·사오리 지하차도가 주요 대상이고, 일반 지하차도와 교량은 평상시 일상 순찰만 하는 것이어서 별도 용역으로 분류하지 않았다”며 “추후 인수 시설이 늘어나면 향후 별도 용역 발주를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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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세상 2019-05-21 22:19:43
고생이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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