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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층간소음’ 대책, 알면서도 왜 보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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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층간소음’ 대책, 알면서도 왜 보완 못하나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9.05.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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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감사원 결과, 관계기관들의 봐주기 관행 여전… 신규 아파트 많은 세종시, 대대적 검증 절실
지난해 11월 개소한 가람동 주택성능연구센터 전경. LH가 15년간 운영할 국가기설로, 이 공간을 통해 층간소음 해법이 제시될 지 주목된다.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전국적으로도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는 공론화된 지 오래다. 그러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공전하는 양상이다.

‘일부 입주민들의 그릇된 주거 문화’ VS ‘이익창출에 매몰된 건설사의 날림 공사’ 책임론이 충돌하면서, 보다 진전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의 중심적 역할을 부여받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위치한 세종시 층간소음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아파트 인허가권을 넘겨준 행복청도, 넘겨받은 세종시도 뚜렷한 해법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사회와 입주민들 다수가 중앙 또는 지방 정부가 내놓고 관리 중인 ‘층간소음 대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왜 실효적 조치를 내놓지 못하는 지에 대한 의구심도 품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감사원의 최근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 공표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 2일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과 갈등이 매년 약 2만 건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제도개선을 추진한 지 15년 지난 현재까지도 해당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리즈 하편에선 현행 층간소음 제도의 문제점과 앞으로 해법을 모색해봤다.

<글 싣는 순서>
상. 신규 아파트 많은 ‘세종시’, 층간소음 안전지대인가
하. 유명무실한 ‘층간소음’ 대책, 알면서 왜 보완 못하나

#. 현행 층간소음 저감제도,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LH가 운영하는 주택성능연구센터 내 설치된 층간소음 등의 연구방식 설명.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2003년 경량 충격음 58DB, 중량 충격음 50DB 등 최소 성능기준을 마련했고, 2004년 바닥구조에 대한 사전 인정제도를 도입했다. 인정제도는 성능기준 충족 여부를 사전에 인정받고, 이대로 시공하면 완공 후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3년에는 바닥 슬래브 두께를 18cm에서 21cm 이상으로 늘리는 등 다각도 노력을 전개했다.

행복도시건설청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5년 자체 기준도 마련, 적용해왔다. 3등급 이상의 우수 완충재를 사용하고 일반 바닥구조보다 두께 2cm를 강화하는 등의 승인 요건을 적용해왔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두께는 31cm→33cm ▲모르타르 4cm 이상(동일) ▲기포콘크리트 4cm 이상→5cm 이상 ▲단열재(완충) 2cm→3cm ▲슬래브 21cm 이상(동일) 등의 기준을 마련해뒀다.

공동주택 사용검사 시, 공인기관의 층간소음 측정 결과도 제출토록 했다.

세종시는 행복청의 이 같은 기본 요건을 고스란히 가져왔고, 여기에 살을 좀 더 붙이고 있다. 국토부 고시(2016-824호)에 따른 업무지침을 적용키로 했다. 소음 관련 바닥충격음은 성능평가에서 최소보다 상위 등급으로 시공하도록 권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행복도시 내 많은 입주민들이 이 같은 기준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대부분 권장 요소들이 많아 건설사가 유리한 방향으로 아파트 건축 인허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 층간소음 검증시스템 ‘유명무실’, 감사원 조사로 입증 

현행 층간소음 검증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는 인식은 최근 감사원 조사 결과로도 입증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입주예정인 수도권 등의 28개 아파트 현장을 표본으로 산정해 측정을 실시했다. 공사금액 및 세대수가 큰 현장 위주로 골랐다.

측정 결과 성능기준에 미달한 현장에 대한 사전·사후 조치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지 집중 점검했다.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지난 1월 18일까지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 국가기술표준원 등 모두 5개 기관을 대상으로 삼았다.

LH 및 SH공사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세대와 민간사의 6개 아파트 65세대 등 모두 191세대 층간소음을 측정했다. 사전에 관계 기관이 인정한 차단성능과 실제 층간소음간 차이가 있었다.

공공 119세대 및 민간 65세대 등 모두 184세대 등급이 하락했고, 공공 67세대와 민간 47세대 등 모두 114세대는 최소 성능 기준에 못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인정·시공·사후 평가 등 제도운영 전 과정의 문제가 드러났다.

LH와 건설기술연구원은 사전 인정 과정에서 95% 수준까지 신뢰도를 잃었다. 품질오차 등 기준미미가 많았고, 품질시험성적서 검토 부실, 도면과 다른 인정시험 등이 적발됐다.

시공 분야에선 LH와 SH공사 111개 현장이 시방서 등과 다르게 바닥구조를 시공했고, 66개 현장은 시공절차를 위반했다. 마감 모르타르 강도와 슬래브 평탄도 등을 품질기준에 못미치게한 현장 84개도 확인됐다. 퇴직 직원의 부탁을 받아 시공한 사례도 나타났다.

사후평가에선 지자체 등의 의뢰를 받은 공인측정기관이 측정위치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해 성적서를 부당 발급한 일도 덜미를 잡혔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문책 1건과 주의요구 7건, 통보 11건 등 모두 19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통보했다. 이어 해당 기관들에게 입주민 피해대책을 조속히 마련토록 촉구했다.

입주자연합회 관계자는 “관계 기관들이 건설사와 결탁하지 않고선 이 같은 문제가 이 정도까지 방치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신규 아파트 많은 ‘세종시’, 대대적인 검증 절실

신규 아파트가 많은 세종시에서도 층간소음 등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공기업 LH나 SH,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층간소음 검증 부실이 확인되면서, 신규 아파트가 많은 세종시의 부실 개연성도 커졌다.

기존 아파트에 대해선 대대적인 검증이 필요한 한편, 향후 2-4생활권부터 3~6생활권으로 이어지는 신규 아파트 공사 현장의 정밀한 관리 감독이 더욱 절실해졌다.

그동안 입주민들에게 향했던 비난의 화살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 됐다. 그동안 층간소음의 주요 원인은 아이들의 뜀이나 발걸음, 망치질, 가전제품 소리, 문 개폐, 기계진동, 악기 소리, 운동기구, 대화, 동물 등으로 부각됐던 게 사실이다.

건설사의 날림공사와 관계 기관들의 봐주기 검사가 이웃간 갈등과 분쟁의 씨앗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단 뜻이다.

감사원 결과가 전국에 전해지면서, 그동안 숨죽였던 시민사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값 하락 때문에 쉬쉬하는 일부 입주민들을 감안, 문제가 있어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아왔다. 

세종시 아파트입주자연합회 관계자는 “각 아파트 단지들로부터 지속적인 층간소음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 해결에 팔짱끼고 있는 관계 기관들에 대한 경찰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다만 특정 단지가 공개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유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주택 인허가 권한 받은 ‘세종시’, 특단의 대책 마련할까 

세종시는 지난 1월 25일부터 행복청으로부터 주택 인허가 권한을 넘겨받았다. 분양가 산정 뿐만 아니라 하자 및 층간소음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등장한 셈이다.

행복청에 근무하며 해당 업무를 소화했던 이들 상당수가 세종시로 넘어온 만큼, 아직까지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단체장과 세종시의원 등 리더그룹 의지가 중요해졌다.

그렇지 않고선 수년간 층간소음 해법 찾기에 어려움을 겪은 행복청 전철을 되풀이할 공산이 크다.

시 관계자는 “서울 노원구와 목포, 인천 등보다 보다 강한 수준에서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법률 개정 등이 뒤따르지 않고선 뚜렷한 해법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토지공급 승인과 아파트 특화설계 유도 권한은 여전히 행복도시건설청에 있는 만큼, 외형만 특화가 아닌 층간소음 특화 아파트 단지 조성 등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현재 상황이 되풀이될 경우, 입주민들의 외로운 싸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파트 입주예정자 모임은 입주 전부터 해당 건설사와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사전 점검 및 등기, 하자 보수 과정에서 층간소음 강화 방안을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한켠에선 행복청 권한인 ‘특화설계 공모’ 항목에 디자인 요소 대신 층간소음 혁신 단지 조성 등을 시도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가람동 인근에 문을 연 ‘주택성능연구센터’가 빠른 시일 내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당 시설은 국토부가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6개 국가 대형 실험시설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들어섰다.

LH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및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경합 끝에 향후 15년간 해당 시설 운영권을 획득했다.

3개 연구실험동과 2개 실증주택, 업무지원동까지 시설이 각종 주택문제의 전초기지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소음·진동 뿐만 아니라 공기환경, 결로, 누수·방수, 환기·기밀 등을 실험한다.

정부는 감사원이 지적한 바닥주조 인정기관 중 하나인 LH와 건설기술연구원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택성능연구센터 관계자는 “아직까지 외부에 공표할 만한 참고사항이나 연구성과는 없다”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층간소음 민원은 국가소음정보시스템(www.noiseinfo.or.kr)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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