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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상 건설’ 체감도, 문재인 정부도 낮다정부 사업 줄줄이 지연 되풀이, 대국민 약속 이반… 예타 검토,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
전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중앙녹지공간 전경. 이곳의 수목원과 국립박물관단지 사업은 이명박·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지연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세종시 정상 건설’ 기조가 체감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부의 예비 타당성(이하 예타) 검토 결과와 사업 추진력은 그 진정성을 가장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예타를 통과하고도 정부 의지 부재와 규모의 문제에 걸려 지연되는 사업들이 허다하다.

#. 이명박 정부, ‘서울~세종 고속도로, 아트센터’ 지연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정부 예타 통과 후 7년간 표류한 대표 사업으로 남아 있다.

3대 정부를 지나오며 드러난 주요 예타 사업들 면면을 보면,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9년 예타 결과 1.28을 확보하고도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들어서야 가시화 국면에 진입했다.

민자사업으로 2022년까지 서울~안성 구간과 동시 완공 이야기가 진행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재정사업으로 전환돼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충북의 조직적 반대가 외형적 지연 사유로 부각됐으나, 실상은 6조여원 사업비 투입을 미룬 정부 입장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

결국 2017년 완공 목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7년 뒤인 2024년에야 광역 교통망 확충 효과를 볼 수 있다. 전국 최초의 설계속도 140km/h 이하 구상도 거품됐다.

2008년 행복도시건설청과 산림청간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2017년 완공을 가시화한 ‘국립세종수목원’. 이 사업도 2021년에야 완전 개장으로 나아간다.

2021년까지 완공 시기가 미뤄진 아트센터 역시 2014년 완공 로드맵을 세워뒀던 건축물이다. 정부는 미래 공연 수요와 정주여건 확충이란 가치를 배제한 채, 대공연장 700석이란 터무니없는 규모를 제시했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보더라도, 세종시 건설 취지보다 경제성을 강조한 흔적이 엿보였다. 대국민 설문조사에 부산 예술의전당이나 영화의전당 등의 영향을 묻는 항목을 담은 게 단적인 예다.

경제성을 따지면, 세종시에 들어설 수 있는 번듯한 공공시설은 없었다. 당시 정부 시각은 9만여명 수준의 옛 연기군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에선 2010년 12월 수정안 논란을 거치며 ‘잃어버린 2년’이란 신조어마저 양산했다.

#. 박근혜 정부, ‘국립자연사박물관 입지 확정’ 립서비스였나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7년 완공됐어야할 대평동 종합운동장 입지 전경.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세종시 원안 플러스알파’를 약속한 채 출범했다.

이전부터 각 시·도간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된 ‘국립자연사박물관’ 입지를 세종으로 확정할 때만 하더라도 시민들은 공언이 아니라고 믿었다. 6년이 지난 현재 입지만 확정했을 뿐,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행복청의 다각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비 타당성 문턱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

2013년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종합운동장’은 도시 기본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규모 축소와 지방정부 예산 분담 요구로 발목이 잡혔다.

국립박물관단지는 2021년 목표시기가 2023년까지 2년 연기됐다.

KTX 세종역 신설안도 지난 2017년 5월 예비 타당성 검토 결과 0.58에 그쳤다. 미래 인구 증가와 광역 수요, 도시 위상 등 미래적 요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문재인 정부는 달라졌을까?

2023년 1단계 개관을 예고했던 국립박물관단지에는 이 시기 어린이박물관과 통합수장고만 들어설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이전과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굵직한 사업들에 대한 예비타당성 검토 결과가 여전히 시원치 않다.

당장 지난 1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별 예타 면제사업 확정 상황을 들여다보면, 현주소는 여실히 드러난다. 세종시가 자체 사업으로 제안한 ▲KTX 세종역 신설안(1000억원 대) ▲종합운동장(3000억원 대) 건립안 등 2건 모두 탈락했다.

당초 2030년 목표로 추진 중이라 3순위로 던진 광역 고속도로(세종~청주, 8000억원 대)가 반영됐다. 전국적으로 24조 1000억원 면제 사업비 중 3.32%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인구 32만명 도시에 과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으나, 이는 ‘세종시 출범 취지’를 망각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취지에 역행할 뿐 아니라, 사실상 세종시 건설을 부정하는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라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 1/5이 서울에 몰려있는 현실에 '몰빵'해야 마땅하다. 

결국 KTX 세종역은 내년 1월까지 1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용역을 거쳐 재도전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종합운동장은 이달 중 재수립 용역 발표를 통해 추진 동력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2020년 2개 사업 모두 예타 문턱을 통과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 10일에는 ‘국립박물관단지’의 4년 연기가 또 다시 공식화됐다. 행복청에 따르면 어린이박물관과 통합수장고 외 나머지 4개 박물관 완공은 2027년까지 미뤄질 예정이다.

이미 2015년 비용편익비(B/C) 0.97, 계층화분석법(AHP) 0.517로 타당성을 확보하고도, 또 다시 마스터플랜 재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종합운동장의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3일 내놓은 예타 제도 보완대책도 ‘세종시’에 뚜렷한 메리트를 선사하지 못할 전망이다. 수도권의 예타 통과율에 변화가 없다는 전제가 있고, 지방 중소도시 사업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서다.

국가균형발전 점수가 일부 상향 반영되고, 예타 기간이 1년 이내로 단축되는 흐름은 그나마 희망적 요소다.

정부 관계자는 “(예타 통과가 얼마나 어려우면) 기획재정부 과장급 이상 공무원 중 단 1명도 세종시에 살지 않고 있다는 하소연마저 나온다”며 “2030년 완성기까지 세종시를 보다 전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정부 신뢰 회복’이 우선, 대국민 사기극 중단해야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가피한 이유로 1~2년 사업이 늦춰지는 정도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시민 정서다.

하지만 신도시 성장과정에서 절실한 '적재적소 사업' 추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핵심 인프라 사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거나 연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세종시가 정상 건설되고 있는 것 맞냐는 자족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까닭이다.

서울~세종 고속도로와 아트센터는 최장 7년, 국립박물관단지는 6년, 국립수목원은 4년여 시간을 허공에 흘려보내고 있다. 대국민 약속은 헌신짝처럼 던져졌고, 심지어는 '사기극'이란 볼멘 소리까지 나온다.

내년이 세종시 건설 2단계(자족성장기)를 마무리짓는 시기이나, 여전히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속도는 더디다.

40여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 의존도가 너무 크다. 중앙행정기관 이전기인 1단계 목표시기가 3년이나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으로 당장의 국민들 눈과 귀를 현혹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세종시에서 실제 집무하겠다는 진정성있는 의지가 없다면, 허상에 불과한 시설들이다.  

대통령은 연간 2~3차례 국무회의 때만 세종청사를 찾고 있고,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단 4일만 세종청사에서 상임위를 열었다.

이미 갖춰진 시설로도 의지는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 실제 국회 상임위 회의실과 보좌관 대기실, 귀빈(VIP=대통령) 대기실과 장·차관 및 보좌관 사무실 기능은 2013년 전·후 시점부터 마련된 상태다.  

세종집무실은 현재 청와대 TF팀 설치, 세종의사당은 설계비 10억원이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2개 현안 모두 행정수도 완성을 실현하는 길목의 거대 담론임도 분명하다. 

시민들은 이보다 실질적인 조치를 원한다. 바로 대국민 약속 이행이다. 기존 사업들의 차질없는 추진이 필요한 이유다.

시민사회는 여당과 야당을 싸잡아 비판한다. 시민사회 관계자는 “선거에 압승한 민주당은 잡아놓은 물고기에 먹이 안주고, 한국당과 미래당은 승산 없는 전투에 목숨 걸지 않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희택 기자  press26@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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